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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에서 밴을 타고 주요 목적지라 할 수 있는 바이욘에 도착했다. 바이욘은 앙코르톰의 중심에 위치한 곳으로 거대한 돌덩이들이 쌓여 있어 규모가 대단했고, 실제로 앙코르인들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었다. 사실상 앙코르톰의 가장 핵심적인 장소이자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는 곳이기도 했다.


다만 비가와서 멋진 사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바이욘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아직까지도 왠만한 형체는 다 남아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정말 더 신기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이욘을 정말 자세히 둘러본다면 정말 섬세하고, 과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이렇게 쉽게 지나치는 부조만 보더라도 앙코르인들의 예술적 감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거대한 돌덩이에 새겨진 작품들을 바라보면 1000년전의 앙코르인들과 직접 교감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돌 위에 이런 섬세한 작품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고개를 돌리니 이러한 부조가 존재하고 있었다. 과연 이 거대한 작품을 바라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구석구석 살펴볼 수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신들의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던 앙코르인들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과거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엄청난 부를 누렸던 앙코르제국이지만 현재는 앙코르유적만이 당시의 강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찬란했던 문명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이견이 있다고 한다. 확실히 이런 거대한 문명이 갑자기 사라졌다는건 정말 이상하긴 하다. 


앙코르 유적의 다른 곳도 그랬지만 바이욘도 관람을 위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아무래도 미끄러울 수도 있고, 계단의 폭이 좁기도 해서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계단을 올라오자마자 누군가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이 나를 맞이하자 나도 이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들이 바로 바이욘이었다.


앙코르제국은 대승불교를 받아들였는데 바이욘은 바로 불교와 힌두교가 섞인 사원이다. 바이욘에서는 관세음보살상이 사원 안에 총 49채 있고, 다섯 성문에 1개씩 있어 모두 합치면 54개라고 한다. 이는 앙코르제국의 54개 주를 의미한다고 한다. 게다가 바이욘 사원의 참배도로는 아침 해를 받을 수 있도록 동쪽으로 향해 있다고 하니 알면 알 수록 더욱 신비로웠다.


캄보디아에 가면 한국 사람이 정말 많다고 했는데 확실히 앙코르 유적지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한국인들이 보였다. 대부분 패키지 여행자들이나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로 여행하는 내내 자주 볼 수 있었다. 한눈에 한국인이라는 것을 쉽게 알았다. 그런데 똑같은 옷을 입고 있던 우리들을 보고 패키지 여행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바이욘은 우리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사진 찍어 달라고 했는데 그는 우리들의 포즈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태국에서 사온 트랜스포머 티셔츠를 입고 바이욘의 얼굴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바이욘도 사진 찍을 때는 센스있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이욘에 도착하자마자 위로 올라갔기 때문에 아래는 뒤늦게 살펴봤는데, 아래에는 벽화가 가득했다. 벽에 새겨진 섬세한 기록물들은 앙코르인들의 생활모습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어찌나 정교한지 사람과 동물의 표정까지도 전부 다른 모습이었다. 


코끼리를 타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대개 코끼리를 타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당시의 높은 장군이거나, 왕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벽이 바이욘의 둘레에 있었다. 이날은 밴을 이용했기 때문에 조금은 시간이 부족할까봐 서둘러 봤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물론 앙코르 유적의 숨어있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한다면 3일 가지고도 턱없이 부족한데 그만큼 앙코르유적은 방대했다.

한국인 가이드 분이 사람들에게 설명을 재밌게 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책을 보면서 유적을 보고 있었는데 이분들은 가이드가 직접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조금 편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있었고, 책을 보다가 심심하면 이렇게 옆에서 가이드의 말을 엿들을 수 있어서 훨씬 좋았다. 대개 패키지 여행을 하면 아주 짧은 시간동안 유적을 돌기 때문에 이런 유적을 봐도 별 감흥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욘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살아 숨쉬는 유적이었다. 1000년전부터 지금까지 사람은 죽고, 태어나고 이미 수 세대를 반복하며 변화했지만 바이욘은 앙코르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장소에서 그대로 미소만 짓고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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