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4시간을 달려 이른 아침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서 정신없이 졸다가 내렸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는데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숙소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익숙하게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삐끼 아저씨들이 우리를 반겼는데 다들 줄을 지어 설득하기 시작했다.
중국 대사관에 도착해서 비자신청양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중국 비자는 30달러였는데 급행(하루 뒤 발급)은 50달러였고, 초급행(당일)은 70달러였다. 급행으로 비자를 신청하고 작성하는데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 옆에 있던 여자분에게 물어보았다. 아마도 내 나이 또래가 아닌가 싶은데 굉장히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자신의 직업은 인터프리터로 중국을 자주 오가고 있다고 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무척 반가워하며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았다며 "오빠 사랑해"라는 대사에서 오빠는 무슨 뜻인지 물어보길래 알려주니까 한국말로 "오빠 사랑해" 되새기며 연습하기도 했다.
나도 이에 질새라 궁금했던 베트남어도 물어보기도 하며 비자 신청서를 내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트남 여성치고는 세련되어 보였고, 한국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중국에서 한국 여성을 자주 보았는데 다들 너무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자를 발급 신청서를 내고 헤어지게 되었는데 이때 좀 더 친해지자고 할걸 그랬다. 연락처도 주고 받지 못하고 고맙다는 말도 너무 성의없게 한 것 같아 아쉬웠다.
호의를 무시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걷다가 거리에서 파는 차 한잔 마시게 되었는데 이녀석이 돈을 냈다. 내가 내겠다고 했는데도 자기가 내겠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영어가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 보니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다만 여행다니고 있다는 나의 말에 무척 동경해하던 눈치였다. 베트남의 다른 도시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아이에게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고는 헤어졌다. 구 시가지를 돌아다니며 망고스틴과 복숭아도 사먹었다. 정말 깎아주지 않았던 아줌마와 치열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겨우 망고스틴을 손에 들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입이 심심해서 도너츠를 사먹기도 했다.
중국으로 넘어가는 버스티켓 가격을 물어보니 게스트하우스보다 1달러 저렴해서 이곳에서 티켓을 예약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한인업소가 모두 친절한 것은 아니지만 하노이에 있던 비코트래블은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친절했다. 짧은 기간동안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 정말 너무 감사했다.
베트남에서 기분 나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아마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늦은 밤에 항의를 하다가 너네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아무 이유없이 체크아웃하라는 어처구니없는 곳이 있다니 한밤 중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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