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행사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나보다. 우리끼리 사진도 무척이나 많이 찍었다. 이 흥겨운 분위기에 즐거워하면서 서로 사진 찍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찍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 함께 찍은 단체사진인데 역시 이날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자 빨간 티셔츠와 산타모자를 착용했다. 너무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우리가 준비한 음식이었다. 맛있었던 꼬치와 불고기(원래는 불고기였지만 숯불구이가 되었다)를 하나도 먹지 못해서 아쉬웠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지 않는가?
생일빵이라며 찍은 설정 사진
행사가 시작되기 전 아이들은 우리랑 계속해서 놀며 사진을 찍었는데 정말 많은 아이들이 우리에게 몰려들었다. 처음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이젠 친해진 아이들도 많아서 사진을 찍자면서 달라붙는 아이들도 있었다.
마빈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오늘 생일이냐고 물어봤다. 난 웃으면서 맞다고 하니 내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러더니 자기 친구들에게 데리고 가서 내 생일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나는 전혀 모르는 아이가 살짝 웃으면서 "Happy birthday to you"라고 말해주었다. 마빈은 다시 내 손을 잡아 끌고 다른 아이들에게 데리고 가서 또 내 생일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이 날 아이들은 정말로 많았다. 마을에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는데 모아 놓고 보니 농구장이 꽉 찰 정도였다. 마을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과자봉지를 나눠줬는데 불량식품이나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아이들은 이걸 나에게 주기도 했다.
우리도 준비한 장난감이 있었다. 우리 팀원 중 한 아이가 기증 받은 것을 가지고 온 것인데 오늘은 일부만 가지고 와서 장난감을 나눠주었다. 우리의 예상보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고른 분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댄스경연대회를 해서 춤을 가장 잘 추는 아이를 뽑아 나눠주기로 했다. 사실 저 장난감들도 이미 사용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장난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장난감을 서로 받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다 나눠주고 싶었는데 장난감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아이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었다. 나와 동갑내기였던 친구는 베이스캠프에 있는 장난감을 더 가져오자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장난감을 받고 좋아하던 아이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게임을 했는데 처음에는 잘 보기도 했지만 점차 졸리기만 해서 도저히 버티질 못하고 밤 10시 반쯤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베이스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둥근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수 많은 별들이 반짝 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이 길이 너무 익숙하기만 했다.
돌아와서 샤워하고, 서로 얘기하다가 잠들었는데 나는 아까 미처 읽어보지도 못했던 편지와 티셔츠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무척이나 행복한 밤이었다.
'지난 여행기 > 필리핀 해외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ildren Workshop 둘째날 (0) | 2007.12.21 |
---|---|
설거지는 항상 남자들의 몫? (2) | 2007.12.21 |
올랑고에서 평생 잊지 못할 생일 (0) | 2007.12.21 |
우리도 좀 이겨보자! 필리핀과 함께한 체육대회 (3) | 2007.12.21 |
Children Workshop 첫번째 날 (1) | 2007.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