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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몸부림치다가 잠에서 깼다. 우리가 일어난 곳은 차 안이었고 다들 꾸부정한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다. 지난 밤 1000㎞를 달려 도착한 오렌지에서 따로 모텔이나 백팩을 잡지 않고 차에서 잠을 잤던 것이다. 그렇게 길바닥에서의 하룻밤이 지났던 순간이었다.

날은 점차 밝아왔기 때문에 행여나 사람들이 지나가다 볼까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우선 기름이 없었기 때문에 주유소로 이동해서 기름부터 넣었다. 씻지도 않은 찝찝함에 주유소 옆 화장실에서 간단한 세수와 양치질만 했다. 점점 거지가 되는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충분한 자금이 없어서인지 기름을 계속 넣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그나마 여유자금이 있었던 내가 기름 값을 내곤 했다. 정말 빨리 일을 찾지 않는다면 큰일 날 상황이었다.


대충 씻었겠다 우선 허기부터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오렌지의 중심권으로 갔다. 생각해보면 내가 메닌디에서 시드니로 기차타고 지나갈 때 오렌지라는 마을을 봤는데 이렇게 다시 오게될 줄이야. 근데 왜 마을 이름이 오렌지일까? 오렌지가 많이 나오는 지역인가?


오렌지는 꽤 큰 타운이었다. 내가 내륙쪽에서 봤던 그런 코딱지만한 마을이 아니라 제법 도시같았던 마을이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중심부에 뭔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한 듯한 분위기였다. 여기서 아시아 사람을 처음보는지 우리를 좀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했다.


딱히 먹을만한게 보이지 않았는데 그 때 눈에 띄었던 것은 케밥이었다. 참 그러고보니 내가 호주와서 처음 먹었던 것이 케밥이었는데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아주 친절하게 이것 저것 물어봤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한국에도 가봤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외에는 별 말이 오고 가지는 않았고 그저 터키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거의 10불 가까운 치킨 케밥이 맛있긴 했지만 먹으면서도 밥 생각이 더 간절했다. 전 날 먹었던 음식도 고작해야 햄버거랑 콜라뿐이었는데 또 케밥이라니 밥을 먹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속은 니글니글한게 시원한 국물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입에 다 넣었다.

호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먹고 싶지 않아도 햄버거 종류를 많이 먹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햄버거만 먹으면 속이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심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