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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란다에서 케언즈로 돌아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내가 타고 왔던 스카이트레인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고, 산악기차를 타고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항상 돈이 문제였기 때문에 이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다. 산악기차가 물론 비싸기도 했지만 사실 그닥 끌리지도 않았다.

날이 저물어지면서 쿠란다는 더이상 볼 것이 없는 동네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케언즈로 돌아가야했다. 우선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어디로 가면 케언즈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냐고 하니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서 탈 수 있다고 했다.


케언즈로 돌아가는 버스는 사실상 작은 밴이었다. 산길을 오르 내리며 달려 케언즈로 향했는데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뜰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거의 어두워질즈음에 케언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으려고 혁철이를 불렀다. 나는 백팩에서 받은 공짜 식권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케언즈에서는 정말 독특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백팩에서 제공해주는 식권이었다.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침과 저녁 제공이 눈에 띄었는데 공짜이니까 기대할만큼은 아니긴 했다. 그래도 아침에는 씨리얼과 토스트 등을 제공해주고, 저녁에는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가 무척 신기했다.

근데 스파게티가 부실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리 여행사에서 받아놓은 다른 쿠폰을 같이 쓰기로 했다. 이 쿠폰을 제시하면 원래 15불정도 하는 음식이 10불정도로 할인이 된다. 배불리 먹을 욕심에 2개의 쿠폰을 동시에 쓰기로 했다.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와 10불짜리 스테이크 쿠폰을 같이 써보기로 한 것이다.


저녁 때가 되자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무료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때문에 줄을 서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료 식사가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는 줄을 일찍 서있었던 까닭에 금방 들어갈 수 있었지만 다른 늦게 온 사람들은 한참이나 기다려야했다.

무료 쿠폰을 내고, 10불짜리 식사 쿠폰도 같이 냈다. 스파게티가 좀 근사하면 좋겠지만 면 위에 걸쭉한 토마토소스를 얹어주고는 휙 던져주는게 전부였다. 마치 영화에서 배급나눠주는 그런식으로 말이다. 밥종류도 다를바가 없었던게 밥 위에 그냥 토마토소스를 얹어주는게 전부였다.


이게 무료 식사였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10불을 내고 사먹은 저녁이었다. 평상시라면 10불도 아깝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었다. 스테이크에 음료 그리고 간단한 후식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같이 가지고 온 공짜 스파게티는 거의 인스턴트 수준정도에 양도 매우 적었다.


다 먹고 난 후에 나온 후식은 아이스크림과 부드러운 케익이었다. 우리가 다 먹고 난 후에도 사람들은 물밀려오듯 들어오고 있었고, 주변은 개걸스럽게 먹는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저녁도 배불리 먹었겠다 케언즈의 도심을 걸어다녔다. 케언즈는 딱 하루만에 다 파악할 정도로 작은 도시였는데 기존에 내가 지나쳐왔던 도시들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사실 호주는 밤이되면 모든 상점 문을 다 닫고 일대가 재미없는 지역으로 변하기 마련인데 케언즈는 밤이되니 더 활기찼다. 많은 상점이나 기념품가게 그리고 나이트마켓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고, 거리는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차있었다.


밤이 되어도 시끌벅적했다.


나이트마켓이라는데 여길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각 종 기념품이 대부분이었던 나이트마켓이었다. 돌아다니다가 기념티셔츠가 6불이어서 둘러보았다. 가게 주인은 일본인이었는데 가벼운 한국말도 건내기도 했다.


내가 고른 티셔츠는 바로 I♥CAIRNS였다. 여태까지 호주 재미없어, 호주 지겨워라고 말하면서 왠지 모를 호주와 케언즈라는 정에 이끌려 이걸 고르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케언즈의 분위기는 다른 도시보다도 훨씬 마음에 들었다.

 
나이트마켓은 그리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간혹 한국인이 운영하는 건강식품점도 보이긴 했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들은 아니었다. 우리는 나이트마켓을 나온 후 걸어서 백팩까지 걸어갔다.


다음 날 나는 그렇게 기대하고 기대하던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가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눈이 저절로 떠지고 기대하는 마음에 1시간이나 일찍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픽업을 나오기로 한 9시가 가까워졌는데 혁철이가 오질 않는 것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수 십번 해봤지만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9시가 조금 넘자 백팩으로 차량이 왔다. 나는 기사 아저씨한테 양해를 구하고 친구가 안 왔다고 아마도 자고 있는것 같다며 친구 집에 갈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히도 케언즈에 도착했을 때 가봤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서 갈 수 있었다. 가까워서 금방 도착을 하긴 했지만 중요한건 집에 도착한 이후에는 어느 집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소리를 지르고, 문을 두드렸다. 우리 픽업차량은 계속 기다리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내가 두드린 집에서는 호주인이 부시시한채로 나왔으니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였다.

비싼 돈을 내고 스카이다이빙을 예약했는데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아까울지 생각하며 계속 이름을 불러댔다. 한 10분가량 소리를 질렀을까? 바로 옆 창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부시시한채로 나를 바라본 한국분이 누구를 찾냐고 물어봤다. 그리고는 문을 열어줘서 집으로 들어간 후 혁철이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맙소사 아직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혁철이를 깨운 뒤 밑으로 내려가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조금 뒤에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기대했던 스카이다이빙 하던 날 나는 아침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진땀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