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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기대했던 날이 밝았다.

우리는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고, 빨리 비행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캐세이퍼시픽 항공으로 달려갔고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보며 설레이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드디어 기다리던 줄이 끝나고 우리 차례가 와서 전자티켓을 보여주며 항공권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전자티켓을 보여주니 항공사 직원 분이 우리에게 하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어? 편도 항공권이시네요? 혹시 리턴 티켓은 가지고 계신건가요?"

"아뇨."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라 솔직히 대답했다. 하지만 직원은 리턴 티켓이 없다면 입국이 불가될 수도 있다면서 옆의 다른 직원과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왜 편도 항공권만 가지고 출발을 하냐고 물었는데 우리는 육로로 중국까지 간 뒤에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텐진-인천행 배표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혹시 중국 비자는 가지고 계신가요?" 라고 물어봤는데 우리는 당시 여행하려고 했던 국가의 모든 비자가 없던 상태였다. 얼마나 대책이 없었는지 그냥 여행을 하다가 비자는 전부 신청해서 다닐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럼 싱가폴에서 입국 불가 될 수도 있어요!" 약간은 심각한 말로 우리에게 경고하는 직원의 목소리는 때아닌 날벼락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침착하게 다시 얘기했다. 리턴 티켓 없으면 간혹 입국 불가되는 경우가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 거의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되물었다. 직원도 동의는 했지만 만약 입국 불가되면 자신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비행기표를 빨리 왕복 티켓으로 교환하던지 아니면 취소하라고 권유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의 머리속에는 여행을 떠나겠다고 얘기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의 여행은 시작도 못하고 여기서 좌절되는 걱정과 함께 내 항공권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준비했는데 여기서 여행이 좌절된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우리가 항공권을 해결하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었기 때문에 9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동안 머리속이 깜깜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9시가 되어서 여행사에 전화해봤지만 어차피 답은 없었다. 여행사도 취소할 수는 있지만 언제 비행기표가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 고민에 고민 끝에 다시 캐세이퍼시픽으로 향했다.

그냥 떠나기로 했다. 뭐... 정말로 입국이 안 되면 우리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배표를 예매했했다 졸라볼 셈으로 말이다. 심지어 내 친구 승우는 더 대담하게 "야~ 만약 입국 불가되서 돌아오면 그것도 재미있는 경험 아니겠어? 그냥 가보자!" 라는 걱정없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항공사 카운터로 가자 이번에는 다른 직원이 있었는데 아까와는 반대로 싱가폴 편도 입국도 상관없을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줬다. 한참을 고민하고 두려움에 빠지게 만들어놓고는 이제와서 안심시키는 이 말은 대체 뭘까? 어쨋든 아주 약간이라도 걱정을 놓을 수 있었다.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기대하고 준비했던 여행이 떠나보지도 못하고 한국에서 좌절할 수는 없기에 우선 도전이라도 해봐야지라며 말이다.


홍콩으로 향하는 캐세이퍼시픽항공에 탑승했다. 여행을 한다는 설레임인지 아니면 혹시 입국이 불가될까 하는 걱정때문인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바라고 바라던 여행의 시작부터 삐걱거렸던 순간이었다.

안드로이드 어플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 출시로 인해 기존 동남아 배낭여행 글을 전부 수정, 재발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가다듬기 때문에 약간의 분위기는 바뀔 수 있습니다. 07년도 사진과 글이라 많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어플을 위해 대대적으로 수정을 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유저분들은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운(http://durl.kr/2u2u8) 받으시면 쉽게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