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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10시가 넘었었다. 쑤완나폼 공항은 처음이었다. 07년도에 여행했을 당시에는 육로로만 이동했기 때문에 공항을 이용해보질 못했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무척 현대화되어있었고 깨끗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공항버스 150밧짜리를 끊고 기다렸다. 이미 상당히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내가 타고갈 버스가 마지막 버스였던 것이다.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니 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후덥지근한 공기가 꽤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오히려 이 공기가 나에게 더한 즐거움을 주었다. 다시 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좋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호주 생활을 접고 오고 싶었던 태국을 다시 왔으니 모처럼 여행자의 기분이 느껴졌다. 그렇게 느껴진 이유로 주변에 온통 여행자들이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나도 이들과 같은 여행자로 돌아온 것이다.


카오산으로 가는 AE2버스를 올라탔다. 카오산으로 가는 버스이니 온통 배낭여행자들 뿐이었다. 버스는 시원스럽게 공항을 빠져나가 거대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밖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콕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풍경에 너무나 신이 났다. 나로 하여금 웃음을 참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한 밤중에 사람들로 가득했던 시장의 모습이었다.

'아마 호주였다면 다들 펍에서 맥주나 마시고 있었겠지?'

이 시간에 야시장이 있다는 것도 신기할 법이지만 그렇게 사람이 북적대는 모습은 확실히 호주보다 즐거울거라는 기대감이 마구 마구 밀려왔다.


카오산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풍경에 다시 한번 흥분이 되었다. 여전히 시끌벅적한 거리의 모습에 나의 거의 20시간에 걸친 이동의 피로감이 싹 가시는 듯 했다. 우선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숙소부터 잡아야겠다며 익숙한 람부트리 거리를 걸어갔다. 그리고는 한인 게스트 하우스 DDM을 찾아갔다.

내가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한 시각은 밤 12시가 넘었는데 한 여자분이 오더니 방이 없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알고보니 이 분은 숙소에 묵고 있던 여행자였는데 자신이 에어컨방에 들어갈 테니 남은 자리를 사용하라고 했다. 처음에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아무튼 이래 저래 움직이면 자리는 생긴다는 것이었다. 이미 시간은 12시가 넘어버렸고, 다른 곳으로 갈 힘도 없었기 때문에 체크인을 했다.

막상 들어가보니 자리가 하나 더 남아있길래 그 침대를 사용했다. 07년도에도 DDM에서 묵은 적이 있었는데 선풍기 방은 남녀구별이 없었기 때문에 가끔 이 방에는 여자들도 들어와 지내는데 이 여자분도 그런 경우였다. 도미토리였으니 가격은 부담이 안 되는 100밧이면 됐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씻을 생각부터 하지 않고 우선은 나가봐야 겠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이 밤이 화려한 방콕에 와서 어찌 그냥 잠이 들 수 있겠는가? 피곤함도 잊고 무언가 시원한걸 마셔야겠다며 세븐일레븐으로 갔다.


앗! 그런데 익숙해보이는 강아지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이었다. 2년 전에도 봤던 세븐일레븐에서 나오는 에어컨 바람을 쐬던 강아지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던 것이었다. 그냥 강아지 한 마리를 본 것 뿐인데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무지 반가웠다. 여전히 세븐일레븐 앞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누워있었다.

세븐일레븐에 들어가서 무얼 마실지 고민하다가 그냥 나왔다. 아무래도 그냥 음료수를 마시는 것으로는 심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걸 찾아보자 하다가 바로 앞에 테이블만 놓고 맥주를 파는 곳으로 향했다. 비록 혼자였지만 태국에 도착한 날이니 맥주를 마시는게 낫겠다 싶었다.


거리에서 테이블만 놓고 맥주를 파는 곳이었으니 분위기라고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맥주를 놓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싼 창Chang 맥주를 하나 홀짝 홀짝 마시면서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감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태국에 왔구나!"

그냥 즐거웠다. 호주에 비해 뭔가 생동감이 넘쳤다. 그렇게 10분을 구경하고 있을 무렵 옆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자연스럽게 인사가 오고 갔다. 악수를 하며 어느 나라냐고 하니 미국인이란다. 나는 방금 전에 호주에서 왔다고 하면서 호주는 너무 지루했다고 하자 무척 재미있어 했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가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너무 재미있었다. 그의 옆에는 한 친구가 있었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미국인은 이제 가봐야겠다고 했는데 너무 즐거웠다며 같이 사진 찍자고 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는 나 역시 내 카메라로 한 번 더 찍자고 부탁을 했다.

이후에도 주변의 몇 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3시가 넘어버렸다. 잠깐 음료수 하나 먹자고 나왔다가 맥주 3병 정도 마시게 된 것이다. 이 때 만났던 한 태국인은 나보고 다음 날에도 보자며 자신의 휴대폰까지 나에게 던져줬다. 거의 4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갔고, 씻고 바로 뻗어서 잠들었다. 어쨋든 확실히 호주보다는 재미있는 분위기에 신났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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