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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어느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별거 없다. 바로 걷는 것이었다. 특히나 나는 새로운 곳에 도착했을 때는 무작정 걷는 것으로 그 나라, 그곳의 지리를 익히곤 했다. 홍콩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섬 하나가 홍콩인줄 알았지만 크게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홍콩은 구룡반도(카오룽, Kowloon), 홍콩섬, 란타우섬, 뉴테리토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여행자들은 주로 구룡반도와 중심지라고 볼 수 있는 홍콩섬을 돌아다닌다.


내가 있었던 침사추이는 구룡반도의 한 지역으로 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많이 몰려 있었다. 나는 구룡반도를 좀 더 둘러보기 위해서 거리를 걸었다. 내가 느낀 홍콩은 싱가폴과 매우 흡사해 보였지만 현란해 보이는 간판과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들을 보니 홍콩만의 색깔이 드러났다.


홍콩에서 가장 놀란 점이라고 한다면 빽빽하게 보이는 주거공간이나 빌딩들이었다. 오래된 건물도 최신식 건물 틈바구니에서 빼곡하게 늘어서있었다.


침사추이 구석구석을 돌다보니 한글 간판도 가끔 보였는데 이 지역에 많은 한국 식당이 몰려있는 듯 했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홍콩에 있는 동안 하루에 숙박비를 포함해서 3만원 정도만 쓰고 다녔기 때문에 나 같은 가난한 여행자에겐 한국 음식은 사치 중에 사치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침사이추이 반대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건 가이드북 하나 없어서 홍콩에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냥 걷다가 무언가 나타나면 보러가도 되고, 혹은 이렇게 걷는 것조차도 나에겐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홍콩은 집값이 무척 비쌀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내가 가봤던 나라 중에서 이렇게 빼곡하게 창문이 달려있는 모습은 홍콩뿐이었다. 좀 답답해 보이기까지 했다.


빼곡한 거리의 간판을 구경하며 계속해서 올라갔는데 구룡반도에서만 3시간은 넘게 걸었던 것 같다. 옆길로 새보기도 했고, 전자상가에 가서 컴퓨터도 좀 구경하다가 보니 이제 거리 양 옆에는 한약재를 파는 상점만 보였다. 더 이상 깊숙이 들어가 봐야 볼 만한 것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MTR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사실 다리도 너무 아파서 좀 쉬고 싶었다.


홍콩의 MTR은 싱가폴과 매우 흡사해서 그런지 타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굉장히 쾌적했다. 노선을 보면서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하다가 홍콩섬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공항에서 가지고 온 지도에 주로 나와 있던 곳은 홍콩섬과 구룡반도였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볼 수도 없었다. 그 때문에 아마 여행자들이 주로 다니는 곳은 홍콩섬과 구룡반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옥토퍼스 카드를 이용해 MTR을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가는데 다른 지역이라서 그런지 가격이 조금 더 비쌌다.


홍콩섬의 센트럴에 도착하니 거대하고 높은 빌딩들이 보이는 게 평소에 생각하던 홍콩의 모습이 드러났다. 센트럴 역에서 연결된 국제금융공사(IFC)건물에 들어가 쇼핑센터도 구경하고 곧바로 빠져나와 고가도로와 같은 다리를 건너 이동했다.


호주 멜번에서 가끔씩 타고 다녔던 트램이 홍콩에도 있었다. 하긴 가끔 홍콩영화를 볼 때도 이런 트램을 보긴 했던 거 같은데 홍콩에 대한 사전지식을 전혀 쌓지 않았던 탓인지 예상치 못한 홍콩의 트램을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대신 호주의 트램은 길게 늘어선 기차와 같은데 반해 홍콩은 짧고 2층이었던 것이 특징이었다.


골목에 형성되어있던 시장도 한 번 지나가봤다.


홍콩섬은 구룡반도에 비해서 확실히 세련돼 보였다. 아무래도 주거공간은 센트럴에서 떨어져있었고, 주로 이런 거대한 빌딩들이 홍콩섬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골목도 무척 복잡하고 언덕도 많아서 그런지 돌아다니는데 너무 힘들었다. 분명 영어 안내판은 많이 보이긴 했지만 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계속해서 헤매고 다녔다.


거리를 걷다가 표지판에서 '헐리우드 로드'가 보였다. 저 곳은 분명 유명한 관광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계속 걸었다. 예전에 얼핏 TV에서 홍콩 영화인들의 동상과 손도장들이 있다고 하는데 혹시 헐리우드 로드가 바로 그 관광지가 아닐까 추측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헐리우드로드는 보이지 않고 계속 헤매기 시작했다. 헐리우드로드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이다가, 다시 헤매다 보면 이미 지나쳐왔다고 하고, 다시 걷다보면 위로 올라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 근처는 오르막길이 많아서 그런지 무진장 힘들었는데 나는 한없이 헤매기만 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독특한 건물이었는데 외벽의 문양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지도를 하나하나 대조해보면서 헐리우드로드에 도착했는데 너무 허무했다. 분명 이름은 헐리우드로드였지만 성룡은 커녕 영화와 관련 것이 전혀 없었고, 골동품이나 화랑을 팔던 짧은 거리로 내 예상과 완전히 빗나가버렸던 것이었다. 난 대체 무엇 때문에 헤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