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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홍콩으로 간다! 


비록 에어아시아가 무려 2시간이나 지연되었지만 홍콩에 대한 기대감은 무척 컸다. 홍콩 공항은 무려 5번이나 갔는데 이제야 홍콩에 가볼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 질긴 인연은 07년도 동남아 배낭여행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친구와 여행을 할 때 싱가폴에서부터 중국까지 육로로만 여행하기로 했다. 싱가폴로 가는 편도 비행기는 홍콩을 경유해서 가볼 수 없었지만 나중에 중국에서 홍콩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베트남에서 중국 비자를 받았을 때 하나 깨달은 사실이 있었으니 만약 홍콩에 들어가게 된다면 다시 중국으로 들어갈 때는 비자가 또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때 홍콩으로 가는 것을 포기 했었다. 

그 이후로도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이용하다보니 홍콩을 거치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그런데 홍콩은 가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도 비행기 일정을 변경하면서 뒤늦게 스탑오버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가야만 했을 거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질 즈음에 비행기가 떴다. 태국도 안녕! 

4시간 뒤에 홍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짝 반짝 빛나는 홍콩의 도심을 하늘에서 바라보니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두려웠다. 사실 나는 홍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홍콩 공항에서 가지고 온 지도 한 장뿐이었다. 

공항에 내리니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나밖에 없을 정도였는데 이리 저리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무래도 돈이 필요할 것 같아서 한번에 100호주달러를 환전했다. 물론 도시에서 환전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도심으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비와 당장 숙박비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공항에서 도시로 가는 철도를 이용하기로 하고, 홍콩의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를 만들었다. 옥토퍼스 카드는 홍콩에서 버스를 타거나 MTR을 탈 때 사용하는 것이지만 편의점이나 주요 관광지의 입장권으로 대신 쓸 수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았다. 게다가 홍콩을 떠날 때는 카드에 대한 환불도 가능하니 짧은 여행에도 무척 유용했다. 싱가폴 여행할 때 썼던 이지링크카드와 무척 유사했다. 


공항에서 고민을 하며 이리저리 시간을 허비해서 그런지 공항에서 도시로 갈 때 시각은 10시를 넘어섰다. 나는 홍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오로지 침사추이라는 지역의 청킹맨션만 기억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침사추이에서 원래는 무료 버스로 연계를 해주는데 너무 시간이 늦어 중간에서 내려 택시를 타야 했다. 약간은 낡아 보이는 빨간색 택시들이 줄을 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니 어렸을 때 봤던 홍콩영화가 떠올랐다. 택시를 잡아타고 목적지를 말해야 하는데 나는 앉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우선 지도부터 보여주면서 이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아저씨 영어가 안 되셔서 무척 당황해하셨다. 내가 침사추이라고 하니 아저씨는 침사추이는 무척 넓은 지역라고 특정 장소를 물었다. 고민을 한참 하다가 침사추이역이라고 하니 아저씨는 그제야 활짝 웃으면서 출발했다. 

택시를 타며 바라본 홍콩의 거리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새로운 장소 그것도 늦은 밤에 도착해서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도 사실이지만 밖에 바라본 홍콩의 거리는 날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침사추이역에 도착하니 택시 아저씨는 미터기에 찍힌 것보다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얘기를 해줬다. 내 짐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늦은 시각 때문이었는지 무언가 설명을 하려는데 나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속이려는 것으로 보이지 않아 알겠다고 돈을 10홍콩달러인가 더 냈다. 


바로 옆에 침사추이역이 보이긴 했기에 제대로 온 것은 맞았는데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흔한 가이드북조차 없었으니 나는 공항에서 가지고 온 커다란 지도를 펼쳐놓고 이 곳이 어디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 때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인이 나를 살펴보더니 "도와줄까요?"라고 친절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내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지도를 보는 모습을 보고 여행자라서 도와주려고 했나 보다. 나는 숙소를 찾고 있다고 청킹맨션을 아냐고 하니까 기꺼이 안내해주겠다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조금 걷자마자 나를 보면서 숙소를 찾냐며 달려드는 한 여인이 있었다. 청킹맨션에 자신들의 숙소가 있다면서 나를 꼬셨는데 나는 좋다면서 따라갔다. 물론 처음 본 나를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도와줬던 여인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우리 숙소는 좋다. 인터넷도 된다. 너가 만족할 거다."
 
약간은 어색한 영어로 자랑을 늘어놓는데 나는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싼 숙소면 된다고 하니까 싼 숙소도 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곳에 가면 자신의 동생이 있는데 자신보다 영어를 잘한다고 얘기를 해줬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청킹맨션은 그냥 상가 건물 같았다. 커다란 상점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니 무척 이상할 법도 한데 다행히 이런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또 계단을 걸어서 위로 올라가니 완전 미로가 따로 없었다. 낡아 보이는 철창을 넘어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건지 정말 신기했다. 

한 눈에 봐도 낡아 보이는 건물의 내부 그리고 내 앞에는 인도계열의 까무잡잡한 친구 둘이 나를 맞이했다. 나는 무조건 싼 숙소면 괜찮다고 하니 방을 하나 보여줬는데 정말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좁은 창문 하나 있을 뿐, 사람이 서있거나 누워있는 것 빼고는 할 수 있을게 아무 것도 없을 정도였다. 가격은 100홍콩달러였는데 나는 이 가격이 싼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흥정을 해보기로 했다.

더 싼 방은 없냐고 물어보니 이게 제일 싸다고 했는데 조금 졸라대니 다른 방은 80홍콩달러에 가능하다고 했다. 들어가보니 창문이 하나도 없는 삭막한 방이었다. 그냥 100달러짜리 방으로 체크인 했다. 그들은 연일 미소를 지으면서 무척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내가 아직 환전한 돈이 많지 않다고 하자 하루치만 계산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나는 짐을 놓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서 무언가 먹으러 가기로 했다. 카운터에 가서(사실 카운터라는 개념도 없었지만) 어딘가 먹을 만한 곳이 없는지 물어봤다. 그 친구들은 나에게 이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다고 얘기해줬는데 나는 햄버거는 너무 질린다고 말했다. 그냥 나가서 찾아본다고 하니까 "괜찮다. 홍콩의 밤은 안전하다."라는 말을 건네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밖으로 나와서 바라본 홍콩은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충분했다. 이제 숙소도 잡았겠다. 어디든지 돌아다닐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먼저 밥부터 먹어야겠다. 역시나 공항에서 가져온 커다란 지도를 살펴보면서 눈에 들어온 장소가 있었으니 그것은 야시장이었다.

'야시장이라면 분명 맛난 것들도 있겠지. '


아직 홍콩의 지리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걸었다. 내 생각보다 야시장은 무척이나 멀었다. 그래도 제대로 찾아갔는지 템플나이트마켓의 이정표가 보였다. 


홍콩이 독특하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현란하게 보였던 간판들 때문이었다. 


드디어 내가 생각했던 장소이자 좋아할만한 장소가 나타났다. 밤의 거리는 번쩍번쩍 화려하면서도 그 아래에는 사람들이 무언가 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장소는 아니었다. 내가 이 곳에 도착한 시각은 밤 12시로 이상하게 나이트마켓은 다 철수중이었다. '뭐... 내일 보러 와도 되겠지.'라며 우선 허기진 배부터 채워넣어야 했다. 중요했던 것은 밥이었다. 

거리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던 사람들이 가득했던 한 가게에 멈춰 서서 바라보니 커다랗게 10원이라고 써있었다. 10홍콩달러면 어림잡아도 1300~1500원정도로 무척 저렴했던 것이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했는데 역시 언어가 문제였다. 한자울렁증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무엇이 맛있는지 추측이 불가능했는데 아주머니 역시 내가 홍콩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적잖아 놀랐나 보다. 내가 추천 메뉴를 하나 알려달라니 알아들으시고 사진 속에 있는 한 국수를 집어주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리에 앉아서 바로 앞 테이블에서 국수를 드시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니 이 곳이 맛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5분 뒤 내 테이블 위에 올려진 국수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지만 실제로도 정말 맛있었다. 양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적당하게 올려진 고기에 부드러운 면, 그리고 고깃국을 연상케 하는 국물은 최고였다. 나는 너무나 만족스러웠고 국물까지 싹 비웠다. 단 10홍콩달러에 이런 맛있는 국수라니 내일도 또 오리라 다짐했다. 


이곳은 저렴한 식당도 많았지만 해산물로 무척 유명한 거리 같아 보였다. 곳곳에서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보였다. 온통 맛있어 보이는 가게들뿐이었다. 또 간식거리들도 많이 보이는 게 나의 눈을 너무 즐겁게 해주었다. 비록 국수의 양이 적긴 했지만 국물까지 싹 비운터라 곧바로 무얼 먹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발은 이내 꼬치가게에서 멈춰 섰다. 


한 개에 10홍콩달러였던 꼬치를 2개 주문하고는 맥주도 있냐고 물어보니 주인아주머니는 세븐일레븐을 가리키며 저기서 사라고 했다. 세븐일레븐에서 싼 맥주를 골라 집었다. 국수 탓에 배부른 상태이긴 했지만 맥주가 빠지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늦은 밤에 도착한 홍콩에 뭐가 있을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부 다 마음에 들었다. 싸면서 맛있었던 음식도 친절했던 사람도 좋았다.


새벽 1시를 넘긴 정말 늦었던 홍콩의 밤거리를 혼자 걸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홍콩의 아침이 무척 기대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