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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 28일 나는 여전히 태국에 있었다. 여권도 없는 상태로 치앙마이로 온 뒤 그냥 치앙마이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여행을 만족해야 했다. 사실 시간적인 여유는 좀 있었기 때문에 치앙마이 주변의 다른 도시를 돌아보고 싶었는데 내가 여행하던 시기가 정말 안 좋긴 안 좋았다. 여행자 버스가 새해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28일에 다시 방콕으로 내려가기로 했던 것이다. 이래저래 태국에서 계속 시간을 버려야 했던 셈이다.

샤워를 한 뒤에 아침부터 뜨거웠던 도로 위로 나왔다. 타페 게이트쪽으로 가다가 보였던 'The Corner'라는 식당 앞에 보였던 메뉴판을 보고 자리에 앉았다.


정말로 이 식당은 코너에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식사때마다 밥을 꼭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볶음밥을 시켰다. 태국에서 가장 자주 먹었던 치킨 볶음밥이 40밧 밖에 되지 않았다. 조금 싱겁다 싶으면 칠리소스를 뿌려서 먹으면 꽤 괜찮았다. 나는 아침을 먹으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작은 노트에 기록했다. 글씨가 엉망이긴 했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봤을 때 기억을 재생시켜주는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밥을 먹고 찾아간 타페 게이트는 무척이나 한산했다. 어제 선데이마켓이 정말 열리긴 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너무나 조용했던 것이다.


해자 앞에서는 물고기 먹이를 주는 사람이 있었고, 그 옆에서는 먹이를 호시탐탐 노리던 비둘기들이 몰려들었다.


아예 대놓고 물고기 먹이를 주라는 문구가 보였다. 가격은 10밧이라 부담은 전혀 되지 않았지만 내가 아니어도 물고기 먹이를 주는 사람은 정말 많기는 했다.


해자 앞에는 분수가 솟구치는데 이 때 퍼지는 물방울 때문에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심심했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몰랐다. 그냥 나는 또 걷기 시작했다. 아직 치앙마이의 지리를 정확하게 익힌 것도 아니니 도심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니 시장이 나타났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아니라 진짜 현지인들의 시장인듯 생필품이나 식재료 등을 팔고 있었다.


99밧이면 약 3000원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가격인데 정말 싸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호주 울월스나 콜스(대형 슈퍼)에서 치킨을 항상 팔고 있었는데 9.9불이었던게 생각났다. 똑같은 99이고, 치킨인데 가격은 3배 차이였다.


시장의 규모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기분이 내키는데로 이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저 골목으로 들어갔다. 더웠지만 그냥 하루 종일 걸어다녔다.


눈에 들어온 사원에도 들어가 보기도 했다.


거리를 헤매는 것인지 걷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는 않았지만 드디어 내 목적지였던 '왓 체디루앙'을 찾을 수 있었다. 태국에서는 왓Wat이 들어가면 사원이라는 뜻인데 체디루앙이라는 사원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치앙마이 여행시 거의 필수로 둘러보는 곳이기도 하다.


왓 체디루앙 내에는 존경 받았던 스님이었던 듯 곳곳에서 사진이 걸려있었고, 이렇게 밀랍인형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마 멀리서 보면 사람처럼 보여서 깜짝 놀랄듯 했다.


밖으로 나가보면 뒤쪽에 거대한 탑을 볼 수가 있었다.


어찌나 크던지 카메라에 담기도 힘들었다. 왓 체디루앙의 가장 대표적인 이 탑은 확실히 거대하고 대표적인 건축물임에 틀림이 없었다. 꼭대기 사면에는 불상이 있었고, 중간지점에는 코끼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단순히 내 추측이지만 나가로 보이는 조형물이 있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걸었더니 너무나 피곤했다. 나는 그늘에 앉아서 멍하니 쉬고 있었다. 간혹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탑 앞에 서서 사진을 몇 방 찍고는 이동했다.


이 사원의 내부에는 기부함이 있었는데 독특하게도 사원에서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이 사원 내부에는 많은 강아지들이 체류하고 있었는데 이 기부로 먹이를 주고, 병에 걸린 강아지들을 치료해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무거워진 엉덩이를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는 이 불탑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종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었다.


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게 생겼던 불상들도 있었다.


왓 체디루앙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너무 더워서 그런지 갈증이 심하게 몰려왔다. 갑자기 시원한 아이스 커피가 너무나 땡겼다. 우선 타페 게이트 근처로 천천히 걸어갔다. 진짜 낮에는 너무나 더웠다.


약간은 허름해 보이지만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였던 한 카페에 들어갔다. 벽에는 온통 사진과 각 국에서 날아온 편지들로 가득했다. 꽤나 오래되고 인기가 많은가 보다. 나는 시원한 아이스 카페모카를 주문했는데 가격은 무려 55밧이었다. 좀 웃기는 일이었다. 나는 빈곤한 배낭여행자로 100밧짜리 허름한 방에서 자는데 커피의 가격은 무려 55밧이나 되었다. 이런게 된장남일까?

커피는 그런데로 달달하니 괜찮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고, 나도 그 무리에 섞여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다만 너무 심심했다는게 문제였다.


타페 게이트 앞에 있는 식당에서는 치앙마이 3D지도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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