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은 미얀마 최대의 도시로써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수도였다. 하지만 미얀마를 지배하는 군사정부가 2005년에 강제로 네피도로 수도를 이전했고, 현재는 그냥 미얀마의 최대 도시이다. 미얀마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여전히 양곤이 수도로 느껴진다. 확인해 보지는 않아서 일반 관광객이 네피도를 방문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술레 파고다를 멍하니 지켜보는 것도 잠시 이제는 이 어두컴컴한 도시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숙소를 찾아야 했다. 거대한 도시라고 여겨졌지만 실제로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너무 어두워서 '이렇게 돌아다니는것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내 예상대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지도에서 봤던 숙소가 보였다. 먼저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부터 찾아갔는데 Full이라는 간단한 대답을 들었다. 골목을 다시 빠져나와 보았던 가든 게스트하우스 역시 방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를 어쩐다?
나는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와 가든 게스트하우스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부 다 방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술레 파고다 옆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라서 그런지 인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든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외국인 2명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나는 방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면서 이 외국인들에게 어디서 묵고 있냐고 다시 물어봤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들은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든 게스트하우스를 가리키기도 했는데 나는 거기도 가득 찼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가든 게스트하우스의 옆에 있었던 무지 허름했던 게스트하우스를 볼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거기를 가볼까 생각할 때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한 아저씨가 나를 안내했다. 이 아저씨는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를 보며 친구라고 얘기하면서 게스트하우스를 알려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던 게스트하우스라서 그렇지 않아도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멀뚱거리는 나를 보며 계속 손짓을 했다. 혹시 아까 택시에서 봤던 아저씨들처럼 친절한 사람이라서 그런걸까?
보기에도 굉장히 허름한 건물이었는데 4층에 올라가니 게스트하우스가 나왔다. 할아버지께서 카운터에 계셨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4달러로 무척 저렴했다. 일단 가격은 만족스러웠고, 방은 그냥 더블침대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고 선풍기 하나만 있었다. 솔직히 시설은 정말 별로였다. 하지만 이 늦은 시각에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곤했다. 그래서 체크인하기로 생각했다. 어차피 난 싼 게스트하우스가 더 우선이었던 것이다.
할아버지께 체크인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자 옆에 따라왔던 중년의 아저씨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보더니 손가락을 하나 올렸다. 결국 1달러 하나 달라는 뜻으로 쫓아왔던 모양인데 나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역시 그런 목적이었나? 하지만 내가 싫다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니 내 눈치만 살살 살피더니 이후로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체크인을 한 뒤에 할아버지께 환전을 할 수 없냐고 물어봤는데 내일 하는게 좋다고 말해주면서 내가 원한다면 이 곳에서도 환전을 약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1달러에 950짯이라고 했는데 너무 낮은게 아닌가 싶어서 아래로 내려가 맥주를 마시던 외국인들에게 물어봤다. 보통 1000짯인데 당장 필요하다면 지금 이 시각에 950짯이면 괜찮을거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서 할아버지께 10달러만 환전했다. 어쨋든 허름해 보이는 이 게스트하우스였지만 무척이나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다.
내려와서 가든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에는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다. 어두컴컴한 밤에 만난 이 외국인 2명은 이미 여행을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한 명은 호주인 리, 다른 한 명은 프랑스인이라고 했던 살린이었다. 프랑스인은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상당히 능숙했다. 500짯짜리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들은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거리를 걸었다.
내가 있었던 곳을 조금 벗어나니 무척 재미있는 풍경이 나타났다. 보통 이렇게 늦은 시각에는 다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게 일반적인데 여기는 전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어쩌면 차에 알콜을 넣었던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술 마시는 사람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세상은 정말 칠흙같이 어두웠고, 양곤이 미얀마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너무 어두컴컴해서 이렇게 길을 걷는것 조차도 위험한 것이 아닌지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무래도 혼자 다니는 나로써는 외국인이라는 티가 팍팍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화려했던 것은 술레 파고다 뿐이었다.
택시를 타고 봤을 때 거리가 깨끗했다는 말은 취소해야 겠다. 길을 걷는 인도에는 쓰레기가 가득했고, 그 사람이 걷는 보도블럭조차도 제대로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서 발밑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빠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거리의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고, 즐거움이 솟구치고 있었다. 치마 비슷한 옷을 입은 남자들의 모습(미얀마 전통 의상인 롱지라고 함),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삼삼오오 차를 마시는 모습, 외국인인 나를 보며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까지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목마름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책에서 보았던 미얀마의 차라고 불리는 '러펫예'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음식을 팔고 있는 곳으로 가서 러펫예를 하나 주문하고 우리나라 갈비찜과 비슷한 음식이 있길래 그것도 주문했다. 목욕탕 의자에 나도 철푸덕 주저 앉아서 거리를 지켜봤다.
이윽고 나온 러펫예는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라 차에 네스카페라고 선명하게 써있는 커피를 줬다. 처음 주문할 때 러펫예라고 말을 했는데 뒤이어 "네스카페?"라고 물어본게 커피로 줄꺼냐는 물음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한밤 중에 커피 한잔을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나왔던 알 수 없던 고기 덮밥은 아까 전에 불빛에서 봤던 것보다도 훨씬 검은색으로 도무지 무슨 고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건 과연 무슨 맛일까? 나의 첫 미얀마 음식이라는 생각에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덮썩 물고는 몇 번 씹었다.
'젠장... 실패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이 알 수 없는 맛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카레 맛이 나는데 고기는 덜익은 듯 물컹물컹한게 질기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는 없어서 거의 억지로 밥만 허겁지겁 입으로 밀어 넣었다. 겨우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을 들이키고 1400짯을 냈다.
고작해야 10시 좀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얀마는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나 보다. 너무 어둡기도 해서 할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왔는데 아이들이 문 앞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가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이 곳 역시 그들의 집이었던 것이다. 너무 어두운 밤에 도착했던 양곤이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이상하게 지켜보면 지켜볼 수록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날이 밝으면 더 재미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레 파고다를 멍하니 지켜보는 것도 잠시 이제는 이 어두컴컴한 도시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숙소를 찾아야 했다. 거대한 도시라고 여겨졌지만 실제로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너무 어두워서 '이렇게 돌아다니는것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내 예상대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지도에서 봤던 숙소가 보였다. 먼저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부터 찾아갔는데 Full이라는 간단한 대답을 들었다. 골목을 다시 빠져나와 보았던 가든 게스트하우스 역시 방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를 어쩐다?
나는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와 가든 게스트하우스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부 다 방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술레 파고다 옆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라서 그런지 인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든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외국인 2명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나는 방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면서 이 외국인들에게 어디서 묵고 있냐고 다시 물어봤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들은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든 게스트하우스를 가리키기도 했는데 나는 거기도 가득 찼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가든 게스트하우스의 옆에 있었던 무지 허름했던 게스트하우스를 볼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거기를 가볼까 생각할 때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한 아저씨가 나를 안내했다. 이 아저씨는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를 보며 친구라고 얘기하면서 게스트하우스를 알려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던 게스트하우스라서 그렇지 않아도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멀뚱거리는 나를 보며 계속 손짓을 했다. 혹시 아까 택시에서 봤던 아저씨들처럼 친절한 사람이라서 그런걸까?
보기에도 굉장히 허름한 건물이었는데 4층에 올라가니 게스트하우스가 나왔다. 할아버지께서 카운터에 계셨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4달러로 무척 저렴했다. 일단 가격은 만족스러웠고, 방은 그냥 더블침대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고 선풍기 하나만 있었다. 솔직히 시설은 정말 별로였다. 하지만 이 늦은 시각에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곤했다. 그래서 체크인하기로 생각했다. 어차피 난 싼 게스트하우스가 더 우선이었던 것이다.
할아버지께 체크인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자 옆에 따라왔던 중년의 아저씨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보더니 손가락을 하나 올렸다. 결국 1달러 하나 달라는 뜻으로 쫓아왔던 모양인데 나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역시 그런 목적이었나? 하지만 내가 싫다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니 내 눈치만 살살 살피더니 이후로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체크인을 한 뒤에 할아버지께 환전을 할 수 없냐고 물어봤는데 내일 하는게 좋다고 말해주면서 내가 원한다면 이 곳에서도 환전을 약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1달러에 950짯이라고 했는데 너무 낮은게 아닌가 싶어서 아래로 내려가 맥주를 마시던 외국인들에게 물어봤다. 보통 1000짯인데 당장 필요하다면 지금 이 시각에 950짯이면 괜찮을거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서 할아버지께 10달러만 환전했다. 어쨋든 허름해 보이는 이 게스트하우스였지만 무척이나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다.
내려와서 가든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에는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다. 어두컴컴한 밤에 만난 이 외국인 2명은 이미 여행을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한 명은 호주인 리, 다른 한 명은 프랑스인이라고 했던 살린이었다. 프랑스인은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상당히 능숙했다. 500짯짜리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들은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거리를 걸었다.
내가 있었던 곳을 조금 벗어나니 무척 재미있는 풍경이 나타났다. 보통 이렇게 늦은 시각에는 다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게 일반적인데 여기는 전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어쩌면 차에 알콜을 넣었던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술 마시는 사람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세상은 정말 칠흙같이 어두웠고, 양곤이 미얀마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너무 어두컴컴해서 이렇게 길을 걷는것 조차도 위험한 것이 아닌지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무래도 혼자 다니는 나로써는 외국인이라는 티가 팍팍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화려했던 것은 술레 파고다 뿐이었다.
택시를 타고 봤을 때 거리가 깨끗했다는 말은 취소해야 겠다. 길을 걷는 인도에는 쓰레기가 가득했고, 그 사람이 걷는 보도블럭조차도 제대로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서 발밑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빠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거리의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고, 즐거움이 솟구치고 있었다. 치마 비슷한 옷을 입은 남자들의 모습(미얀마 전통 의상인 롱지라고 함),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삼삼오오 차를 마시는 모습, 외국인인 나를 보며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까지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목마름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책에서 보았던 미얀마의 차라고 불리는 '러펫예'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음식을 팔고 있는 곳으로 가서 러펫예를 하나 주문하고 우리나라 갈비찜과 비슷한 음식이 있길래 그것도 주문했다. 목욕탕 의자에 나도 철푸덕 주저 앉아서 거리를 지켜봤다.
이윽고 나온 러펫예는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라 차에 네스카페라고 선명하게 써있는 커피를 줬다. 처음 주문할 때 러펫예라고 말을 했는데 뒤이어 "네스카페?"라고 물어본게 커피로 줄꺼냐는 물음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한밤 중에 커피 한잔을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나왔던 알 수 없던 고기 덮밥은 아까 전에 불빛에서 봤던 것보다도 훨씬 검은색으로 도무지 무슨 고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건 과연 무슨 맛일까? 나의 첫 미얀마 음식이라는 생각에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덮썩 물고는 몇 번 씹었다.
'젠장... 실패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이 알 수 없는 맛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카레 맛이 나는데 고기는 덜익은 듯 물컹물컹한게 질기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는 없어서 거의 억지로 밥만 허겁지겁 입으로 밀어 넣었다. 겨우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을 들이키고 1400짯을 냈다.
고작해야 10시 좀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얀마는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나 보다. 너무 어둡기도 해서 할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왔는데 아이들이 문 앞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가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이 곳 역시 그들의 집이었던 것이다. 너무 어두운 밤에 도착했던 양곤이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이상하게 지켜보면 지켜볼 수록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날이 밝으면 더 재미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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