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길어지면서 느껴지는 무기력함에 나의 의지가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기대하던 미얀마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특히 한 곳에 머물러 있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로써는 두려움의 장소였던 미얀마가 너무 너무 기대가 되었다. 미얀마로 가기 D-1, 이제 마냥 즐거웠던 카오산로드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졌다.
항상 여행할 때 만큼은 부지런했던 내가 이상할 정도로 게을러진 시기였는데 아침도 아닌 무려 11시에 일어났다. 지난 밤에 프랑스인들과 늦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건 아마도 카오산로드에선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하고 있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몸이 저절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다.
뒤늦게 일어나 거리에서 파는 20밧짜리 망고 쉐이크를 먹으면서 유유히 걸었다. 돌아다니다가 티셔츠를 하나 구입하기도 했고, PC방에 가서 인터넷도 1시간 했다. 이제는 여기가 우리 동네 같다고 느껴졌다.
매번 똑같고, 이제는 질릴 정도로 익숙해진 카오산로드의 골목을 돌아다닐 때 쯤 아주머니 한 분이 아는체를 하셨다. 자세히보니 며칠 전에 치앙마이에 올라가던 버스에서 만났던 어머니와 아들 여행자였던 것이다. 짧게 만났기 때문에 더이상 말을 잇지는 못했지만 그 짧은 만남도 잊지 않으시고 다시 알아보시니 나 역시 반가웠다. 비록 인사만 간단히 건네고 헤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람부트리에서 카오산로드로 가는 길목에는 캔으로 뚝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것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풍경이었는데 거대한 뚝뚝 모형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섰다. 거리에 풀썩 주저앉아 뚝뚝을 만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였다.
Phra Sumen Fort쪽으로 가니 어제에 이어서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밤이 되면 뭔가 진행이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태국인들과 어우러진 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아무데서나 앉아서 이 곳에서 산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나도 그들의 축제에 동참하고자 소세지 하나를 사서 먹었다. 딱 10밧짜리였지만 맛은 괜찮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에 풍선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의 모습이 재미있어 사진을 찍었다.
숙소에서는 그냥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꽤 오랫동안 숙소에만 있다가 배가 고파서 밖으로 나가봤다. 아까 전에 보았던 Phra Sumen Fort 부근이 어떻게 변했나 싶어서 다시 찾아가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축제나 혹은 행사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대체 뭘까? 마치 신화속의 형상들처럼 일반 동물들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딱히 자세한 의미를 알 수가 없어서 그냥 구경만 했다.
사실 이 행사가 무얼 의미하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었는데 대충 낌새로는 1월 1일이었던 태국의 새해를 기념하는 행사로 보여졌다.
근데 바로 맞은편에도 다른 무대가 있어 이쪽에도 독자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행사들 보다도 나에게는 먹거리가 눈에 더 띄었다.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을 무렵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이 지냈던 한 여자분과 우연히 만났다. 도미토리에서 지냈기 때문에 같은 방에 있었던 분이었는데 나무 앞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잠깐이나마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어째 혼자만의 식사를 하고 계셨던 분이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헤어졌다.
방콕이 외국인들에게 정말 인기있는 여행지이기도 하고, 카오산로드 주변은 외국인이 태국인보다 더 많아 보일 정도인데 신기하게도 여기는 태국인이 정말 많았다. 밤이 되니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이 곳을 거닐면서 사진도 찍고, 음식도 먹으면서 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먹을 것만 살펴봤다.
무얼 도전해 볼까 하다가 그냥 신기하게 느껴졌던 요리를 선택했다. 아마 메츄리알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냥 별 맛은 없었는데 엄청나게 뿌려진 후추 덕분에 먹는게 참 힘들었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함께 하는 축제가 맞는듯 어린 아이들은 여러 게임을 통해서 상품을 얻어갈 수 있었다. 대부분은 과자나 사탕 종류였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가장 메인 무대였던 곳에서 사회자들의 소개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었다. 외국인들도 배려를 하는듯 태국어로 말을 하면 그 다음에 영어로 통역을 해주는데 너무 형편없었다. 영어를 하긴 했는데 알아듣기는 커녕 이게 영어인지 태국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무언지 모르겠지만 그냥 구경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바닥에 주저 앉아서 말이다.
이해도 안 되고 중요한건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이 곳에서 빠져 나왔다.
1월 1일에도 이렇게 카오산로드에서 방황을 하다니 나도 참 어처구니 없었다. 이제는 카오산로드도 지겨워졌다. 왜 예전에 태국을 여행했을 때 어떤 사람이 가능하면 빨리 방콕을 벗어나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거 같았다. 방콕에만 있어도 즐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진짜 자신의 여행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너무 심심해서 팟타이와 함께 맥주 한 잔 마셔야 겠다고 생각했다.
팟타이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걸으면서 어디서 맥주를 마실까 하다가 그냥 목욕탕 의자만 가득한 곳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은 슬펐지만 이것만 먹고 숙소로 돌아가면 괜찮을거 같았다. 그냥 거리를 바라보며 맥주만 마시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 앉아있는 여자분이 나를 계속 힐끔 힐끔 보더니 끝내 말을 걸었다.
"한국 사람이세요?"
한국인이었다. 왜 나보고 혼자 술을 먹고 있냐고 물은 뒤 여기서 같이 마시자고 했다. 그 여자분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태국인 여자 1명, 남자 1명이었고, 나는 그 무리에 합류해서 약간은 어색하게 맥주를 같이 마셨다.
재미있는 조합이긴 했지만 사실 말이 잘 나오지도 않았고, 어떤 언어를 써야 할지도 막막했다. 여자분은 한국인이었지만 그렇다고 한국말로 말을 하면 실례일거 같았는데 그 여자분의 태국어가 수준급이어서 계속 통역을 해주긴 했다. 뭐 태국인들과는 영어로 말을 하면 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긴 했다.
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가게에 갔는데 그분들이 흔쾌히 맥주도 사주셨다. 얻어먹는 것은 좋긴 하지만 친해지지 않은 상태라 그런지 무척 어색했다. 게다가 이 술집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던 곳으로 상당히 시끄러워서 사람들과 더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노래도 무척 잘 불렀다.
재미있었던 것은 원래 팁을 주는 상자가 있는데도 한 외국인이 쟁반에다가 사람들의 팁을 모아가지고는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쟁반을 들어올리면서 받아달라는 행동을 했다.
노래는 끊이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몇 곡을 부르더니 이내 다른 사람이 자리에 앉아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덕분에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나 이 어색한 무리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냥 노래를 듣는 자체를 즐겼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안주로 이것 저것 챙겨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그들과 함께 한 뒤에 숙소에 돌아오니 1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2010년 1월 2일, 이제 미얀마로 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항상 여행할 때 만큼은 부지런했던 내가 이상할 정도로 게을러진 시기였는데 아침도 아닌 무려 11시에 일어났다. 지난 밤에 프랑스인들과 늦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건 아마도 카오산로드에선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하고 있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몸이 저절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다.
뒤늦게 일어나 거리에서 파는 20밧짜리 망고 쉐이크를 먹으면서 유유히 걸었다. 돌아다니다가 티셔츠를 하나 구입하기도 했고, PC방에 가서 인터넷도 1시간 했다. 이제는 여기가 우리 동네 같다고 느껴졌다.
매번 똑같고, 이제는 질릴 정도로 익숙해진 카오산로드의 골목을 돌아다닐 때 쯤 아주머니 한 분이 아는체를 하셨다. 자세히보니 며칠 전에 치앙마이에 올라가던 버스에서 만났던 어머니와 아들 여행자였던 것이다. 짧게 만났기 때문에 더이상 말을 잇지는 못했지만 그 짧은 만남도 잊지 않으시고 다시 알아보시니 나 역시 반가웠다. 비록 인사만 간단히 건네고 헤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람부트리에서 카오산로드로 가는 길목에는 캔으로 뚝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것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풍경이었는데 거대한 뚝뚝 모형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섰다. 거리에 풀썩 주저앉아 뚝뚝을 만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였다.
Phra Sumen Fort쪽으로 가니 어제에 이어서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밤이 되면 뭔가 진행이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태국인들과 어우러진 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아무데서나 앉아서 이 곳에서 산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나도 그들의 축제에 동참하고자 소세지 하나를 사서 먹었다. 딱 10밧짜리였지만 맛은 괜찮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에 풍선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의 모습이 재미있어 사진을 찍었다.
숙소에서는 그냥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꽤 오랫동안 숙소에만 있다가 배가 고파서 밖으로 나가봤다. 아까 전에 보았던 Phra Sumen Fort 부근이 어떻게 변했나 싶어서 다시 찾아가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축제나 혹은 행사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대체 뭘까? 마치 신화속의 형상들처럼 일반 동물들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딱히 자세한 의미를 알 수가 없어서 그냥 구경만 했다.
사실 이 행사가 무얼 의미하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었는데 대충 낌새로는 1월 1일이었던 태국의 새해를 기념하는 행사로 보여졌다.
근데 바로 맞은편에도 다른 무대가 있어 이쪽에도 독자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행사들 보다도 나에게는 먹거리가 눈에 더 띄었다.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을 무렵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이 지냈던 한 여자분과 우연히 만났다. 도미토리에서 지냈기 때문에 같은 방에 있었던 분이었는데 나무 앞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잠깐이나마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어째 혼자만의 식사를 하고 계셨던 분이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헤어졌다.
방콕이 외국인들에게 정말 인기있는 여행지이기도 하고, 카오산로드 주변은 외국인이 태국인보다 더 많아 보일 정도인데 신기하게도 여기는 태국인이 정말 많았다. 밤이 되니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이 곳을 거닐면서 사진도 찍고, 음식도 먹으면서 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먹을 것만 살펴봤다.
무얼 도전해 볼까 하다가 그냥 신기하게 느껴졌던 요리를 선택했다. 아마 메츄리알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냥 별 맛은 없었는데 엄청나게 뿌려진 후추 덕분에 먹는게 참 힘들었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함께 하는 축제가 맞는듯 어린 아이들은 여러 게임을 통해서 상품을 얻어갈 수 있었다. 대부분은 과자나 사탕 종류였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가장 메인 무대였던 곳에서 사회자들의 소개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었다. 외국인들도 배려를 하는듯 태국어로 말을 하면 그 다음에 영어로 통역을 해주는데 너무 형편없었다. 영어를 하긴 했는데 알아듣기는 커녕 이게 영어인지 태국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무언지 모르겠지만 그냥 구경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바닥에 주저 앉아서 말이다.
이해도 안 되고 중요한건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이 곳에서 빠져 나왔다.
1월 1일에도 이렇게 카오산로드에서 방황을 하다니 나도 참 어처구니 없었다. 이제는 카오산로드도 지겨워졌다. 왜 예전에 태국을 여행했을 때 어떤 사람이 가능하면 빨리 방콕을 벗어나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거 같았다. 방콕에만 있어도 즐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진짜 자신의 여행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너무 심심해서 팟타이와 함께 맥주 한 잔 마셔야 겠다고 생각했다.
팟타이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걸으면서 어디서 맥주를 마실까 하다가 그냥 목욕탕 의자만 가득한 곳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은 슬펐지만 이것만 먹고 숙소로 돌아가면 괜찮을거 같았다. 그냥 거리를 바라보며 맥주만 마시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 앉아있는 여자분이 나를 계속 힐끔 힐끔 보더니 끝내 말을 걸었다.
"한국 사람이세요?"
한국인이었다. 왜 나보고 혼자 술을 먹고 있냐고 물은 뒤 여기서 같이 마시자고 했다. 그 여자분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태국인 여자 1명, 남자 1명이었고, 나는 그 무리에 합류해서 약간은 어색하게 맥주를 같이 마셨다.
재미있는 조합이긴 했지만 사실 말이 잘 나오지도 않았고, 어떤 언어를 써야 할지도 막막했다. 여자분은 한국인이었지만 그렇다고 한국말로 말을 하면 실례일거 같았는데 그 여자분의 태국어가 수준급이어서 계속 통역을 해주긴 했다. 뭐 태국인들과는 영어로 말을 하면 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긴 했다.
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가게에 갔는데 그분들이 흔쾌히 맥주도 사주셨다. 얻어먹는 것은 좋긴 하지만 친해지지 않은 상태라 그런지 무척 어색했다. 게다가 이 술집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던 곳으로 상당히 시끄러워서 사람들과 더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노래도 무척 잘 불렀다.
재미있었던 것은 원래 팁을 주는 상자가 있는데도 한 외국인이 쟁반에다가 사람들의 팁을 모아가지고는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쟁반을 들어올리면서 받아달라는 행동을 했다.
노래는 끊이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몇 곡을 부르더니 이내 다른 사람이 자리에 앉아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덕분에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나 이 어색한 무리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냥 노래를 듣는 자체를 즐겼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안주로 이것 저것 챙겨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그들과 함께 한 뒤에 숙소에 돌아오니 1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2010년 1월 2일, 이제 미얀마로 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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