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산에 가기 전에 작은 길을 통해서 우리는 뽀빠산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잠깐 사진만 찍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뽀빠산 앞으로 가면 전체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거 같아서 이 곳에서 천천히 더 구경하기로 했다. 우리 외에도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 길을 따라 걸어온 뒤에 뽀빠산의 사진 담는데 열중하기도 했다.
뽀빠산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로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
뽀빠산의 신비로움을 지켜보는 그 때 사방에서 개가 짖어댔다. 괜찮다고 말을 해도 이빨을 드러내는 개들 때문에 무서웠다. 그래도 꿋꿋하게 뽀빠산을 감상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잠잠해졌다고 생각했던 개들이 더욱 매섭게 접근하면서 달려드는데 이젠 장난이 아니었다. 덕분에 우리는 쫓겨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바간에서 항상 함께 동행했던 러시아인 비키가 뽀빠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줬다.
뽀빠산 관광객을 대상으로 아이들이 역시나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여기는 엽서나 과일말고도 돌도 팔고 있었다. '뽀빠스톤'이라고 부르면서 아이들이 손으로 흔드는데 신기하게도 안에서 굴러가는 돌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돌 안에 돌이 들어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돌을 살 정도로 여유로운 여행자는 아니었다. 다만 비키는 바나나를 몇 개 구입했다.
다시 차를 타고 조금 더 달리니 이번에는 더 확연하게 드러나는 뽀빠산이 보였다. 택시 드라이버는 이 곳이 더 좋은 포인트라고 알려줬는데 이미 지나왔던 곳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그런지 금방 차에 올라탔다.
뽀빠산 입구에 도착하니 원숭이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뽀빠산에 원숭이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하던데 입구에서부터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택시 드라이버는 우리가 내려올 때까지 이 근처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자~ 이제 저 높은 뽀빠산으로 올라가 볼까?
입구에서부터 기념품 가게들이 보이긴 했지만 다른곳처럼 물건 강매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시원한 코카콜라, 물이 있다고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긴 했다.
계단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천천히 올라가기로 했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신발을 벗고 올라갔는데 뽀빠산 계단에 올라갈 때는 조심해야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수 많은 원숭이들 때문인데 계단을 오를 때 원숭이들의 대소변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념품 상점들이 끝나자 입구와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뽀빠산은 입장료가 없었던 곳이었고, 우리는 간단히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과 국적을 쓰고 올라갈 수 있었다.
계단은 좀 많았지만 그리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계단을 청소하고 있어서 예상보다 계단이 훨씬 깨끗했다. 다만 이들은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클리닝 도네이션Cleaning Donation'이라고 말을 하면서 돈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클리닝 도네이션이라는 말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황금 돌덩이 앞에 도착했는데 상당히 심한 낙서로 엉망이었다. 분명 의미있는 황금돌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낙서때문에 지저분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기념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할 수 없이 맞은편 돌 위에 올려 놓고 힘들게 각도를 맞춰본 뒤에 타이머로 찍었다. 바간 여행의 시작부터 함께 했던 러시아인 비키, 그리고 이탈리안 커플 마시모, 바라밤은 다들 너무 착했다.
이 곳은 정상에 가까웠던 곳으로 꽤 높았던 곳이었다.
계단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니 불교 사원을 비롯해서 낫(미얀마 무속신앙)이 있었다. 너무 높아 보여서 힘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뽀빠산 오르는데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았다. 날씨는 무척 더웠어도 뽀빠산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게 불던지 약간의 땀도 금방 말라버렸다.
미얀마 불교 사원에 꼭 하나씩은 있던 독특한 기부함이었는데 바라밤은 자신의 동물에 1000짯을 집어 넣고 아래에 있던 등을 켰다. 옆에 있던 아저씨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덕분에 나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어떻게 기부를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시모가 뽀빠산의 계단이 몇 개냐고 물어보니 777개라고 했다. 보통 7이라는 숫자는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미얀마도 좋아하는가 보다. 의도적으로 777개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뽀빠산 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밀조밀하게 우리가 지나온 마을이 보였다. 뽀빠산 정상에 있는 사원을 구경하고, 아래에 있는 세상을 내려다 보는 것이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대리석같이 깔려있던 바닥에 앉아서는 바람을 쐬며 주변 경치를 구경했던 것이다.
같이 뽀빠산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아직 친해지지 않았던 이탈리안 커플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 우리는 어글리 이탈리안을 보게 되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무례하게 행동했던 아저씨뻘의 사람들이었는데 그걸 지켜보던 마시모와 바라밤이 미안하다고 대신 사과를 했다. 나 역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면서 어글리 관광객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는 뽀빠산 위에서 딸랑따랑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불경외는 소리에 취해 한참동안 바닥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멋있는 경치는 아니지만 시원하고 좋았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라는 다소 철학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야 완전 자유로운 여행자였기 때문에 30분 넘게 오랜 시간동안 앉아있었다. 이래서 자유여행이 좋다. 우리가 원하는만큼 앉아 있다가 지루할 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뽀빠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가던 계단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까 전에 울렸던 딸랑거리던 종소리는 다름이 아니라 이 곳에 매달린 종들이 바람에 의해서 울렸던 것이었다.
사나웠던 원숭이들이었지만 사람들 옆에 가까이 오자 무척 신기했다. 다만 이들은 사람과 친했던 것은 아니니 만졌다가는 공격적인 그들의 행동에 깜짝 놀라기 마련이다.
뽀빠산이 지겨워질만큼 바람을 쐬다가 우리는 이제 슬슬 내려가기로 했다.
계단을 따라 뽀빠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니 뜨거운 태양을 그대로 맞아서 그런지 상당히 덥긴 했다. 주차되어 있었던 빨간 지프차를 찾아가니 잠시 후에 운전사 아저씨가 왔다. 그러고는 비키에게 과일 봉지를 하나 내밀었다. 비키가 샀었던 과일을 원숭이들이 와서 훔쳐가서 과일을 새로 샀다는 것이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무려 원숭이들이 2번이나 훔쳐갔다고 했다. 비키는 안 샀어도 괜찮다고 안 받으려고 했지만 아저씨도 역시 받지 않았다. 무뚝뚝해 보였던 아저씨였는데 생각보다 무척 괜찮았다.
우리는 다시 이 빨간 지프차를 타고 바간으로 돌아갔다.
한참을 달리다가 어떤 공터에서 멈춰서더니 기름을 채워넣었다. 생각해보니 주유소가 없었던 이 곳에서 이렇게 기름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냥 기름을 붓는 장면이었는데도 그냥 신기하게 여겨졌다.
바간으로 돌아오니 무지하게 얼굴과 팔이 뜨거워지면서 따가웠다. 오픈카였던 차를 타고 바간과 뽀빠산을 왕복하다 보니 뜨거운 태양빛에 정말 제대로 살이 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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