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찍 일어나 이탈리안 커플이 있었던 게스트하우스로 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전 날 나에게 일출을 같이 보러가고 싶으면 새벽 5시에 오라고 해서 갔었는데 약 20분간 기다려봐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출발한듯 보였다.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잤다.
아침 8시쯤 일어나서 게스트하우스 로비로 가니 직원들이 아침을 먹으라며 옥상으로 올라가라고 얘기해줬다. 여기는 식당이 옥상에 있었는데 야외에서 먹는 아침도 꽤나 괜찮았다. 또 아침이라 그런지 살짝 시원한 느낌까지 들어서 기분도 좋고,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해가 뜨기 시작하면 햇빛과 더위에 마냥 좋지만은 않다.
미얀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연 게스트하우스에 아침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여기는 우리가 전에 머물렀던 곳보다도 아침이 더 괜찮았다. 아침으로는 빵, 오렌지쥬스, 커피, 오믈렛이 나왔고 과일은 만다린과 수박이 나왔다. 혼자 아침을 먹고 있는데 잠시 후에 비키가 아침을 먹으러 올라왔다.
"모닝~"
가볍게 인사를 하고 비키는 내 앞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바간을 돌아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비키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면서 강가쪽으로 가고 싶어했다. 아니 다 큰 어른이 자전거를 못 탄다니 놀리면서 웃었더니 나중에 자전거를 빌리면 그것 좀 타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어쨋든 그런 이유로 오늘은 따로 다니자고 했다.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1500짯짜리 자전거를 빌려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이게 엄청난 고통이 될 지는 나도 알지 못했다. 나의 목표는 냥우에서부터 올드바간을 거쳐 뉴바간까지 가는 것이었다. 이 거리는 마차로 가도 무지하게 오래 걸리는 매우 먼 거리였다.
고작해야 냥우를 빠져나갔을 뿐인데도 내 다리는 엄청난 고통에 휩싸였다. 자전거가 너무 뻑뻑하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바간지역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내가 실수한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태양은 떠오르고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냥우를 벗어나 가장 가까이 있었던 커다란 사원에서 멈췄다. 이젠 이런 파고다만 봐도 질릴정도로 너무 많이 보아왔지만 그래도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런지 왠만한 사원은 다 들러보려고 했던 것이다.
솔직히 이젠 이름도 기억하기 힘들정도였다.
여기에는 중심부 사면에 부처상이 있었는데 모습이 전부 다 틀렸다. 여기서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위로 올라가 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위로 올라가니 높지는 않아도 바간의 수 많은 파고다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간에는 이렇게 크고 작은 파고다가 수 천개가 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긴 대단했다. 아무리 질릴정도로 봤던 파고다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아주머니가 물건을 구경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있긴 했지만 나는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다시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탔다. 곧바로 도착한 곳은 탈로민로 파고다였다. 여기는 그래도 꽤 유명한듯 하니 꼭 가봐야할거 같아서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가봤다
탈로민로 파고다는 46미터로 바간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여기에는 황금 부처상이 있었는데 역시 모습이 각기 다 틀렸다. 개인적으로 내가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부처상의 얼굴이나 모습들이 이렇게 다 다른게 조금 신기하기도 하면서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탈로민로 파고다에는 사방에 문이 있는데 그 문을 따라가보면 이렇게 기념품을 파는 곳이 나타났다. 평소와 다른 독특한 물건들이 있어서 잠시 구경을 했는데 한 소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역시나 물건을 사달라는 이야기였는데 나는 돈이 없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녀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면서 탈로민로 파고다를 잘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알고 있다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맨발인 상태로 땅바닥을 내려온 후에 탈로민로 파고다의 뒷편에 있던 작은 건축물의 아래로 내려간 후에 좁은 계단을 따라서 올라갔다. 소녀는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미소를 머금고는 나에게 빨리 올라오라고 재촉했다.
올라와보니 역시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장애물 없이 360도 주변을 다 볼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바로 탈로민로 파고다가 보였다. 그러니까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으면 탈로민로 파고다를 담을 수 없었지만 이 곳에서는 아주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었다. 나를 따라왔던 미국인 부부와 잠시 이야기도 하다가 나를 안내했던 소녀와도 이야기를 했다. TV에서 한국말을 많이 들었는지 몇 개의 한국말은 할 수 있었다.
이 소녀는 아주 쉽게 나에게 '오빠'라고 불렀는데 내 다음 목적지가 만달레이기 때문에 만달레이를 가본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근데 이 소녀는 만달레이는 커녕 바간을 벗어나 본적이 없었다. 그래도 미소를 머금고 나를 안내하던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여기서 내려올 때도 잘가라는 인사만 할 뿐 물건을 팔려고 하지도 않았다. 너무 착해서 그런지 인사를 하고 고맙다고 손을 흔들었다.
바간 여행 3일차 되는 때에는 이제 파고다보다는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바간을 50년 전의 과거라고 표현을 한다면 외형적인 것들도 있겠지만 그건 아마 때묻지 않고 순수한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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