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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from?"

어김없이 물어보는 아이들의 질문에 '코리아'라고 답하면 아이들의 눈은 휘둥그레지면서 엽서를 파는 것을 그만두고 엄청난 질문을 쏟아내곤 했다. 그러면서 대뜸 물어본다는 것이 "오빠! 오빠! 두 유 노 은서?" 라는 것이었다. 

은서? 아니 한국 인구가 5000만이나 되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아냐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문뜩 드라마 <가을동화>의 여주인공이 은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어 아이들이 "은서 알아? 그럼 구준표는?" 라고 물어보는데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접어 놓은 연예인 사진이나 스티커 등을 보여주며 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한국 여행객들을 물어보는줄 알았는데 이들은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평소에도 드라마를 잘 보지는 않았고, 내가 호주에 있는 동안 방영되었던 <꽃보다 남자>도 보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드라마들은 워낙 유명해서 몇 명의 주인공은 알고 있던 상태였다. 


여기는 미얀마 최대 관광지이자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라 불리는 바간이다. 캄보디아의 잃어버린 도시 '앙코르 유적'과 비교될 정도로 엄청난 곳이지만 주변의 모습은 5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영락없는 시골 마을이다. 

바간에는 엄청나게 많은 파고다가 사방에 산처럼 솟아있는데 사람들은 파고다 앞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그림이나 수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아이들도 관광객을 발견하면 너나할거 없이 뛰어가 엽서를 사달라고 조른다. 이런 모습만 보면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의 풍경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바간은 조금 달랐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에게 말을 걸거나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으레 '오빠'. '안녕하세요' 라며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이 아이들은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와는 참으로 인연이 없다고 생각되고, 막연히 군부가 정치를 잡고 있는 '이상한 나라'로 여겨지는 미얀마 내에는 사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실로 놀라웠다. 어느정도 수준이었냐면 저녁 황금시간대 TV에는 항상 한국 드라마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것도 더빙이 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더빙이 되지 않은 한국어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한국어를 따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유창한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가벼운 인사말은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실 배낭여행을 하던 내가 TV가 있던 방을 이용한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그래도 가끔 지나가면서 찻집의 TV를 보면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드라마 그것도 사극을 아주 몰두하고 있었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마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라는 대사를 옆에서 들으니 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게 궁금하기도 했다. 나 혼자 제대로된 뜻을 알고 있으니 옆에서 히죽거리며 웃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TV에 나오는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니 옆에 있었던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며 재미있어 했다. 

미얀마 배낭여행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보며 일본 사람이냐고 물어보곤 했지만 이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한국 무비(드라마)는 최고다! 우리는 매일 한국 드라마만 본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을 했다. 대단하긴 대단했다. 

물론 동남아시아권에서 미얀마만 소위 말하는 한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태국도 그랬고, 캄보디아도 그랬고, 베트남도 그랬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슈퍼에 가보면 한국 제품이 거의 절반일 정도로 엄청났다. 하지만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들은 미얀마에 비해서 폐쇄적이지 않다. 미얀마는 철저하게 문호를 막고 있는 나라이고, 여전히 군사정부가 들어서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어떤곳 보다도 좋았다. 정말 뿌듯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은 순수함이 남아있는 나라 미얀마, 그곳에서 나는 일본인이냐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듣기도 했지만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할 때는 어김없이 '안녕하세요'도 많이 들었다. 그럼 나도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밍글라바" (안녕하세요)
"쩌노 따웅 꼬리야 루묘바" (저는 한국(남한) 사람입니다)
"뛔이야다 원따바대"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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