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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도더 파고다를 나온 뒤 5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자전거를 타고 온 할머니가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여행자가 맞냐고 묻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질문을 하던 할머니는 마치 타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난 사람처럼 무척 반가워했다. 대충 내용은 내가 걸어다니면서 어느 사람과 마주쳤는데 그 사람이 이 할머니의 제자라는 것이었다. 영어 교사라고 소개했던 이 할머니는 자신의 제자로부터 여행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조금 신기하기도 했는데 나는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왜 이 할머니는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쨋든 거리에 서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내 바로 옆에 있던 찻집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며 국수를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할머니는 가게에 주인에게 국수가 있는지 확인해줬다. 


잠시 후 할머니는 홍차와 비슷한 차를 받았고, 나는 탁한 국물이 있는 국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게 무슨 국수인지조차 모르겠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맛은 꽤 괜찮았다. 다만 찻집에서 먹는 국수라 그런지 양은 매우 적었다. 

"어떤가?"
"맛있어요!!"

그렇게 20분정도 앉아 대화를 나눴는데 나는 끝내 이 할머니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왔던 것인지 아니면 외국인이 보고 싶었는지 그건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즐거운 여행을 하라고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사라졌다. 

내가 먹은 국수는 고작해야 200짯(약 200원)으로 정말 저렴했다. 


할머니와 헤어진 뒤 나는 또 열심히 걸어서 찾아간 곳은 쉐난도 사원이었다. 기존에 보아왔던 건물과는 조금 틀린 느낌이 들었는데 꼭 일본의 오래된 건축물 같았다. 


이 근처에는 만달레이 대학교도 있었다. 그냥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너무도 조용해 보였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고 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길을 잃어버렸다. 결코 작은 동네가 아니었던 만달레이였기 때문에 헤매는 것은 곧 내 다리의 고통을 의미하기도 했다. 론리플래닛은 너무 두꺼워서 안 들고 다녔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도도 없었던 탓에 더욱 헤매이고 있었다.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겨우 만달레이 궁전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만달레이 궁전으로 왔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또 엄청나게 걸어야 했다. 한 변이 3km였던 만달레이 궁전은 이상하게도 외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입구는 단 한 군데 뿐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만달레이 궁전을 들어가기 위해서 입구를 두 번이나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정말 짜증이 밀려올 정도였다. 대체 만달레이 궁전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길래 아무데나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정말 거짓말 보태지 않고 1시간은 족히 걸어도 입구는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드디어 만달레이 궁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 이번에도 외국인이 출입할 수 없는 입구이면 어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이곳이 맞았다. 입구 앞에 있던 까탈스러워 보이는 표정의 직원에게 만달레이 지역입장권(10달러)을 보여주니 무사히 통과가 되었다. 뭔가 철통경계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만달레이 궁전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사이까 아저씨들이 나를 불러 타라고 했다. 솔직히 나도 다리가 아팠는데 무슨 오기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걷겠다고 했다. 

"아니 고작해야 1000짯이면 만달레이 궁전까지 왕복을 할 수 있는데 왜 안 타는거야?"

나는 그들의 항의성 물음에 웃으면서 돈이 없어서 열심히 걷겠다는 식으로 포즈를 취하자 아저씨들은 웃었다.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만달레이에서부터 만달레이 힐, 차욱타지 파고다, 꾸도더 파고다, 쉐난도 사원 등을 돌고 여기 만달레이 궁전까지 걸어서 왔다니까 완전 어이없어 하며 더이상 나를 꼬시려고 하지는 않았다. 

만달레이 궁전은 정말 바깥에서도 이미 거대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부의 가장 핵심적인 궁전을 보기 위해서는 중앙까지 걸어가야 했는데 그 말은 최소한 1.5km 이상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여기는 확실히 독특했다. 내부에는 이미 오래전 유적지라 생각해서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내부에는 또 다른 마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만달레이 성벽 내부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보였다. 


조금 걷다보니 경고성 안내판이 보였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외국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자 사진촬영까지 제한하는 안내문이었다. 내가 걷고 있었던 그 길로만 다녀야 하며 다른 곳으로 이탈을 금지했고, 오직 중앙에 있는 궁전에서만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만달레이 궁전 내부에는 미얀마의 고위공직자들이 살고 있어서 이러한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규정도 규정이고, 중간에 사거리마다 경찰도 보이기 때문에 확실히 다른 길로 가는 것은 무서울 것 같았다. 그런데 중간에 만난 경찰아저씨들은 매우 친절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드디어 만달레이 궁전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확실히 만달레이 궁전은 뭔가 부실해 보였다. 아니 조잡해 보였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내가 보고 있었던 이 궁전은 일본에 의해 이미 소실된 뒤 복구를 했던 것인데 이러한 복구 작업이 졸속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멀리서보면 참 멋있는데 가까이에 가면 갈 수록 조잡해 보이는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수도를 만달레이로 이전하고, 궁전을 짓도록 명한 민돈왕이다. 


만달레이 궁전도 역시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다녀야 했다. 하지만 여기는 내부에서만 신발을 벗어야 했고, 궁전 밖으로 나오면 다시 신발을 신으면 된다. 바닥은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고, 기둥이나 벽의 색깔도 인의적인 모습이라 그런지 궁전의 조잡함을 더했다. 


만달레이 궁전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 그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분명 겉모습은 화려한데 볼 만한 것은 없었다고 봐야 했다. 하긴 가이드북에서조차 볼 만한 것은 없다고 써있었으니 그럴만 했다. 


그래도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었으니 우뚝 솟아오른 탑이었다. 계단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앞에서 너무 덥고 지쳐서 좀 쉬기로 했다. 바로 앞에 있던 작은 아이스박스만 놓고 먹거리를 팔고 있던 아주머니한테 콜라를 하나 샀다. 콜라를 마시며 그늘진 곳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너무 열심히 걸어다니긴 했나 보다.

저녁에 만달레이를 떠나는 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하염없이 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돌아가는 시간도 계산해 보니 이제는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얼른 이 탑을 구경한 뒤에 돌아가기로 했다. 


아주 높거나 하지 않았지만 만달레이 궁전의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그냥 여기에서 주변의 경치를 바라보며 바람을 쐬다가 내려왔다. 만달레이 궁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곳에 찾아왔기 때문에 볼 만한 것이 없었어도 그냥 둘러본 것으로 만족했다. 

나는 다시 걸어서 만달레이 궁전의 입구까지 돌아갔고, 중간에 내 얼굴을 아는 경찰아저씨나 사이까 아저씨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제는 걸어서 돌아가기엔 너무 힘들었다. 아니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도로로 나와 택시를 잡기로 했는데 4000짯, 3000짯을 부르길래 너무 비싸다고 타지 않았다. 내가 손가락 1개를 보이니, 그 사람은 2개를 올렸다. 우선 타지 않고 더 걸었다. 잠시 후 오토바이가 오길래 세운 뒤 가든 호텔까지 1000짯에 갈 수 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물론 이 아저씨 정식 택시기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캄보디아에서처럼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냥 사람들이 부르면 태우고 돈을 받는 일을 하는데 이 아저씨도 그런 부류인 것 같았다. 자세한 길을 몰라 중간에 멈춰서 할아버지께 여쭤 보기도 했지만 큰 무리없이 가든 호텔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걸어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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