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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에서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했던 버스를 탔다. 날씨도 더운데 이렇게 대중교통마저 사람으로 가득하니 체력은 금세 떨어졌다. 게다가 난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이후 배낭을 내려놓지 못한 상태였다. 자카르타에서 하루도 머물지 않고 떠날 예정이라 그냥 배낭을 메고 계속 돌아다녔던 것이다.

더웠다. 그리고 슬슬 어깨도 아파왔다. 그때 내 앞에 계신 아저씨가 배낭을 메고 있는 나를 보더니 "자네, 여행을 하고 있나?" 라고 물어왔다. 어쩌면 이런 배낭을 메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도 하고, 척 보기에도 외국인인 티가 날테니 너무 뻔한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는 젊은 여행자에 흥미를 가지는지 조금 서툰 영어를 쓰면서 계속 말을 걸었다. 인도네시아는 처음 왔냐고 물어보면서 느낌은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 일정에 대해서도 물었다. 나는 족자카르타로 이동한 후 브로모 화산도 갈 예정이라고 하니 다 좋은 여행지라고 하셨다.

한국에서 왔다는 배낭여행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 아저씨가 싫지 않았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난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더라도 그 나라에 대해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 여행자에게 친절한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이다. 게다가 이 아저씨도 여행자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시는지 무척 즐거워하셨다.

"사진 찍어도 될까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사진을 찍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부탁에 조금 부끄러워 하셨지만 이내 입가에 웃음을 보이며 그러라고 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것은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까지 가졌던 오해와 편견이 쓸데없다고 여겨졌다. 사실 인도네시아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특히 자카르타는 무지하게 복잡하고, 사람들도 불친절한 도시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을 정도다. 하지만 버스에서 이 아저씨를 보면서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만날 사람들이 친절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너무 막연할 정도의 믿음이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선함이 묻어나는 것을 감출 수 없을 정도였다. 인도네시아 여행은 자연도 좋았고, 유적도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사람이 좋아서 마음에 들었던 곳이었다.

아저씨는 환승 정류장에서 같이 내리게 되었다. 어디로 가야 환승할 수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여행자가 걱정스러운지 몇 번을 가리키며 알려주고는 돌아섰다. 여행을 하면서 아주 소소했던 만남이었지만 나의 편견을 녹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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