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화산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어느 새벽에 깔린 뿌연 안개처럼 제대로 앞을 볼 수 없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자는 끊임없이 솟구치는 유황 가스에 의해 시야와 호흡을 단절시켜버렸다. 그만큼 따가웠다.
이런 유황 가스를 뚫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저마다 두 개의 바구니를 어깨에 이고 올라오는데 그 바구니에는 유황이 몇 덩이씩 들어 있었다. 이런 화산에 길이 잘 닦여 있을 리가 없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은 물론, 바위 위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다녀도 힘든데 이들은 유황을 캐서 산 아래까지 간다. 그것도 매일, 숨이 막힐 정도로 따가운 유황 가스를 마시면서 말이다.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한 번쯤은 가벼운 말을 건넬 법도 한데 좁은 길 위에서 내가 한 일은 조용히 길의 바깥으로 비켜서는 것뿐이었다.
일찍이 정상에 도착한 많은 친구들, 특히 여자들이 이 아래까지 가지 않았던 이유를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 다리를 삔 상태였지만 무척 험한 길이라 칼데라 호수까지 가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던 것이다. 내려가는 순간에도 나중에 어떻게 올라가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 순간에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황이 든 바구니를 메고 올라가고 있었다.
반쯤 내려가니 이젠 화산의 칼데라 호수의 형체가 점점 드러났다. 화산에서 나온 유황 탓이겠지만 호수는 정말 아름다운 옥색 빛깔을 가지고 있었다. 저 멀리 유황 가스가 나오는 진원지도 보였다.
이 친구 이름이 뭐였더라. 한국말도 조금 했는데 친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생긴 것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독특한 사진이 찍고 싶었는지 물구나무를 섰다. 가끔 서양 여행자들 중에는 이런 식으로 사진 찍는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뭐, 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만 이 바위는 꽤 넓었다.
발의 통증이 심해 다리를 거의 질질 끌다시피 내려갔다. 아프긴 했지만 저 아래까지는 내려가 유황 캐는 사람들의 모습은 꼭 보고 싶었다.
좁은 길을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은 꾸준히 이어졌다.
칼데라 호수 근처에 왔을 때 프랑스인 마욤을 다시 만났다. 칼데라 호수를 보고 다시 올라가는 길인가 보다. 임마누엘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여기까지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몇 마디 하고선 우리는 서로 이메일을 교환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제 발리로 이동하기 때문에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칼데라 호수까지 내려와서 본 풍경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은 조합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아름다운 색깔의 호수, 목을 따갑게 만드는 유황 가스, 그리고 그 속에서 유황을 캐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젠 화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유황을 들고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계속 봤지만 이렇게 심각한 현장에서 일을 하는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거칠게 뿜어져 나오는 유황 가스를 막는 방법은 그저 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는 것뿐이었다. 상식적으로 저런 매운 가스가 몸에 좋을 리 없다.
나는 칼데라 호수를 보는 것도 잊은 채 그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데도 이렇게 힘든데 매일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호수의 색깔은 저리도 아름다웠는데 이들은 정말 힘겨워 보였다.
주변을 한참 둘러보다 이제 호수를 보려고 더 내려가려 했는데 다들 시간이 없다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는 아침에 늦었기 때문에 서양 여행자들은 다시 은근슬쩍 눈치를 줬다. 힘들게 내려왔는데 호수 근처만 보고 다시 올라가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이 생각은 곧바로 터진 유황 가스로 인해 사라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유황 가스가 굴뚝 연기처럼 올라갔는데 갑자기 주변을 가득 메워 버린 것이다. 앞의 시야를 가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말 숨을 쉬는 게 고통스러웠다. 마치 화생방 훈련을 들어갔을 때의 그 느낌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통스러운 기침이 나왔다. 가지고 있는 옷으로 입을 틀어 막고, 천천히 올라갔다. 가뜩이나 발도 아픈데 오르막길에 호흡까지 곤란해지니 정말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다.
중간까지 올라가서야 유황 가스로부터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하필 우리가 올라가는 길에 유황 가스가 터진 것인지 다시금 여행자를 반기지 않는 이젠 화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걸음은 상당히 더뎠다. 발이 너무 아파오고 있는데다가 길이 너무 험해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막힌 것이다. 아님 내 체력이 이렇게 바닥이었던 것일까?
간신히 정상까지 올라온 후 서둘러 이젠 화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때 난 이미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 무리들과 점점 떨어지게 되었다. 혹시나 나 때문에 출발이 늦어질까 봐 뛰다 걷다를 반복했는데 내리막길이 더 힘들었다.
발리에 도착하면 진짜 무조건 쉬어야지. 절뚝거리며 뛰는 내내 정말 죽을 맛이었다.
이런 유황 가스를 뚫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저마다 두 개의 바구니를 어깨에 이고 올라오는데 그 바구니에는 유황이 몇 덩이씩 들어 있었다. 이런 화산에 길이 잘 닦여 있을 리가 없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은 물론, 바위 위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다녀도 힘든데 이들은 유황을 캐서 산 아래까지 간다. 그것도 매일, 숨이 막힐 정도로 따가운 유황 가스를 마시면서 말이다.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한 번쯤은 가벼운 말을 건넬 법도 한데 좁은 길 위에서 내가 한 일은 조용히 길의 바깥으로 비켜서는 것뿐이었다.
일찍이 정상에 도착한 많은 친구들, 특히 여자들이 이 아래까지 가지 않았던 이유를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 다리를 삔 상태였지만 무척 험한 길이라 칼데라 호수까지 가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던 것이다. 내려가는 순간에도 나중에 어떻게 올라가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 순간에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황이 든 바구니를 메고 올라가고 있었다.
반쯤 내려가니 이젠 화산의 칼데라 호수의 형체가 점점 드러났다. 화산에서 나온 유황 탓이겠지만 호수는 정말 아름다운 옥색 빛깔을 가지고 있었다. 저 멀리 유황 가스가 나오는 진원지도 보였다.
이 친구 이름이 뭐였더라. 한국말도 조금 했는데 친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생긴 것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독특한 사진이 찍고 싶었는지 물구나무를 섰다. 가끔 서양 여행자들 중에는 이런 식으로 사진 찍는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뭐, 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만 이 바위는 꽤 넓었다.
발의 통증이 심해 다리를 거의 질질 끌다시피 내려갔다. 아프긴 했지만 저 아래까지는 내려가 유황 캐는 사람들의 모습은 꼭 보고 싶었다.
좁은 길을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은 꾸준히 이어졌다.
칼데라 호수 근처에 왔을 때 프랑스인 마욤을 다시 만났다. 칼데라 호수를 보고 다시 올라가는 길인가 보다. 임마누엘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여기까지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몇 마디 하고선 우리는 서로 이메일을 교환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제 발리로 이동하기 때문에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칼데라 호수까지 내려와서 본 풍경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은 조합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아름다운 색깔의 호수, 목을 따갑게 만드는 유황 가스, 그리고 그 속에서 유황을 캐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젠 화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유황을 들고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계속 봤지만 이렇게 심각한 현장에서 일을 하는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거칠게 뿜어져 나오는 유황 가스를 막는 방법은 그저 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는 것뿐이었다. 상식적으로 저런 매운 가스가 몸에 좋을 리 없다.
나는 칼데라 호수를 보는 것도 잊은 채 그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데도 이렇게 힘든데 매일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호수의 색깔은 저리도 아름다웠는데 이들은 정말 힘겨워 보였다.
주변을 한참 둘러보다 이제 호수를 보려고 더 내려가려 했는데 다들 시간이 없다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는 아침에 늦었기 때문에 서양 여행자들은 다시 은근슬쩍 눈치를 줬다. 힘들게 내려왔는데 호수 근처만 보고 다시 올라가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이 생각은 곧바로 터진 유황 가스로 인해 사라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유황 가스가 굴뚝 연기처럼 올라갔는데 갑자기 주변을 가득 메워 버린 것이다. 앞의 시야를 가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말 숨을 쉬는 게 고통스러웠다. 마치 화생방 훈련을 들어갔을 때의 그 느낌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통스러운 기침이 나왔다. 가지고 있는 옷으로 입을 틀어 막고, 천천히 올라갔다. 가뜩이나 발도 아픈데 오르막길에 호흡까지 곤란해지니 정말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다.
중간까지 올라가서야 유황 가스로부터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하필 우리가 올라가는 길에 유황 가스가 터진 것인지 다시금 여행자를 반기지 않는 이젠 화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걸음은 상당히 더뎠다. 발이 너무 아파오고 있는데다가 길이 너무 험해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막힌 것이다. 아님 내 체력이 이렇게 바닥이었던 것일까?
간신히 정상까지 올라온 후 서둘러 이젠 화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때 난 이미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 무리들과 점점 떨어지게 되었다. 혹시나 나 때문에 출발이 늦어질까 봐 뛰다 걷다를 반복했는데 내리막길이 더 힘들었다.
발리에 도착하면 진짜 무조건 쉬어야지. 절뚝거리며 뛰는 내내 정말 죽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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