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쉬기만 할 예정이었던 발리에서 유일하게 돌아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우붓(Ubud)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기도 하고, 거리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리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쿠타에서 가까운 우붓정도는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우붓이 가깝기는 하지만 교통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베모를 타고 간다면 갈아타야 하고,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리는데 그렇다고 버스를 타자니 쁘라마 버스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이 쁘라마 버스를 타면 발리의 주요 마을을 데려다 주는데 배차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가격도 생각보다 비쌌다.
쁘라마 버스는 르기안 거리에 있던 여행사나 직접 쁘라마 버스를 타는 곳으로 찾아가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난 전날 밤에 보았던 쁘라마 버스 글자만 보고 아침에 다시 찾아갔는데 나중에야 그곳이 여행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아무것도 모른 채 버스 티켓을 구입했는데 처음에 5만 루피아를 부르는 것을 좀 깎아달라고 해서 4만 5천 루피아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근데 깎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쁘라마 버스 요금표에는 쿠타에서 우붓까지 5만 루피아로 나와있었다.
사실 난 발리에 도착하기 전부터 우붓을 갈 생각이었지만 정확히 어떻게 언제 가야 할지도 몰랐다. 심지어 버스 시간표도 몰라서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 쁘라마 버스를 타러 온 것인데 첫차가 9시였던 것이다. 덕분에 9시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아침 거리를 걷는 것도 너무 지겨워 그냥 쁘라마 버스를 타러 갔다. 역시 르기안 거리에 있었는데 작은 상점처럼 보였지만 빨간색 간판에 Perama라고 써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난 다른 여행사에서 버스 티켓을 구입했기 때문에 들어가서 보여줬다.
근데 좀 신기했던 게 마치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체크인 절차를 밟는다. 가격은 5만 루피아로 너무 비싸다고 여겨졌는데 대신 뭔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었다.
좀 우습기도 했지만 체크인을 마치고는 이상한 플라스틱 막대기를 줬다. 나중에 버스에 올라타기 전에 이 막대기를 제시하면 된다는데 생각외로 조잡스러웠다. 어린이용 놀이동산을 찾은 것도 아닌데 티켓은 회수하고 이런 플라스틱 막대기라니 뭔가 좀 웃겼다.
아무튼 이 막대기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면 탑승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서 무료로 차를 마실 수도 있고, 무료 와이파이망을 쓸 수 있다는 점은 무척 좋았다. 대신 더운 날씨임에도 에어컨도 없어 좀 더웠다는 게 조금 문제라면 문제였다.
아이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잠시 인터넷을 하다가 그것마저 지루해질 무렵 한국 사람 두 명이 2층으로 올라왔다.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오는 두 사람은 한눈에 한국 사람처럼 보였다. 굳이 이 좁은 공간에서 한국 사람을 무시할 이유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보니 한 사람은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지냈고, 다른 한 사람은 친구를 따라 발리로 여행 온 모양이다.
잠시 후 버스를 타러 밖으로 나갔다. 그 조잡한 플라스틱 막대기를 건네주는 것으로 쁘라마 버스에 탑승했다. 밖에서 볼 때 쁘라마 버스는 상당히 괜찮아 보였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훨씬 좁았다. 그리고 에어컨이 안 나왔다. 아니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웠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5만 루피아짜리 버스였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버스는 르기안 거리를 빠져나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조용한 시골길을 지나 버스는 어느 마을에서 정차를 했고, 여기에서 또 새로운 여행자를 태우기도 했다. 그러니까 쁘라마 버스는 발리의 주요 마을을 지나면서 달리는 여행자 버스 역할을 했던 것이다.
9시에 버스를 탔기 때문에 우붓까지는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12시쯤에 도착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늦은 시각이었다. 이날은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버스편도 그제서야 알아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았다. 쁘라마 버스는 하루에 4~5대 정도 밖에 없었는데 내가 타고 갈만한 버스는 4시 반이나 6시정도였다. 이후에 버스가 있던 게 아니라 6시가 막차라서 이 버스를 놓치면 쿠타로 돌아가기는 더 힘들어진다. 우붓을 돌아보다가 무조건 6시 이전에는 돌아와야했다. 시간이 없었다.
일단 거리로 나섰다. 우붓은 내가 굉장히 기대를 했던 곳이기도 한데 첫느낌은 그냥 그랬다. 쿠타에 비해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거리에 야자수 잎과 꽃이 놓여져 있다. 쿠타에서 가끔 본 일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발리에 온 이후 이것을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으나 나중에야 신들에게 바치는 공물인 '차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엇다. 자바섬에서는 볼 수 없다가 발리섬에서 차낭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종교가 다르기 때문인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대부분 믿는 종교는 이슬람이지만 유독 발리에서는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
10분 걷다가 내가 원래 가려던 곳과 반대인 것을 깨닫고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날도 발이 너무 아파 걷기 힘들었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기 직전에 발목을 접질렀는데 그게 좀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브로모 화산과 이젠 화산을 오르면서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심지어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도 우붓을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참 미련했다.
우붓이 예술인의 마을이라는 별칭답게 곳곳에는 예술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보였다. 흥미롭긴 한데 배고파서 그런지 아니면 다리가 아파서 그런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 열심히 구경한다고 내가 뭘 사지도 않을테니 크게 의미도 없긴하다.
여기서도 한 아저씨가 차낭을 내어 놓고 있었다. 아주 정성스럽게 꽃과 과일을 얹어 놓으면서 향을 피우는데 그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발리인은 이렇게 매일 차낭을 놓는다고 한다.
우스꽝스러운 원숭이 상이 있는 것을 보니 여기가 바로 퐁키 포레스트인가 보다. 우붓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데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붓에서 보려고 하는 또 하나의 관광지이기는 했지만 일단 우붓 왕궁부터 보고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몽키 포레스트를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도를 봐서 대충 짐작은 했지만 우붓은 그리 큰 마을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발이 아프다보니 좁은 우붓에서도 돌아다니기가 정말 힘들었다. 뭐, 그렇다고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우붓 왕궁을 찾아 나서기 위해 몽키 포레스트 거리를 따라 올라갔다.
근데 역시 점심 시간이라서 그런지 너무 배고팠다. 발이 아파 걷는 것은 그렇다쳐도 배고파서 더이상 걸어다니는 게 힘들 정도였다. 주변에 있던 식당을 찾아 보기로 했는데 가격이 대체로 비쌌다. 게다가 Tax까지 붙어 쿠타보다도 더 비싸게 느껴졌다. 자바를 여행할 때는 보통 비싸봐야 2만 루피아쯤 되는 식사를 했는데 여기에서는 4만 루피아를 훌쩍 넘어 버렸다. 자신의 가게는 Tax가 없다는 어느 아저씨의 말에 솔깃했지만 메뉴판을 보고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몽키 포레스트 거리에는 많은 식당이 있다고 하길래 다른 식당을 찾아봤다. 확실히 몽키 포레스트 거리가 가장 번화한 곳인지 여행자도 많이 보이고, 기념품 가게도 많았다.
멀리서 차낭을 내놓는 한 여인이 있어 잠깐 멈춰서 구경했다.
근데 이 거리로 들어서자 약간의 오르막길이 보였다. 발만 괜찮다면야 이정도 경사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발이 아팠던 나에겐 이마저도 급경사처럼 느껴졌다.
식당을 찾다 지친 나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기도 역시 Tax가 붙어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다. 조금만 걸었는데도 몸이 지쳐서 아주 천천히 점심을 즐기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옆으로 다가와 미술품을 슬며시 보여준다. 과연 예술인의 마을답다.
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주변에는 온통 가족단위 여행자들 뿐이었다. 괜히 처량해진다. 사실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고, 그냥 우붓은 배낭여행자에겐 딱히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가격도 좀 비싼편이었고, 주변을 살펴보면 대체로 가족 여행 혹은 신혼 여행으로 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우붓 왕궁을 향해 걸었다.
발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을 비롯해서 미술품, 장신구, 심지어 조각상도 보였다. 그렇다고 장인 정신이 가득한 예술인을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이와 관련된 상점들이 많다고 보면 된다. 몽키 포레스트 거리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내 기대치가 높긴 했나보다.
우붓이 가족단위 여행자나 신혼 여행자가 많기는 하지만 간혹 배낭 여행자들도 여기를 거점으로 삼는다. 대부분은 쿠타 비치에서 머물지만 우붓도 적당한 분위기와 편의 시설이 있기 때문에 배낭족들도 찾는가 보다.
몽키 포레스트 거리의 끝에 도착을 하니 드디어 우붓 왕궁(Ubud Palace)가 보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게 우붓 왕궁이 아닌줄 알았다. 일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왕궁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고, 규모도 굉장히 작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우붓의 큰 볼거리라고 여겼던 우붓 왕궁인데 멀리서만 봐도 실망감이 밀려왔다.
자바섬을 여행하면서 동남아 최대 힌두교 신전인 '프람바난',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라 불리는 '보로부두르'를 본 다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족자카르타에서 봤던 '술탄 왕궁'이나 '물의 궁전'정도는 될 줄 알았다.
내가 우붓 왕궁에서 인상깊게 봤던 것이라곤 대나무를 깎는 모습뿐이었다. 아픈 발을 이끌고 고작 이걸 보려고 왔단 말인가. 아무튼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힘이 들어 주변에 있던 돌 위에 앉아 마냥 휴식을 취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관람을 끝냈던 까닭에 허무한 느낌마저 들었다. 왕궁에 도착한 후 정말 5분도 돌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바로 앞에는 한국인 여자 3명이 서로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발리에 온 이후 유난히 우붓에서 한국 사람들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우붓이 가깝기는 하지만 교통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베모를 타고 간다면 갈아타야 하고,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리는데 그렇다고 버스를 타자니 쁘라마 버스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이 쁘라마 버스를 타면 발리의 주요 마을을 데려다 주는데 배차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가격도 생각보다 비쌌다.
쁘라마 버스는 르기안 거리에 있던 여행사나 직접 쁘라마 버스를 타는 곳으로 찾아가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난 전날 밤에 보았던 쁘라마 버스 글자만 보고 아침에 다시 찾아갔는데 나중에야 그곳이 여행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아무것도 모른 채 버스 티켓을 구입했는데 처음에 5만 루피아를 부르는 것을 좀 깎아달라고 해서 4만 5천 루피아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근데 깎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쁘라마 버스 요금표에는 쿠타에서 우붓까지 5만 루피아로 나와있었다.
사실 난 발리에 도착하기 전부터 우붓을 갈 생각이었지만 정확히 어떻게 언제 가야 할지도 몰랐다. 심지어 버스 시간표도 몰라서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 쁘라마 버스를 타러 온 것인데 첫차가 9시였던 것이다. 덕분에 9시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아침 거리를 걷는 것도 너무 지겨워 그냥 쁘라마 버스를 타러 갔다. 역시 르기안 거리에 있었는데 작은 상점처럼 보였지만 빨간색 간판에 Perama라고 써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난 다른 여행사에서 버스 티켓을 구입했기 때문에 들어가서 보여줬다.
근데 좀 신기했던 게 마치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체크인 절차를 밟는다. 가격은 5만 루피아로 너무 비싸다고 여겨졌는데 대신 뭔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었다.
좀 우습기도 했지만 체크인을 마치고는 이상한 플라스틱 막대기를 줬다. 나중에 버스에 올라타기 전에 이 막대기를 제시하면 된다는데 생각외로 조잡스러웠다. 어린이용 놀이동산을 찾은 것도 아닌데 티켓은 회수하고 이런 플라스틱 막대기라니 뭔가 좀 웃겼다.
아무튼 이 막대기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면 탑승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서 무료로 차를 마실 수도 있고, 무료 와이파이망을 쓸 수 있다는 점은 무척 좋았다. 대신 더운 날씨임에도 에어컨도 없어 좀 더웠다는 게 조금 문제라면 문제였다.
아이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잠시 인터넷을 하다가 그것마저 지루해질 무렵 한국 사람 두 명이 2층으로 올라왔다.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오는 두 사람은 한눈에 한국 사람처럼 보였다. 굳이 이 좁은 공간에서 한국 사람을 무시할 이유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보니 한 사람은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지냈고, 다른 한 사람은 친구를 따라 발리로 여행 온 모양이다.
잠시 후 버스를 타러 밖으로 나갔다. 그 조잡한 플라스틱 막대기를 건네주는 것으로 쁘라마 버스에 탑승했다. 밖에서 볼 때 쁘라마 버스는 상당히 괜찮아 보였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훨씬 좁았다. 그리고 에어컨이 안 나왔다. 아니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웠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5만 루피아짜리 버스였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버스는 르기안 거리를 빠져나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조용한 시골길을 지나 버스는 어느 마을에서 정차를 했고, 여기에서 또 새로운 여행자를 태우기도 했다. 그러니까 쁘라마 버스는 발리의 주요 마을을 지나면서 달리는 여행자 버스 역할을 했던 것이다.
9시에 버스를 탔기 때문에 우붓까지는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12시쯤에 도착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늦은 시각이었다. 이날은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버스편도 그제서야 알아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았다. 쁘라마 버스는 하루에 4~5대 정도 밖에 없었는데 내가 타고 갈만한 버스는 4시 반이나 6시정도였다. 이후에 버스가 있던 게 아니라 6시가 막차라서 이 버스를 놓치면 쿠타로 돌아가기는 더 힘들어진다. 우붓을 돌아보다가 무조건 6시 이전에는 돌아와야했다. 시간이 없었다.
일단 거리로 나섰다. 우붓은 내가 굉장히 기대를 했던 곳이기도 한데 첫느낌은 그냥 그랬다. 쿠타에 비해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거리에 야자수 잎과 꽃이 놓여져 있다. 쿠타에서 가끔 본 일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발리에 온 이후 이것을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으나 나중에야 신들에게 바치는 공물인 '차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엇다. 자바섬에서는 볼 수 없다가 발리섬에서 차낭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종교가 다르기 때문인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대부분 믿는 종교는 이슬람이지만 유독 발리에서는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
10분 걷다가 내가 원래 가려던 곳과 반대인 것을 깨닫고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날도 발이 너무 아파 걷기 힘들었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기 직전에 발목을 접질렀는데 그게 좀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브로모 화산과 이젠 화산을 오르면서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심지어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도 우붓을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참 미련했다.
우붓이 예술인의 마을이라는 별칭답게 곳곳에는 예술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보였다. 흥미롭긴 한데 배고파서 그런지 아니면 다리가 아파서 그런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 열심히 구경한다고 내가 뭘 사지도 않을테니 크게 의미도 없긴하다.
여기서도 한 아저씨가 차낭을 내어 놓고 있었다. 아주 정성스럽게 꽃과 과일을 얹어 놓으면서 향을 피우는데 그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발리인은 이렇게 매일 차낭을 놓는다고 한다.
우스꽝스러운 원숭이 상이 있는 것을 보니 여기가 바로 퐁키 포레스트인가 보다. 우붓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데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붓에서 보려고 하는 또 하나의 관광지이기는 했지만 일단 우붓 왕궁부터 보고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몽키 포레스트를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도를 봐서 대충 짐작은 했지만 우붓은 그리 큰 마을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발이 아프다보니 좁은 우붓에서도 돌아다니기가 정말 힘들었다. 뭐, 그렇다고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우붓 왕궁을 찾아 나서기 위해 몽키 포레스트 거리를 따라 올라갔다.
근데 역시 점심 시간이라서 그런지 너무 배고팠다. 발이 아파 걷는 것은 그렇다쳐도 배고파서 더이상 걸어다니는 게 힘들 정도였다. 주변에 있던 식당을 찾아 보기로 했는데 가격이 대체로 비쌌다. 게다가 Tax까지 붙어 쿠타보다도 더 비싸게 느껴졌다. 자바를 여행할 때는 보통 비싸봐야 2만 루피아쯤 되는 식사를 했는데 여기에서는 4만 루피아를 훌쩍 넘어 버렸다. 자신의 가게는 Tax가 없다는 어느 아저씨의 말에 솔깃했지만 메뉴판을 보고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몽키 포레스트 거리에는 많은 식당이 있다고 하길래 다른 식당을 찾아봤다. 확실히 몽키 포레스트 거리가 가장 번화한 곳인지 여행자도 많이 보이고, 기념품 가게도 많았다.
멀리서 차낭을 내놓는 한 여인이 있어 잠깐 멈춰서 구경했다.
근데 이 거리로 들어서자 약간의 오르막길이 보였다. 발만 괜찮다면야 이정도 경사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발이 아팠던 나에겐 이마저도 급경사처럼 느껴졌다.
식당을 찾다 지친 나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기도 역시 Tax가 붙어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다. 조금만 걸었는데도 몸이 지쳐서 아주 천천히 점심을 즐기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옆으로 다가와 미술품을 슬며시 보여준다. 과연 예술인의 마을답다.
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주변에는 온통 가족단위 여행자들 뿐이었다. 괜히 처량해진다. 사실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고, 그냥 우붓은 배낭여행자에겐 딱히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가격도 좀 비싼편이었고, 주변을 살펴보면 대체로 가족 여행 혹은 신혼 여행으로 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우붓 왕궁을 향해 걸었다.
발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을 비롯해서 미술품, 장신구, 심지어 조각상도 보였다. 그렇다고 장인 정신이 가득한 예술인을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이와 관련된 상점들이 많다고 보면 된다. 몽키 포레스트 거리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내 기대치가 높긴 했나보다.
우붓이 가족단위 여행자나 신혼 여행자가 많기는 하지만 간혹 배낭 여행자들도 여기를 거점으로 삼는다. 대부분은 쿠타 비치에서 머물지만 우붓도 적당한 분위기와 편의 시설이 있기 때문에 배낭족들도 찾는가 보다.
몽키 포레스트 거리의 끝에 도착을 하니 드디어 우붓 왕궁(Ubud Palace)가 보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게 우붓 왕궁이 아닌줄 알았다. 일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왕궁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고, 규모도 굉장히 작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우붓의 큰 볼거리라고 여겼던 우붓 왕궁인데 멀리서만 봐도 실망감이 밀려왔다.
자바섬을 여행하면서 동남아 최대 힌두교 신전인 '프람바난',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라 불리는 '보로부두르'를 본 다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족자카르타에서 봤던 '술탄 왕궁'이나 '물의 궁전'정도는 될 줄 알았다.
내가 우붓 왕궁에서 인상깊게 봤던 것이라곤 대나무를 깎는 모습뿐이었다. 아픈 발을 이끌고 고작 이걸 보려고 왔단 말인가. 아무튼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힘이 들어 주변에 있던 돌 위에 앉아 마냥 휴식을 취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관람을 끝냈던 까닭에 허무한 느낌마저 들었다. 왕궁에 도착한 후 정말 5분도 돌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바로 앞에는 한국인 여자 3명이 서로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발리에 온 이후 유난히 우붓에서 한국 사람들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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