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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많이 있지만 역시 츠텐카쿠를 빼놓을 수 없다. 츠텐카쿠는 그 유명한 프랑스의 개선문과 에펠탑을 모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나 실제로 보면 투박하다 못해 촌스럽기까지 하다. 정말 파리의 에펠탑은 실제로도 근사할까?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난 오사카의 명물 츠텐카쿠를 오르기로 결심했다. 이왕 신세카이까지 왔으니 거리만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츠텐카쿠 정도는 봐줘야 할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난 여행을 하면서 전망대를 오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츠텐카쿠의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일본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념품 판매점이 반겼다. 대부분 츠텐카쿠와 관련된 기념품이 주를 이뤘는데 간혹 이상하게 생긴 캐릭터가 보였다.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몰랐는데 나중에 츠텐카쿠 입장권과 함께 받은 한글 가이드를 보고서야 상상속의 신, 빌리켄(Billiken)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빌리켄은 1908년 미국의 여성 예술가가 꿈에서 본 신을 모델로 제작했다고 하는데 이게 오사카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이곳의 토속적인 신도 아니고 미국의 신, 그것도 꿈에서 본 것이 유래라니 참 웃기다. 그럼에도 현재 이곳의 마스코트처럼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빌리켄은 발바닥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신세카이 근처에 있는 대부분의 빌리켄은 발이 닳아 있다.


츠텐카쿠의 입장권을 구입했다. 성인은 600엔이었다. 물론 한글 가이드도 준비되어 있어 관람하기 전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조금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츠텐카쿠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많은 관람객을 동시에 수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츠텐카쿠와 관련된 조형물이나 과거 사진을 구경할 수 있었다.


츠텐카쿠는 파리의 개선문과 에펠탑을 합쳐 놓은 디자인이다. 그런데 분명 밖에서 츠텐카쿠를 본 누구라도 대체 어디가 에펠탑과 개선문의 디자인인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실제로 나도 그랬다. 아무리 똑같은 철탑이라고 해도 에펠탑과는 전혀 닮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과거 사진이나 한글 가이드에 있는 설명을 보고나서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츠텐카쿠는 1956년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고, 1912년에 만들어진 츠텐카쿠는 확실히 개선문 위에 철탑을 세운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이었다. 당시 동양 최대 높이를 자랑하기는 했지만 그런 기록보다 사실 모방이라 그런지 지금보다 더 촌스럽다.

이 츠텐카쿠는 1943년에 해체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물든 일본이 전쟁에 필요한 철의 공급을 위해서였다. 아시아 침탈을 위해 해체되었다니 참 어이가 없다. 그나마 지금의 츠텐카쿠는 지역 주민들에 의해 1956년에 재건되었다고 하니 과거 것과는 연관성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게다가 외형도 많이 다르다.


일본의 어느 관광지를 가도 볼 수 있는 기념주화 만들기는 츠텐카쿠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은 정말 많았다. 길게 늘어선 줄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슬프게도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고, 대부분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내 앞에는 각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아이들이 보였다. 물론 사진을 제대로 찍을 리는 없었지만 열심히 화면을 보며 찍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나중에 엄마가 카메라를 들고 아이 사진을 찍을 때 “예~ 오사카!”라며 포즈를 취했는데 주변에서 폭소가 터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발을 만졌는지 의자에 그려진 빌리켄의 발은 사라졌다.


낡은 사진과 당시 시대 모습을 재연한 조형물을 보며 3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별거 아닌데 엘리베이터를 탈 때 철탑의 옆 부분이 보이는데 여기에 현재 높이가 적혀있었다. 소소하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츠텐카쿠의 전망대는 무척 협소했다. 그나마 91m높이에서 360도로 오사카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전망대에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곳과 빌리켄 점을 보는 곳이 전부였다. 단지 이 전망대 말고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스카이 워킹이라는 상품도 있었는데 1200엔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의문이었다. 난 그냥 전망대에서 구경하는 것으로만 만족했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흐려진 것인지 아니면 흐릿한 창문 탓인지 깔끔한 사진이 나오진 않았다. 전망대는 10분이면 다 볼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올라온 곳이라 금방 내려가진 않았다.


원래 전망대는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많은 법이다. 밤이 아니라서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발 아래에는 익숙한 장소, 신세카이 거리가 보였다. 전망대에서 30분은 버텼나 보다. 난 전망대를 한 바퀴 둘러바다가 2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면 이곳의 상징인 빌리켄과 기념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먼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 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준다. 빌리켄의 발을 만지면서 포즈를 취하면 사진을 찍을 때 "빌리켄~"이라고 외친다. 물론 사진을 찍는데는 돈을 낼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기념품 매장을 빠져나갈 때 인화된 자신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때는 구입할지 의향을 묻는다.


물병도 츠텐카쿠의 모양으로 만들어서 파는 것은 물론 다양한 오사카 기념 상품이 눈에 띈다. 일본의 상업성에 질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것도 재미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재주는 세계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몸도 피곤하고, 달달한 게 땡겨서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스크림과 떡, 과일, 푸딩이 섞인 파르페였는데 무척 달았다. 이렇게 잠깐 쉬어갈 때는 어김없이 다이어리에 여행의 기록을 이어갔다. 그나마 내가 여행을 하고 있으니 부지런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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