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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하라에 밤이 찾아왔다 해도 낮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어두운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마저 없으니 더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대마도의 최대 번화가라는 말이 머쓱해 질만큼 조용했다. 그래도 여행인데 조용히 하루를 마감할 수는 없었다. 


역시 밤에는 술이다. 아무래도 술이 빠질 수는 없지. 아주 조금이라도 알콜이 들어가야 여행하는 맛이 있는 법이다. 사실 이즈하라가 너무 조용해서 과연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의문이긴 했으나 밝은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조금만 걸어가니 몇 군데의 이자카야가 나타났다. 


거리 못지않게 이자카야 내부에도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일요일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이즈하라의 원래 분위기가 이런 것일까? 어쨌든 간간히 보이는 한글로 보아 일본어를 못해도 주문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확실히 대마도에서는 한국 관광객이 주 고객인가 보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거리의 가장 끝에 있었던 이자카야였다.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소박한 분위기였다. 손님은 없었지만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긴 했다. 원래 우리는 1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함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곳을 원했기 때문에 사실 손님이 없는 편이 더 좋았다. 


일본에서 마시는 생맥주가 역시 최고다. 


그리고 우리는 안주로 이곳에서 자신 있게 내세운 어묵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와 에다마메(소금을 넣고 삶은 풋콩)를 주문했다. 아무래도 우린 배불리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음식은 피하고 싶었다.


일본식 선술집을 가면 빠질 수 없는 에다마메인데 여기는 한 가득 나왔다. 원래 가볍게 집어먹기 좋아 안주로 인기가 많은데 이렇게 가득 주니 사람들이 무척 좋아했다. 


맥주를 한잔 더 마시고, 이번에는 오코노미야키를 주문했다. 다들 저녁 때 부실하게 먹었나 싶을 정도로 오코노미야키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먹자마자 우리는 하나를 더 주문했다. 달달한 게 참 맛있었다. 여기 어묵이 조금 별로이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맛은 괜찮았다.  


이자카야에서 적당히 술을 마시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술자리가 마무리되면 아쉽기 때문에 3차는 호텔에서 하기로 했다. 이렇게 조용한 동네에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한다면 역시 같이 온 사람들과 밤새 어울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다른 때보다 재미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는 호텔로 돌아갔는데 그전에 편의점에 들러 또 먹을 것도 사고, 얼음도 몇 개 샀다. 나중에야 느끼게 되었지만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다는 게 무척 했다. 대마도는 주로 주말에 찾는 여행자들이 많은 까닭에 일요일에는 투숙객이 많지 않다. 밤새 놀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침대를 옆으로 밀어 놓고, 작은 방에 둘러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미리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안주부터 시작해서 방금 전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온 다양한 간식거리로 인해 풍성했다. 사실 안주만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이제는 점차 편안해지는 분위기 속에 대화가 풍성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엠티에 온 기분이었다. 
 
이 여행은 쓰시마시, 여행박사, 시그마 협찬과 도움으로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