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적지는 필리핀 마닐라였다. 마닐라로 이동하는 항공편은 필리핀의 대표적인 저가항공 세부 퍼시픽이었는데 기존의 항공사와는 다르게 버젯 터미널을 이용해야 했다. 원래는 버젯 터미널의 존재를 몰랐지만 싱가폴에 도착했을 때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세부 퍼시픽은 버젯 터미널에서 타야 한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위치나 가는 방법을 알아 놓은 상태였다.
저가 항공이라고 뭐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탈 항공편은 이번에도 지연됐다. 원래 이륙해야 할 시각에 탑승을 시작했으니 말 다했다. 그나마 몇 시간 이상 지연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할까?
공항 앞에서 대기하는 능글맞은 택시 기사를 뒤로 하고, 이제 막 공항으로 들어오는 택시를 타고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말라떼로 향했다. 빠르게 달리 택시 안에서 새롭게만 느껴지는 마닐라를 바라봤다. 필리핀의 최대 도시이자 수도답게 세부(Cebu)와는 다른 화려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닐라에 대해 잘 몰라도 벌써부터 반대쪽, 그러니까 이 도시의 어두운 단면이 보이는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지만 처음에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게스트하우스를 빠져 나왔을 때 바라본 거리는 본래의 색을 잃은 노란 가로등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고, 그 거리의 어둠 속에서는 하얀 눈이 느껴졌다. 그 눈의 정체는 다름이 아니라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들이 헐벗은 채로 말이다.
앞서 말했지만 필리핀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리고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처음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분위기는 주변의 거대한 빌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빈민촌도 아니고 도시의 중심부에서 이런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필리핀의 빈부격차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마닐라는 거대하고, 현대적인 도시였지만 분위기만큼은 어두웠다. 아침이 되면 조금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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