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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의 매력은 이국적인 풍경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할 땐 유유자적한 나만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 좋은 곳은 참 많지만, 제주도만큼 다양한 여행 방법이 가득한 곳은 없을 거다. 특히 해외를 떠나는 것처럼 혼자 배낭을 메고 훌쩍 제주도로 가는 사람도 참 많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도 많은 게 아닐까.


게으른 소나기도 그런 게스트하우스 중 하나다. 이름만큼 참 독특한 곳이다. 다른 곳처럼 여행자가 많이 올법한 장소에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게 아니라 아주 한적한 동네 깊숙한 곳에 있고, 외형은 제주도 전통가옥을 연상케 한다.


사실 난 원래부터 이곳을 알고 찾아갔던 것은 아니고(해외에서 버릇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 잠자리는 애초에 알아보지도 않았다), 당시 일행 중에 이곳을 예약했기에 남는 방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갔던 것이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전통가옥이 인상적이었는데 개조를 했는지 나름 내부는 침대가 있어 외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다. 방은 도미토리 남자 4인 1실, 도미토리 여자 6인 1실이 있고, 별도로 2인실이 1개 있다. 또한 남녀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다. 수건은 별도로 제공되지 않으니 꼭 준비해서 가야 한다. 난 수건도 없이 가서 샤워를 하고 대충 몸을 닦고 나오느라 나름 힘겨웠던 기억이 난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이런 침실이나 시설이 아니다. 여기에 도착하면 이름처럼 게으름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해먹에 누워 책을 보거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걷는 여유 말이다. 가까운 곳에 슈퍼도 없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느긋해서 좋고, 게을러서 감성이 돋는다.


꼬리를 열심히 흔들어대는 한동이도 빠질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제주도에 왔으니 고무신도 신어 보자. 


옥상에 올라가면 주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근처에 높은 건물이 없어 살짝 색이 바라진 제주도 가옥의 모습이 보인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주변이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거지라서 소등이 제법 이르다는 것이다. 모처럼 여행을 왔는데 거의 반강제적인 잠을 자야 한다. 아침부터 게으름을 즐기려면 잠을 자야 한다. 어차피 다음날이 되더라도 눈을 뜨자마자 해먹부터 찾을테니까.


제주도에는 수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있지만, 이런 '게으름'을 강요하는 곳은 드물다. 사실 여행 중에는 잠시 게을러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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