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를 첫 여행지로 삼은 이유는 그저 비행기를 타지 않고 얼마나 여행이 가능한지 이상한 호기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해 유라시아 대륙의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아프리카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여하튼 이번 여행의 컨셉을 유명한 관광지만 찍고 이동하는 것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철저한 준비성과 거리가 먼 여행 유전자 덕분인지 블라디보스토크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채 도착했다. 오로지 그날의 일은 그날에 알면 된다, 어차피 여행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데 틀에 박힌 일정으로는 더 피곤해질 뿐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했다.
다행히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첫날은 카우치서핑으로 알게 된 이르마를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상황이었다. 아직 도시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 리가 없지만, 대충 감으로 때려잡고 거리를 나섰다.
아주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헤맨 끝에 이르마와 만날 수 있었다. 이날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첫날이자, 세계여행의 첫날이라 긴장감을 가질 수도 있을텐데 이르마 덕분에 아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호스트를 해주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를 신경써준다는 게 쉽지 않을텐데 정말 고마웠다.
일단 우리는 걷기로 했다. 퇴근 시간이라 막히는 도로변을 바라보며 이름도 거창한 혁명전사광장으로 이동했다. 사실 이름도 몰랐다. 이르마가 중앙광장이라고만 소개해서,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아마 현지 사람들에겐 중앙광장으로 불리나 보다.
역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저 다리다.
옆에선 찐하게 사랑을 나누던 커플이 보였다. 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찐하게.
잠수함 박물관 뒤편으로 이동하면 2차 세계대전 기념비와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공원에 독특하게 생긴 문이 나왔다. 이르마는 이곳을 지나가면 ‘꿈이 이루어진다’며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검색을 해보니 지나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승리의 아치라 불리는 곳이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끼며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걸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이런 서양권의 느낌이 나는 도시가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물론 과거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양권과 이념적인 대립을 하던 그 나라였겠지만.
미국인 여성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동대문이라는 옷가게도 발견! 안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지만 '동대문'이라는 이름 하나에 웃음 짓게 만들었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해양공원쪽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항구도시의 분위기가 절정을 이루는 곳이라 블라디보스토크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은 들리는 곳이다. 산책하기에 참 좋아 보였다. 여기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동안 꼭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끝내 가보질 못했다.
바닥에는 나라명이 적힌 타일이 있는데 왜 인지 대한민국은 볼 수 없었다. 어떤 기준으로 나라를 골랐는지 모르겠다. 이거 어디 가서 항의를 해야 한담.
거리 한편에서는 아이스크림이나 솜사탕을 팔고 있어 살짝 작은 어느 동네의 유원지에 온 느낌이다.
배가 고팠다. 우리는 레스토랑을 갈지 해양공원 끝에 있는 바비큐를 파는 노점식 식당으로 갈지 고민을 했다. 일단 나는 바비큐가 더 끌려 그쪽으로 가자고 했다.
역시 월요일이라 그런지 무척 한산했다. 이르마가 주문하는 데로 구경만 했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앞에서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한 뒤 계산을 하면, 주문서라고 할 수 있는 막대기를 옆에 바비큐를 굽는 곳으로 가져다주면 된다. 그러면 5분 뒤에 바비큐를 찾으러 오라고 얘기를 해준다.
이르마는 한국말도 살짝 할 줄 알기 때문에 자신의 한국어 실력향상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나에게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얘기를 해달라는 요구사항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알아 들어서 내가 더 놀랐다. 아무튼 우리는 바비큐를 먹으면서 한국 여행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러시아 여행과 관련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느새 블라디보스토크의 첫날이자, 실질적인 여행의 첫날의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뭔가 알차게 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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