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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보고 싶은데 없어?”

라는 물음에 천진난만하게 “붉은 광장이요!”고 대답한 나를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던 다연 누님. 대도시인 모스크바 여행을 왔으면서 이렇게 아는 게 없을 줄 몰랐나 보다.

사실 모스크바에 아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특히 ‘붉은 광장’외에 아는 게 전혀 없던 모스크바에서 전전전 회사 선배를 만나다니. 불과 3개월만 다니다 때려 친 곳이라 추억은 많지 않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아무튼 덕분에 모스크바에 있는 동안 많이 얻어먹고, 여행도 데려다 주는 곳을 다녀 편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모스크바의 명동이라는 아르바트 거리로 갔다. ‘붉은 광장’이 아닌 아르바트 거리로 말이다. 명동이라는 말에 탐탁지 않았지만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이라기에 뭔가 꼭 거쳐 가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생겼다.


너무 추워서 그런지, 아니면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다행히 명동처럼 사람으로 붐비지 않았다.


거대한 빌딩이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명동에서 볼 수 있는 건물과는 달리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연상하게 하는 건물만 있어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국인, 아니 러시아인이라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빅토르 초이의 벽화가 바로 여기, 아르바트 거리에 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고 빅토르 초이, 빅토르 최라는 이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련시절 전설급 가수였던 것이다. 어쩐지 기차에서 만난 아저씨에게 ‘빅토르 안’ 아냐고 물었을 때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가 오히려 ‘빅토르 최’를 언급하자 안다고 좋아했다.


빅토르 로베르토비치 초이(러시아어: Виктор Робертович Цой, 빅토르 초이, Виктор Цой, 1962년 6월 21일 ~ 1990년 8월 15일)는 소련의 유명한 록 가수, 싱어송라이터 겸 영화배우이며, 소련의 전설적인 록 그룹 키노(КИНО)의 리더였다.

빅토르 초이는 고려인 2세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계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1962년 6월 21일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출생하였다.(그의 아버지는 소련 카자흐 SSR 키질로르다 주 키질로르다에서 출생하였다.) 1990년 8월 15일 소련 라트비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리가에서 운전하던 중 투쿰스에서 버스와 충돌해 요절했다. 빅토르 초이는 러시아 록의 선구자로 여겨지며, 아직까지도 구 소련 국가의 많은 팬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다.

키노의 노래 몇 곡은 한대수, 윤도현 밴드 등에 의해 한국어로 번안되어 불리기도 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러시아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이렇게 거리에도 유료 화장실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생각보다 긴 거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걷기는 좋은데, 문제는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오랜 시간 밖에서 돌아다닐 수 없었다. 걸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 모스크바에서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았는데, 아마 하루에 5천원도 쓰지 않았을 거다. 그 이유는 숙박은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아르템의 집에서 3일간 묵었고, 밥은 거의 다연 선배가 사줘서 이런 기적이 가능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기념품 가게를 잠깐 구경했는데 재밌는 게 많았다. 여러 개의 인형이 안에서 계속 나오는 ‘마트료시카’를 비롯해서 푸틴이나 캐비어 자석도 볼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푸틴이 기념품에 등장하다니. 나름 대통령이지만, 장기집권에 거의 반독재라서 그런가.


아마 카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카페의 상징인 거대한 젖소가 거리를 점거하고 있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이게 제일 웃겼다.


중고 서적을 파는 곳이 거리 한 가운데 있었다.


관광객의 이목을 끄는 그림도 많다. 사진을 찍을 땐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헐리우드 유명배우 안젤리나 졸리였다.

이 녀석은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해서 응해줬더니 돈을 달라고 협박을 했다. 난 지금 당장 지울 거라는 협박을 하자 200루블에서 100루블로, 그럼에도 지운다고 하자 결국 포기하고 가버렸다. 별로 유쾌하진 않았다.


여행자이지만 아르바트 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러시아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도 무지했는데, 이 거리에는 나름 유명한 작가들의 동상이 많이 보였다. 러시아 문학이라고 하면 톨스토이만 생각하는데 푸시킨도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작가다. 3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푸시킨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러시아 문학에서 그를 따라갈 자가 없다고 하며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라 불릴 정도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인 그의 부인 나탈리야와 함께 있다.


관광객이 많은 거리는 늘 그렇지만 카페와 기념품 가게로 반이 채워진다. 아르바이트 거리는 모스크바 여행을 할 때 꼭 거쳐 가는 곳이라 대부분 무심코 지나치는데, 곳곳에 숨어있는 예술가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밌는 요소인 것 같다. 물론 그냥 걸어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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