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나고 드디어 리옹을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다.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무슨 스위스인가 싶겠지만, 나 역시 스위스는 애초에 여행 계획조차 없었다. 다만 예상했던 스페인을 취소하고 오스트리아로 가는 길목에 스위스가 있었던 것이고, 더 중요한 이유는 2달 전에 어느 분이 블로그에 스위스를 지나가게 되면 꼭 오라고, 잠자리는 제공해 주겠노라고 초대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참 감사한 일이다.
전날 멀리까지 가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인터넷으로 TER을 예약한 후 걸어서 역까지 갔다.
리옹에서 제네바까지는 약 2시간 걸렸다. 창을 통해 바라본 하늘은 맑고 짙은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집을 보다가 어느새 스위스 국경에 다다르자 멀리서 등장한 거대한 설산의 위용에 감탄하기도 했다.
프랑스 내에서 표 검사를 하니 새가 찍혀 있었다.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중립국을 표방하는 나라 스위스, 일단 국기가 보이니 스위스가 맞나 보다.
여기서 니옹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야 했다. 파리에서 탔던 RER과 똑같은 구조인데 신형이라 그런지 훨씬 깨끗하고 좋았다. 니옹까지는 불과 15분 거리다. 난 초대해 주신 분을 만났고, 집에 가서 맛있는 점심도 먹었다.
잠깐 쉬다가 초대해 주신 분의 딸 미추와 니옹을 거닐었다. 엽서에서나 등장할 법한 장면이 바로 앞에 펼쳐졌다. 동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작은 집, 에메랄드와 짙은 푸른색으로 경계가 뚜렷한 호수, 그리고 그 호수를 감싸 안은 설산이 이곳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바람이 좀 세게 불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틀간 아름다운 경치를 더해주는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바다처럼 거대한 레만호수 뒤에는 설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에겐 브랜드로 친숙한 몽블랑이었다.
좁은 골목도 마음에 들었다. 일반적인 여행자가 제네바 근처의 이런 작은 마을 니옹을 올 일이 있을까?
니옹성에는 마을을 상징하는 물고기 그림의 깃발이 나부낀다.
작은 마을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니옹 중심가다. 서양에서는 가끔 잘 모르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데, 여기 니옹의 좁은 골목을 걸을 때는 눈만 마주쳐도 "봉주흐"라고 인사를 건넨다.
꽃이 보이는 것을 보니 정말 봄이 오긴 왔나보다. 그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오늘은 로잔을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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