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년 넘게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을 하고 계신 우주여행자님(http://www.universewithme.com/)과 카톡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중간에 재밌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주여행자님은 뜬금 없이 혹시라도 세상에 여행 자격증이라는 게 있다면 난 못 받을 거라는 말을 했다. 난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 자신은 자전거를 타고 3년 넘게 여행하고 있는데 남의 집 앞마당에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묻는 이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게 여전히 부끄럽고, 쑥스럽단다. 이런 결심을 하는데 30분이 걸리는 나는 진짜 여행자가 아닐 거라고, 만약 ‘여행 자격증’ 같은 게 있다면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난 이 말을 듣자마자 웃음부터 나왔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배낭을 메고 여행을 많이 다녀봤다고 하는데 여전히 낯선 환경이 두렵다. 다른 여행자를 보면 관광이 아닌 탐험의 자세가 있는데 반해 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디 그뿐일까. 길바닥 여행자를 자처하지만 항상 망설인다. 히치하이킹을 할 때마다 수십 번의 생각을 반복한다. 손을 지금 들까 말까, 혹은 누군가 나를 쳐다보진 않는지 별 생각을 다 한다. 조금만 이따가 하자, 아니 5분만 이따가 해보자, 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있지도 않은 용기를 애써 찾아보려 한다. 그렇게 30분 넘게 길 위에서 시간을 보냈던 적도 있다. 한 없이 나약한 나를 탓하면서 말이다. 여행을 떠난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나 같은 녀석은 ‘여행 자격증’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 워낙 대단한 여행자를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내가 여행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무튼 어쩌다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여행자이기 전에 혼자 여행하는 우리의 솔직한 본심이 드러나 서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공감만으로도. (사실 우주여행자님 여행을 살펴본다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다행이다. 그런 자격증이 없어서.
물론 그런 자격증 따위는 탐나지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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