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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 사이에서 이집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안 좋은 편이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질리게 만드는 사람 때문인데 인도는 저리 가라 할 정도라 했다. 당연히 이집트 여행을 하기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했던 이집트는 온데간데 없고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들 덕분에 여행이 무척 즐거웠다. 물론 관광지에는 삐끼(호객꾼)도 많고, 사기꾼도 많다. 정말 우스운 건 뭐냐면 이들의 수법이 너무 허술하다는 거다. 꼬시는 방법도 진짜 그럴 듯하지 못하고, 장사도 참 못한다. 


아무튼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정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어디에서나 환영한다며 손을 흔드는 사람들, 차를 같이 마시자고 부르고는 찻값을 당연히 계산하는 사람들, 먹을 것을 나눠주는 등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이집트가 안 좋아질 수가 없다.


룩소르를 떠나 남쪽의 아스완으로 이동했다. 이집트에서 지낸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지만 이미 3주가 지나고 있었다. 수단 비자를 받고 떠나려면 시간이 빠듯해 보였다.


룩소르 역에서 내가 탈 기차를 기다렸다.


아침도 먹지 않고 일찍 역으로 가서 기다렸는데 기차는 제 시간에 오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고, 2시간이 지났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주변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기다려봐”였다. 정확히 언제 도착한다는 소식은 알 수 없었다.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지던 때, 옆에 있던 할머니가 내 기차표를 보자고 했다. 잠시 내 표를 살펴보더니 부욱 찢는 게 아닌가. 너무 황당해 말이 안 나왔다. 어차피 영어로도 통할 리가 없겠지만 한국말로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소리쳤다. 내 소리를 듣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뭐라고 했다. 이에 질새랴 할머니도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다가온 경찰이 합세해 할머니에게 뭐라고 했는데, 이제야 살펴보니 이 할머니는 노숙자인데다가 제 정신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적반하장으로 경찰에게 소리를 질렀다. 경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역에서 빨리 나가라고 했고, 나에게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찢어진 승차권으로도 타는데 문제가 없다면서 연신 안심을 시켰다. 그저 난 이 황당한 사건에 헛웃음만 나왔다.


기차는 무려 3시간이나 지난 후에야 도착했다. 비행기나 배가 연착된 적은 몇 번 있었는데 기차가 3시간이나 늦게 오는 건 처음 봤다. 아스완에 도착하기도 전에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아스완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찾아 나섰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원하는 호텔을 찾았는데 싱글룸이 70파운드였다. 망설이는 나에게 호텔 주인은 돈을 아끼고 싶다면 방금 들어온 일본인과 같이 지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나는 곧장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일본인에게 물었다. 룩소르 역에서 뒷모습을 봤고, 호텔에 들어오기 전에 몇 마디를 나눴던 이 친구는 내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각자 40파운드씩만 내면 되니 서로에게 좋았다.


아스완의 느낌은 룩소르와는 또 달랐다. 여행자는 거의 없었다.

 

나에게 관심을 보이던 할아버지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주셨다.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쏟아지는 비를 봤다. 한동안 세차게 비가 내린 후에는 공기가 맑아졌다. 아스완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한국인 2명을 다시 만났다. 원래는 오늘 떠날 예정이었는데 수단 비자를 늦게 받고 페리를 놓쳐 아스완에서 하루 더 머무르게 됐다고 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고, 저녁을 먹기 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저녁은 단골집이라고 안내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를 사서 나일 강 앞에서 먹었다. 룩소르와는 달리 밤에는 무척 시원했다. 그리고는 숙소에서 맥주를 마셨다. 숙소에는 스웨덴, 영국, 호주에서 온 다른 국적의 자전거 여행자 3명도 있었는데 그들과도 몇 마디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수단에서 다시 보자는 말과 함께. 아무래도 룩소르에서는 맥주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비싸서 정말 천천히 마신 것 같다.


다음날 나와 일본인 친구 마사(마사카츠였지만 줄여서 마사라 불렀다)는 수단 비자를 신청하러 대사관으로 향했다. 대사관이 꽤 멀리 있어 마이크로 버스를 탔다.


대사관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8시 40분이었고 이제 막 비자 업무를 시작했을 때였다. 신청서를 작성하니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차나 마시고 오라 했다.


적당히 아침을 먹을 곳을 찾아봤다. 수단 대사관 바로 옆에는 모스크가 있는데 그 바로 옆에 식당과 찻집이 보였다. 식당에서는 팔라펠, 찻집에서는 커피를 주문한 뒤 앉았다. 팔라펠도 맛있었고, 커피도 정말 맛있었다. 이집트에서 맛 본 커피 중에서 최고였다.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던 한 남자는 우리를 보자 대뜸 일본어로 말을 걸었는데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마사가 일본어로 대답하자 아주 유창하게 이어졌다. 알고 보니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우리에게 계속 먹을 것을 권했고 우리도 사양하지 않았다. 덕분에 아침은 매우 배부른 시간이 되었다.

 

수단 비자는 이틀이 걸린다. 게다가 수요일은 대사관이 휴무라 목요일에 여권을 찾으러 오라고 했다. 어쨌든 비자 신청이 모두 완료돼 홀가분해졌다. 마사는 근처에 있는 유적지를 보러 가겠다고 했고, 나는 유적지에는 관심이 없지만 따라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필라이 신전(Philae Temple)까지 걸었다. 마이크로 버스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우리는 걷는 것을 택했다.


꽤 오랜 시간을 걸어 필라이 신전 바로 앞까지 왔다. 필라이 신전 역시 아부심벨 신전과 마찬가지로 아스완 댐 공사로 인해 수몰될 뻔했다가 해체해 이전한 것이다. 하지만 난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비싼 입장료와 얼마인지도 모를 보트 비용을 내고 싶지 않았다. 난 결국 입장료를 내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마사만 구입했는데 보트를 타러 갔다가 돌아와서는 100파운드나 한다고 알려줬다. 도무지 흥정이 안 되는 보트에 마사는 티켓을 환불하고 싶어했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매표소 직원은 다른 관광객이 오면 그들의 돈을 받고 바꿔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관광객이 거의 없는 이집트에서 필라이까지 오는 사람은 드물었다. 몇 분만에 단체 관광객이 오긴 했지만 다들 표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마사는 다른 단체 관광객을 따라 가서 보트 흥정을 계속해 보트를 타고 신전에 들어가게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난 주변 사람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갈증이 나서 콜라 하나 사먹은 게 전부였다.

 

나하고 가장 많이 농담 따먹기를 했던 이 친구는 내가 간다고 하니까 손을 크게 흔들다가 달려와서는 뚝뚝과 비슷한 차를 잡아줬다. 친구 차라면서 돈을 안 내도 된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결국 탔다. 그리고 돈은 정말로 낼 필요가 없었다.

 

아스완으로 돌아온 우리는 나일강 반대편으로 가보기로 했다. 보트는 2파운드 냈는데, 나중에 돌아올 때 사람들이 1파운드만 내는 것을 보고 아저씨 말은 무시한 채 1파운드만 냈던 것으로 볼 때 원래 1파운드인 것 같다.

 

평화롭게 풀 씹고 있던 낙타와 당나귀를 만났다. 여기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무덤이 있는데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집트를 여행하다 보면 아랍계 이집트인보다 피부도 까맣고 생김새도 다른, 심지어 언어도 다른 누비안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이집트 남쪽과 수단 북쪽에 많이 거주하는데 당연히 남쪽에 있는 아스완에도 많이 있다. 그 누비안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앞에 보였다. 아무 것도 없는 사막 위에 파란색으로 칠해진 집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정상으로 향하기 위해 걸었다. 정말 사막이다. 발이 푹푹 빠진다.

 

정상에서 본 모습은 반대편 사막과 정반대로 살아있는 나일강이 보였다. 어떻게 이 주변은 온통 사막인데 나일강만큼은 이렇게 살아 움직이고, 또 주변에게 생명을 전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맞은 편에 있는 아스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물론 날씨는 무지하게 더웠다.

 

나일강 주변만 푸른색을 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데는 전부 사막이다.


우리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누비안 마을도 가보자고 했다. 온통 사막으로 가득한 이 땅에 마을이 덩그러니 있어 뭔가 신비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누비안 마을에서는 그리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누비안 마을도 사진 찍고 천천히 돌아볼 생각이었으나 우리를 따라오던 아이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해서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간혹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보면 돌을 던지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아무리 아이라도 화가 난다. 장난처럼 던지는 돌이 우리에게는 위협이니까. 게다가 이때는 한 두 명도 아니었고 무려 10명 가량이 우리에게 돌을 던지며 따라왔다.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역시 코샤리다. 싸고 양이 많고 배도 채워주니까.

 

마사와 나는 더 저렴한 유스호스텔로 숙소를 옮겼다. 호텔에서는 40파운드씩 냈는데 옮긴 유스호스텔은 1박에 21파운드로(약 3천원) 매우 저렴했다. 다만 기존에 있던 곳이 에어컨도 있고 화장실도 있었지만 유스호스텔은 냄새도 나고 침대도 깔끔하지 못해 그냥 싼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아스완에서는 막연하게 수단 비자만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과 인사를 주고 받았다.


낯선 이가 차를 마시자는 제안에 우리는 자리에 앉고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 영어는 거의 못했지만 시원하게 웃으며 우리를 환영했다. 게다가 우리가 마셨던 차까지 계산해 줬다.

 

버스터미널을 찾아 걷고 있을 때 공사장 아저씨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심지어 올라오라고까지 했다.


공사장에 올라가봐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인사뿐이었지만 사람들의 유쾌한 반응에 즐거움을 얻었다.

 

지도에 나오지도 않는 버스터미널이 어딘지 몰라 찾고 있을 때 어떤 아저씨가 터미널까지 태워주겠다며 타라고 했다. 거리가 꽤 멀었던 버스터미널이 바로 앞까지 태워줬다. 그리고는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 달라며 전화번호까지 알려줬다.


원래 나는 수단 와디할파로 갈 때 페리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이집트 비자 기간도 거의 끝나가고, 페리가 더 비싼데다가 느리기 때문에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수단 비자는 목요일에 나오는데 하필 버스는 금요일에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 토요일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매했다. 아직 수단 비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돌아갈 때는 나일강을 바라보며 걸어서 갔다. 10월임에도 여전히 뜨거운 날씨에, 도착하자마자 콜라부터 찾았다.

 

저녁에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며 산책을 했다. 날씨는 선선함을 넘어 쌀쌀하기까지 했다.

 

강변에서 야경을 보다가 휴지를 팔고 있는 아이에게 1파운드짜리 휴지를 샀다.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단 돈 100원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아이들이 파는 물건도 사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정말 아주 가끔이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이들이 파는 물건은 사주고 싶을 때가 많다. 정말 별 것도 아닌데 엽서, 휴지, 껌 등을 파는 아이들이 천진난만해 보이기도 하고. 과거 어떤 아이로부터 엽서를 사주지 않았다가 나중에는 내가 왜 사주지 않았는지 후회하며 찾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때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와 인사를 했는데 그 옆에 있던 여자 아이가 나도 사달라며 따라왔다. 이미 샀으니 나중에 사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고작 1파운드(150원)인데 그 여자아이한테도 사줄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놀이터를 발견했다. 놀이공원에 비하면 규모가 초라하지만 빙글빙글 도는 놀이기구를 타며 좋아하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부모가 몇 있어 우리도 그 옆에서 구경했다.


나에게 휴지를 팔았던 아이는 언제 우리 옆에 왔는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아스완의 밤거리, 여전히 중국인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한국인이라고 해명하고 다녔다.

 

새벽 3시 반, 다시 거리로 나왔다. 나는 원래 아부심벨 신전을 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수단 비자를 받고 떠나기까지 무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그래서 나름 이집트 남부의 최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부심벨을 여행하기로 했다. 아부심벨은 수단 국경에서 아주 가까운 곳, 그러니까 아스완에서 매우 멀어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출발해야 갈 수 있다.


정신 없이 졸다가 깨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아무 것도 없다. 온통 사막이다.


아침이 되어서야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비싼 115파운드였다. 그 중에서 가장 웃겼던 비용이 가이드 13파운드였는데, 아부심벨에 들어서자마자 한 남자는 입장료에 가이드비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한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데 대신 팁은 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 당연히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부심벨 신전은 과거 아스완 댐 공사 때 수몰될 뻔했던 것을 유네스코에서 보호하고자 조각 내 옮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유적지보다 아부심벨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편이다.


아부심벨 신전의 정면에 있는 좌상이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아부심벨에는 2개의 신전이 있는데 전부 내부에서는 촬영불가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을 찍어댔다.


아부심벨 신전을 보러간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했으나 역시 밖에 있는 석상을 제외하고는 흥미를 끌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 마사와 아부심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같은 차에 탔던 중국인 여행자와 수다를 떨다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좌상을 찍었다. 거대한 유적을 보면 놀랍지만 가끔은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할 때도 많다.


중국인만 있는 줄 알았던 우리 차에 한국인도 한 명 있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엄청 반가워했다. 그리고 새벽에는 다들 자느라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사실 우리 차에는 말레이시아인 3명, 중국인 1명, 한국인 2명, 일본인 1명 등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가 있었다.


새벽부터 아부심벨을 다녀와서 피곤했다. 점심을 먹고 숙소에서 쉬기만 했다. 이미 아스완에서 며칠을 보낸 까닭에 저녁에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어제 나에게 휴지를 팔았던 아이가 나에게 왔다. 마침 여자 아이에게 휴지를 사주겠다고 결심했던 터라 친구는 어딨냐고 물었더니 고개만 끄덕이더니 다른 데로 갔다.


다행히 알아 들었나 보다. 여자 아이를 데려왔다. 찻집에서는 아이들을 내쫓으려 했지만 나는 잠깐만 기다리라며 1파운드를 꺼냈다. 그리고는 손을 흔들며 헤어졌는데, 바로 근처에서 계속 서성이고 있어 카메라를 들고 나가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활짝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거대한 아부심벨 신전을 봤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수단 비자를 받았다. 사실 수단 여행은 한 달도 충분한데 무려 두 달짜리 비자다.


수단 비자를 받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팔라펠로 아침을 해결했다. 먼저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빵도 먹으라고 줬다. 


마사가 오벨리스크가 보고 싶다고 해서 그곳까지 걷던 도중 동네 주민이 잠깐 오라고 손짓을 했다. 우리는 그저 인사만 할 생각이었는데 앉으라고 하더니 차를 주문했다. 말이 얼마나 통하겠냐만은 서로 말을 꺼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참이나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가 떠날 때는 역시 마셨던 찻값을 계산해줬다. 우리가 돈을 내려고 하면 넣으라는 의미로 손을 내친다. 4주간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어디를 가도 이런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이집트가 더 좋아졌다.


환영하는 사람들, 그리고 미소를 가득 담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거리는 멀어도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았다.


오벨리스크에 도착했는데 역시 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사만 들어가기로 하고 나는 출구에서 기다렸다. 들어간지 10분만에 나온 마사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를 했다.


오벨리스크 바로 옆에는 임시로 천막을 친 서커스장이 있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해 살짝 고개를 내밀었는데 우리를 본 사람들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인사도 하고, 국적과 이름도 말하고, 그리고 빵을 얻어 먹었다. 하루에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늘 가는 찻집에 앉아 2파운드(300원)짜리 차를 마셨다. 바람은 시원했고, 거리는 시끄러웠다.


올드마켓 주변은 밤이 되어도 활기차다.


다음날에는 그냥 하루 종일 숙소에서 늘어져 있다가 밥을 먹을 때만 나갔다. 벌써 아스완에서만 일주일 째라 우리의 흥미를 끌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근데 이날은 좀 이상했다. 이집트에서 여행 온 젊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나를 보고는 사진을 찍자며 달려왔다. 옆에도 외국인인 마사가 있는데 나한테만 요청하는 것도 이상했고, 이런 열광적인 반응은 처음이라 내가 무슨 연예인이라도 된 줄 알았다. 이집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슈퍼 앞에서도 농담을 하며 웃음을 나누던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이집트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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