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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쯤 되어서야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치앙마이는 태국의 제2의 도시였는데 여행자들은 근처 고산족 마을을 체험하는 트레킹을 거의 필수적으로 했다. 우리는 숙소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썽태우(차량의 뒷공간을 개조한 교통수단)를 타고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하러 출발했다.

썽태우 2대로 출발했는데 다른 썽태우에는 우리와는 아직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었다. 어차피 이때는 서로 잘 몰랐기 때문에 다른쪽 썽태우에 누가 탔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트레킹을 같이했던 사람들을 소개하자면 내 옆에 있었던 상민이형은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후 곧바로 여행을 왔다. 방콕에서 만나 라오스까지 여행을 하게 됐다. 그 옆에 있는 승우는 나와 대학교 친구로 같이 동남아 여행을 하기 위해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 돈을 모아 떠났다. 아마 이 친구가 없었다면 나의 배낭여행은 그냥 계획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엘레나는 우리와 함께 치앙마이까지 같이 여행했는데 충동구매를 자주하는 편이었다. 심지어는 내가 아무거나 사지말라고 말리기까지 했는데 사실 우리와 같이 가난한 여행을 했던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은 면이 적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우리 의견대로 잘 따라왔다.

캐나다 커플은 처음에는 좀 친하게 지내려고 했는데 얘네들이 좀 지저분해서 멀리하게 됐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21살로 무척 어려서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준 경아는 충동적으로 방콕으로 날라왔는데 항공권이 일주일짜리였다. 우리는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일주일짜리로 여행을 왔냐고 물어보니 혼자서 왔던 여행이라 아무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그냥 여행을 오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는데 그런 이유로 우리는 비행기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설득했고, 결국 일주일짜리 여행이 한달로 길어지게 되었다. 함께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여행하게 됐다.


썽태우를 타고 도심지를 빠져 나가서 도착한 곳은 시장이었다. 치앙마이 트레킹 할 때 비가 엄청나게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혹시나 몰라 우비를 구입했는데  엘레나는 트레킹을 위해 신발을 샀다. 역시 대단했다. 우리는 시장에서 10밧짜리 커다란 닭다리를 사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시장에서 간단하게 물건을 산 뒤 우리를 태운 썽태우는 본격적으로 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좁을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는데 거의 군대에 있었을 때 차를 타고 전방으로 가던 상황이 겹쳐 보일 정도였다.



꽤 먼거리를 이동해서야 우리는 코끼리 타는 곳에 도착했다. 치앙마이 트레킹의 핵심은 고산족이 사는 마을을 올라가보는 것이 핵심이기는 했지만 사실 부수적으로 코끼리를 타거나, 뗏목을 타는 등의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다.

코끼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 신기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던 것도 잠시 이내 그 주변에 커다란 덩어리들 보며 난감해했다.

정말 허술하게 만들어진 나무 위에서 코끼리를 타면 되는데 역시 허술한 코끼리 등 뒤에 있던 의자에 앉으면 된다. 아저씨는 코끼리 머리 위에 앉아 있었고, 뒤에 있는 코끼리에는 커다란 귀에 줄을 매달아놨다. 그러니까 앞에 코끼리가 가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게 했던 것이다.


코끼리를 타고 우리도 이동을 했다. 처음 타보는 코끼리라 다들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코끼리를 몰고 가는 아저씨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이동하도록 시키는데 꼬챙이같은 걸로 코끼리 머리를 찌르기도 했다. 사실 코끼리 위에 타니까 우리는 편하기는 했지만 코끼리들도 걸어다니기 힘든 진흙 범벅이 된 산을 오르고 있었고, 계속 꼬챙이로 찌르니까 그 모습이 무척 안쓰러웠다.

여기에도 상술이 존재했는데 코끼리 처음 탈 때 사진을 찍고는 나중에 인화까지 해서 팔려고 보여준다. 그 짧은 시간에 액자까지 만들어서 그럴싸하게 파는데 100밧은 나에게 너무 사치스러운 돈이었다. 우리 일행 중에서는 어느 누구도 구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간에 코끼리 먹이를 팔기도 했는데 코끼리가 좋아하는 나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역시 사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는 코끼리가 불쌍해 보여서 사줄껄 그랬나 싶기도 했다. 아마 내 생각이지만 그런 감정을 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캐나다 커플은 코끼리 먹이를 샀는데 이걸 코끼리에게 줬더니 입으로 가져가 우걱우걱 맛있게 씹어 먹었다. 사실 기대하며 코끼리에 올라탔지만 나중에는 코끼리가 너무 안쓰러워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