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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타고 잠시 점심을 먹었는데 간단한 볶음밥이었다. 트레킹 비용에는 식사도 다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트레킹하는 동안에는 돈을 쓰지 않았다. 물론 간혹가다가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곳이 있었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물 침대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썽태우를 타고 고산 마을로 향했다. 이번에는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었는데 무지하게 험한 코스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국이야 원래 우기시즌 중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그런 양이었다. 근데 신기한 것은 트레킹을 다녀온 사람들은 항상 비를 엄청 맞았다고 하는데 정말 트레킹할 때마다 비가 오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심한 비포장도로를 올라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우리를 내려주었다. 이제부터 걸어서 고산족이 사는 마을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30분이라고 하더니 다시 1시간으로 말을 바꿨다.

비는 엄청나게 쏟아지고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우비를 입고 다녔는데 한번 벗으니까 다시 입기 귀찮아서 나중에는 그냥 비를 맞으면서 걸었다. 산이 가파르기도 했지만 비가와서 더욱 미끄러운 곳도 있었다. 산악 트레킹하면서 왜 이리 군대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현역시절에 강원도에서 산을 넘어다녀서 그런가 산만 보면 군대 생각이 절로 났다. 물론 그때는 무거운 군장을 메고 다녔지만 말이다. 물론 트레킹은 군대처럼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니었다.

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했던 태국인들은 재미있게도 한국말도 간혹 했다.

"촌촌히 가자~"
"힘들어?"

뭐 이런 간단한 말은 할 줄 알았고, 의외로 한국말도 많이 알았다.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니 혼자 배웠단다. 간혹 이상한 한국말을 해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지만 다양한 한국말을 선보여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40분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폭포였는데 우리를 안내하던 친구들은 난데없이 여기서 수영을 하자고 했다. 비는 엄청나게 오고 있었기 때문에 물의 색은 진한 흙색이었다. 비를 맞는 것도 모자라서 수영을 하자니 우리가 뛰어들거같아? 하지만 뛰어들었다. 나와 상민이형, 승우만 뛰어들고 나머지들은 구경하다가 뒤늦게 몇명 들어오기도 했다.

근데 여기 너무 깊었다. 생각없이 다이빙을 한다고 뛰어들었다가 발이 닿지 않아서 깜짝 놀랐던 것이다. 그래도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비도 계속 오니 덥지는 않아 좋았다.


길을 가다가 신기한 것을 몇 개 보여줬는데 풀잎으로 소리를 내는 것과 비누방울을 만드는 것이었다. 소리를 내는 것은 몇번 따라해보니 나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비누방울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었는데 몇번 따라해봤는데 잘 안되었다. 꼭 시골에 놀러와서 신기한 구경거리를 구경했던 어렸을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엘레나는 파인애플을 너무 좋아했는데 시장에 들렀을 때 10밧짜리 파인애플을 5개정도 사가지고 와서 트레킹을 하다가 먹기도 했다.  엘레나는 사실 동남아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서인지 밥을 잘 먹지 못했는데 어느정도였냐면 밥대신에 파인애플만 먹을 정도였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이 파인애플의 맛은 환상적일 정도로 너무 달고 맛있었다.


좁은 길을 따라서 걸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미끄럽고 걷기가 힘든 길이었을텐데 비가와서 더욱 미끄러웠다. 하지만 자칭 산악부대라고 하는 부대에 있었던 군생활에 비하면 이런 산타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1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한다는 마을은 무려 2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산을 넘고 넘어 나무들이 우거진 지역을 지나니 드디어 나무로 이루어진 집들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와 다른 썽태우에 탔던 팀은 옆길로 이동했고, 우리팀은 그대로 직진해서 더 올라가게 되었다.


마을은 참 소박해 보였고, 조용해 보였다. 아무리 관광객들이 오는 코스라고는 하지만 정말 외딴 곳에 있었던 고산 마을이었다. 우리가 하루 머물 집으로 이동했고,  그곳에 있던 마루에 젖은 옷을 널고 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아주머니들이 아이들을 안고 마루로 올라왔다. 오자마자 물건을 사달라고 압박을 가했는데 우리의 관심사도 아니었고,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이런 기념품들도 사치였기 때문에 하나도 구입하지 않았다. 30분동안 가만히 앉아있더니 결국 물건을 싸들고 돌아갔다. 사실 여행하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냥 이럴 때는 구입하는 것도 껄끄럽고 구입하지 않아도 미안한 마음에 곤란하다. 그냥 현명하게 넘어가는게 제일 좋은 법이다.

태국의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고산 마을로 오니 비도 오고, 너무 추웠다. 그래도 찝찝한 것보다는 나으니까 샤워는 했는데 캐나다 커플들 씻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냥 인사치레로 나이도 물어봤는데 21살정도로 정말 어울리지 않는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저녁으로 카레와 잡채 비슷한걸 먹었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밥을 더 먹을 때는 약간 질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거나 잘 먹는 식성탓인지 다 맛있었다.

밥을 먹고는 밤이 되자 우리에게 재밌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마술을 보여줬다. 하지만 마술이 너무 허접해서 우리에게 다 틀키자 크게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게 너무 웃겼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자 우리에게 사정을 하며 이번에는 그냥 모른척 지나가달라고 애원까지 했다.

그리고는 게임도 했는데 결국에 술마시는 게임었다. 분명 취하게 만들어서 술을 더 먹이려는 속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게임하면서 자신이 계속 져서 술을 더 많이 먹었다. 우리는 술을 샀던 것이 아니라 이 친구가 술을 사서 혼자 게임을 하다가 계속 지고, 결국 늦은 밤까지 혼자 게임에서 지고 술 먹고를 반복했다. 너무 웃겼다.

"부다 부다~ 부다 부다~"

게임하는 도중 외쳤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메아리 친다. 부처님... 부디 이번에는 안 걸리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그의 표정과 외치는 목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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