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빈센트를 다시 만났을 때도 그랬다.
사실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남미로 갔을 때부터 빈센트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30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아르헨티나에 도착하자마자 빈센트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자신은 중고차를 타고 멕시코에서 남미를 향해 내려가고 있으니 언젠가 만날 수 있지 않겠냐는 즐거움이 묻어나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우리 둘 다 천천히 여행을 하는지라 몇 개월이 지나도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았다. 8개월이 지났을 때 서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거다.
우리는 무려 2년 4개월 만에 에콰도르 키토에서 다시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땀에 쩔은 채로 안더니 내 친구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던 빈센트는 몇 년간 전세계를 여행을 하고 있는 괴짜였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여행을 하고 있었고, 다시 만나던 그날에도 여전히 여행을 하는 중이었으니 아마 6년쯤 되었을까? 그 전에 일본이나 미국에서 일한 경험까지 합치면 프랑스를 최근 언제 돌아갔는지 그것부터 따져봐야 하겠지만.
아르메니아는 내가 한국을 떠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즈음에 갔던 나라다. 그곳에서 빈센트를 만났고, 다시 미승인국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여행하게 되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르메니아계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 있는 분쟁지역이고, 구글 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상한 나라’다. 이름마저 입에 착 감기지 않아 더 생소하다.
탐험가라도 된 것마냥 낯선 곳을 걷고, 히치하이킹을 하며 여행했다. 이제와 고백하는 것이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그러니까 여행자가 출입할 수 없는 곳도 여행했다. 살짝 무서운 지역이긴 했지만 오히려 뭔가 신나고 즐거웠다.
아무튼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니 저절로 수다쟁이가 됐다. 오래된 친구(정확히 말하면 알게 된지 오래된 친구)와 재회를 즐거워하며 축배를 들었다. 각자 어떻게 여행했는지, 서로의 잘난 모험을 안주로 삼으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함께 했던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다. 짧은 만남에도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고, 언제가 될지 몰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여행자답다고 말할 수 있다.
“2년 만에, 그것도 다른 대륙에서도 만났는데 나중에 다시 만나는 게 뭐가 어려워?”
빈센트는 아주 당연한 말했다. 지금도 그는 자랑스럽게 소개했던 현대 중고차와 함께 남미를 여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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