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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까지 와서 주요 관광지는 하나도 못 보고 간다면 무척 아쉬울 수밖에 없다. 비록 시간은 없었지만 베이징에서 볼 수 있는 자금성만큼은 꼭 봐야겠다고 아침부터 숙소를 나섰다. 배낭여행자답게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우리는 자금성까지 거리가 꽤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걸어갔다.


시장을 지나치다가 어느 상점에서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영어가 꽤 능숙한 점원을 만났는데(사실 그렇게 능숙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 무려 500위안을 부르던 옷이 계속해서 내려가는 것이었다. 이건 뭐 반 값으로 깎이는 정도가 아니라 1/10으로 깎이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승우는 중국의 전통 옷과 비슷한 형태의 옷을 구입할 수 있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런 기다란 버스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일반 버스를 두 개 합쳐 놓은 것 같았다. 이 버스를 타서 확인을 해 본 결과 안에는 지하철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처럼 되어있었다.


드디어 자금성 앞에 도착했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관광지답게 엄청난 인파와 마주 대하게 되었다. 그 동안 중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관광객들도 엄청나게 모여있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본 자금성은 거대한 앙코르왓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자금성 입구 바로 앞에는 그 유명한 마오쩌둥(모택동) 아저씨의 초상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오쩌둥은 어렸을 때도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인물인데 사실 학살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초상화가 떡하니 걸려있다는게 조금 이상했다. 물론 공산주의가 아니더라도 마오쩌둥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자금성 입구(천안문)에 도달하자 거대한 마오쩌둥 아저씨의 얼굴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더 많은 사람들이 가득 했다. 중간 중간에 패키지 여행인듯 똑같은 모자를 쓰고 다니거나 깃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도 이런 패키지 여행을 즐겨 하는가 보다.


자금성으로 가는 입장권은 50위안이었다. 남은 돈을 털털 털어 티켓을 샀다. 이로써 내 자금은 이제 100달러 밖에 남지 않았다. 중국까지 도착하는 동안 무려 6개의 나라를 거쳤는데 1000달러 가지고 정말 잘 버텨왔다. 나도 믿기기 힘들 지경인데 1000달러 가지고 시작한 여행 중에서 100달러를 비자 비용으로 썼으니 중국까지 오는 동안 사실상 쓴 돈은 800달러 조금 넘을 뿐이었다.


자금성도 복원작업이 한창이었다. 보기에는 넓은 공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 보여도 어딜 돌아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피로감은 너무나 쉽게 찾아왔다.


하긴 예전에 황제가 살았던 곳이자 그의 후궁들이 살았던 곳이니 이렇게 거대할 만하다. 거대한 중국 땅덩어리의 황제라니 이 정도 쯤은 되야 뭔가 황제 답지 않을까?


자금성 안에는 이런 정원도 있었다.


사실 자금성을 보면서 거대함에 놀라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여행의 막바지이기도 하고 또한 앙코르왓의 거대함을 이미 보고 온지라 식상한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워낙 사람이 많아 제대로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나중에는 아예 대충 둘러 볼 정도로 귀찮아졌다. 여행이 끝나가니 감수성이 떨어졌나 보다. 덕분에 자금성에서 무엇을 봤는지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내가 여행을 하던 이때는 베이징 올림픽이 약 1년 남았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카운트를 세고 있었다. 이제 여행을 끝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베이징에서 좀 더 머무르면서 여행도 해보고 싶었지만 학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종강 후 떠났던 배낭여행이었는데 우리는 이제 개강을 코앞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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