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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중국도 딱 하루만 있었던 마지막 도시 텐진도 이젠 안녕이다. 아침에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진짜 텐진이 큰 도시라는게 실감이 되었다. 항구까지 금방 갈 줄 알았는데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


전날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셔서 피곤할 줄 알았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밖에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예전에 인터넷으로 봤던 중국의 삼륜차가 진짜로 있었다. 괜히 신기하면서도 재밌었다. 그러다 택시기사와 많은 이야기를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역시나 영어가 안 되는 탓에 그냥 바깥 구경만 해야 했다.


텐진 항구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한국 사람이 우리에게 접근해서는 짐을 들어 줄 수 없냐고 물어봤다. 나는 오래전부터 짐을 들어달라는 부탁으 공공연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간혹 불법적인 문제로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거부했다. 잠깐 짐을 들어주고 돈을 받는 것은 무척 쉬워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생기면 짐을 들었던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

왜 배낭여행의 마지막 종착점을 텐진으로 정했냐면 어차피 비행기는 편도였기 때문도 있었고, 책을 통해 텐진에서 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왔던 일본인의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읽기 전만 하더라도 배를 타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배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이미 우리는 비행기를 편도로 정했기 때문에 어느 방법으로든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배를 타고 돌아가는 방법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표를 받았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학생할인 받아서 9만 9천원으로 한국에서 티켓을 구입을 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석이긴 하지만 개인침실도 있어서 장거리 운항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배를 타기 전 나는 중국 돈이 많이 남아 있어서 면세점에서 저렴한 차를 하나 구입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손에 든 기념품이라고는 베트남에서 샀던 인형과 액자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는데 떠나기 전에 뭔가 하나 사고 싶었던 것이다.


시간이 되자 버스에 올라타고 배를 타는 장소까지 이동했다. 이 버스를 타고 5분 정도만 가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 서서 가게 된다.


배는 국제선이라 그런지 그 규모가 엄청났다.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배의 규모와는 차원이 틀렸다.


국제선이기 때문에 당연히 침실도 있었다. 텐진에서 인천까지는 약 25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침실은 필수다.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교통수단 중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 이유는 개인 침실도 있고, 넓은 배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 계속 앉아 있어야만 하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서 무척 편했기 때문이다. 또 내부에는 식당이나 편의점과 같은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어 심심하지는 않았다. 보통 이동하면 좁은 공간에서 새우잠을 잤던 것에 비하면 배낭여행자에게 최상의 시설이었던 셈이었다. 다만 오래 걸린다는게 최대 단점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짐을 놓고 곧 바로 키위쥬스를 사먹었다. 키위쥬스를 마시며 주변에 수많은 한국 사람들을 보니 벌써 한국에 온 느낌이었다.


여객선의 내부도 깔끔한게 마음에 들었다.


복도 의자에 앉아서 바깥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다만 계속 바다만 보이는지라 바깥을 봐도 매번 똑같은 풍경만 이어졌다.


배를 타면 당연히 갑판으로도 나갈 수 있었다. 내부에는 우리를 한국까지 데려다 줄 여객선의 모형도 전시되어 있었다.


배에 올라타서 텐진항구를 바라볼 수 있었는데 육지에서만 살다 보니 항구의 풍경이 익숙치가 않았다.


커다란 배를 정박하기 위해서 작은 배가 밀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 봐서 그런지 무척 신기했다.


로비에 있었던 TV는 처음에 중국 방송이 나오더니 국경을 넘어가자 한국 방송이 나왔다. 저녁에 한국 뉴스와 시트콤을 보면서 무척 신기했다. 고작해야 2달이 지났을 뿐인데 새로운 문명을 체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 나올 때만 해도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끝나고 다른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슈퍼마켓도 있었다. 한국 과자와 라면을 사먹을 수 있었는데 한국 돈으로도 사용이 가능했다. 배 안에 있는 모든 식당은 한국 돈과 중국 돈을 모두 사용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있다.


면세점도 있었는데 이쯤 되면 별게 다 있다고 느껴진다. 배가 가장 불편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가장 편했다. 무엇보다 이동하면서 돌아다닐 수 있다는게 가장 좋았다. 비행기는 가장 비싸지만 가장 좁은 좌석에서 앉아만 있어야 하니 아마 제일 불편한게 아닐까?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종 편의시설과 음식점이 있으니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다. 게다가 국제선인만큼 굉장히 큰 배이기 때문에 멀미의 염려도 거의 없다. 내가 탔을 때만 해도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흔들린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물론 25시간이 걸리는 이동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지루하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아침도 안 먹고 항구로 왔고, 점심 때가 다 되어서 배에 올라탔기 때문에 밥을 먹었다. 그것도 그리웠던 김치찌개로 말이다. 한국 음식을 아예 안 먹었던 것은 아니지만 배낭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한국 음식이 찾아 다닌 적은 별로 없었다. 아무튼 김치찌개를 보니 반가웠다. 신기했던 것이라면 아직 우리에게 돈이 남아있었다는 점인데 김치찌개는 중국 돈으로 지불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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