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을 했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나 심심해서인지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그냥 밖으로 나갔다. 내가 있었던 지역은 다운타운 지역으로 업타운에 비하면 약간은 지저분하고 골목이 으슥한 곳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대낮이었으니 혼자 돌아다녀도 상관 없을 것이라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초반에 세부에서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2006년에 세부를 와봤다는 것과 2007년도에는 동남아 배낭여행을 해봤던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반에는 위험할거라 생각하지만 나중에 적응해서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되는데 나는 그걸 좀 더 일찍 알고 있었다.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한바퀴 돌아봤다. 크게 돌아본 것은 아니고 걸어서 이동했기에 적당한 거리에서 움직였다. 세부의 도로는 지프니의 천국이다. 버스와는 다르게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서는 지프니이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도로도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버스가 다니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그들의 삶은 어디든지 크게 다르지 않다. 도로가에 있는 집이라고 해도 전봇대에 끈을 매달아 닭을 기르고 있고, 내가 돌이키면 간식을 먹거나 밥을 먹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간혹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먼저 인사를 걸어오기도 했다. 다른 의도가 없는 그저 인사에 나도 인사를 건낸다.
이렇게 차들이 지나다니는데 제대로 된 인도가 없다.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는 딱히 좋은 환경은 아닌 셈이다.
먼저 말을 걸어온 사람들 내가 가지고 있는 캠코더를 보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불러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사진을 찍어주고 보여주니 좋다고 한다. 그들이 나에게 술을 같이 먹자는 제안을 해왔으나 난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사진 하나 찍었을 뿐인데 그들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이 한바탕 웃음바다였다.
내가 사진 찍고 있는 것을 보자 자신도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이렇게 사진을 찍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마구 웃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도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했던 아저씨. 그저 사진만 찍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너무나 신나했다.
학원으로 돌아가는 도중 첫날 밤에 봤던 으슥했던 골목이 나왔다. 사람들은 거리에 나와서 쉬고 있었고,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양 옆이 집이었던 골목길이었다.
사진이 어떤 의미가 담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에게는 즐거움으로 남는가보다. 비록 사진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들이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들에게는 사진에 대한 즐거움에 먼저 포즈를 취한다. 동네 한 바퀴도는 동안 땀에 쩔었지만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필리핀 사람들의 미소를 보았으니깐.
복잡한 도로 위 그리고 지프니에 매달려있는 사람들, 그리고 껌이나 사탕, 담배 한개피씩 팔고 있던 아저씨 이 전부 필리핀에서는 일상이다.
세부에서의 생활 점차 익숙해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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