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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니를 타고 정신없이 왔는데 난 분명 MJ Cuenco로 간다고 했는데 내려주는건 콜론 스트리트였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난 분명 처음에 말했었단 말야. 덕분에 저녁 시간도 훌쩍 넘겨 버려서 학원으로 돌아가도 밥먹기는 글렀다.

콜론 스트리트는 학원 티처들도 위험할 수 있으니 가지 말라고한 곳이다. 왜냐하면 콜론 스트리트에 무슬림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필리핀은 현재까지도 기독교가 중심인 정부측과 이슬람 세력이 많은 필리핀의 남부쪽 민다나오의 반정부주의와는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무슬림이 많은 이 지역을 가지 말라고 한 소리였다.

실제로 그렇게 위험하다는 느낌은 받지는 않았지만 워낙 가로등이 없어서 으슥해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콜론 스트리트의 중심부에는 큰 백화점도 있고,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자기 자신만 조심한다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학원으로 돌아가는 지프니를 어디서 타야하는지 몰라 헤매고 있는데 물어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에라 그렇담 그냥 여기나 조금 구경하다가 들어가자. 그렇게 우연찮게 간 곳이 바로 나이트마켓이었다. 한 밤중에 카르본 마켓을 간 적은 있었는데 여기는 좀 틀린 곳 같았다. 아니면 같은 곳일까?



카르본 마켓과 나이트마켓이 같은 곳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카르본 마켓에서는 주로 야채를 팔았는데 여기에서는 간식거리와 신발, 옷, 장신구 등을 팔고 있었다. 저녁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야시장은 무척이나 활기찼다.


구경하고 있는 외국인은 나 혼자라서 쬐금 무서운 기분도 들었지만 이내 그런 기분들은 없어졌다. 사실 알고보면 필리핀 사람만큼 착한 사람도 드물다. 이래서 사람들의 인식이 무서운거다. 이 곳에서 구경하다보니 나의 캠코더를 보고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몇 있었다.


필리핀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던 간식거리였는데 아쉽게도 먹어보질 못했다. 언뜻 봐서는 오뎅처럼 생겼는데 먹어보질 않았으니 말을 못하겠다. 이거 말고도 필리핀 사람들의 대표적인 간식거리가 있었으니 '벌룻'이다. 언뜻 보면 삶은 달걀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화하지 않은 오리를 삶은것으로 먹기가 좀 그렇다. 나 역시 먹기를 시도해보지 않았으나 필리핀 사람들은 남녀노소 너무나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동남아를 여행하다보면 가장 재미있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시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록 필리핀에서는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이 좋으면 좋은 물건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여행자로서는 최고가 아닐까?


문뜩 저녁도 안 먹고 배가 고파서 배만 움켜지고 있는 초라한 나를 봤다. 여기 있었던 사람들이 전부 간식을 먹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먹고 싶었는데 주머니에는 90페소(약 2700원)밖에 없었다. 아~ 나 진짜 거지구나. 사람들이 치킨 뜯어먹고 있을 때 옆에서 입맛만 다시다가 도저히 못 찾겠다고 생각되어 택시비는 남겨놓고 10페소짜리 망고 쥬스 한잔을 사 먹었다.


살살 녹는 부드러움에 엄청 시원한 망고쥬스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정말 맛있었다. SM백화점에서도 망고쥬스를 먹어봤지만 가격도 50~60페소로 비싼편인데 여기는 가격도 싸고 맛도 훨씬 좋았다.


세부의 밤에 더더욱 활기를 불어넣어줬던 나이트마켓 너무 재밌었다. 다음 날 학원에 돌아와서 이 얘기를 해주니까 티처들이 혼자 돌아다녔냐고 웃으면서 신기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