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는 다운타운과 업타운으로 나뉘는데 그 중 다운타운이 조금 더 음침해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좁은 골목이 유난히 많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여기로 온 많은 한국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을 한다. 일부러 음침한 곳을 다니는 것도 여행자가 하지 말아야할 행동 중 하나는 맞다. 하지만 낮에는 그런 느낌도 없을 뿐더러 사실 필리핀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세부의 골목이었다.
학원 바로 옆에 있었던 골목이었는데 나는 이미 몇 주전에 혼자서 둘러본 곳이었다. 좁은 골목의 양 옆에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길 위에는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과 그냥 앉아있었던 어른도 볼 수 있다.
한 눈에 봐도 외국인임을 알고 센스있게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은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다.
좁은 골목 사이에 있던 공터에서 배구를 즐기고 있었다. 남녀 모두 똑같이 배구를 즐기고 있었는데 필리핀에서는 처음 본 것 같다. 비치발리볼도 아니었는데 이런 공터에서 배구라니 조금은 의외였다.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뭐니 뭐니해도 농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준에서 본다면 더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도로는 좁고, 포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항상 물이 고여있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거닐고, 빨래도 널고, 뛰어 논다.
그런데 사람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사실 알고보면 지나가는 외부인에게도 호의를 베풀고 싶어하는 필리핀 사람들이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우리보다 더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베풀고 싶어한다. 처음 봤을 때 음침하고 더러워 보이는 골목 속에는 사람냄새가 나고 있었다.
꼬치의 향기도 골목 내에서 진동을 한다.
세부의 뒷골목은 사람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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