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로 결심하니 이동하게 되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실 세인트조지에서 다른 일을 알아보기로 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일을 소개시켜준다던 호주인은 항상 만취상태였는데 여차저차 알아보니 결국 제대로된 정보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이제 세인트조지에는 미련이 없다고 생각되어 농장에 찾아가 일을 그만둔다고 하고, 각종 서류를 받아가지고 왔다.
다음 날 떠나기로 한 목적지는 빅토리아주의 로빈베일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채 떠나게 되었다.
'에라~ 뭐 잘 되겠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가지고 있는 돈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이번에도 무작정 가게 되었던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리의 짐이 문제가 되었다. 흔쾌히 우리를 같이 갈 수 있다고 했던 정용이형의 차는 대우 누비라였는데 아무래도 짐을 넣는 공간이 충분치 않았다. 고민끝에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캐리어를 로빈베일의 우체국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짐을 어디로 보내야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누군가에게 대신 보내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출발하는 아침 우체국으로 가서 로빈베일 우체국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무게를 대강 재더니 약 50불이 나와버렸다. 비싸지만 뭐 최선의 선택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짐은 상당히 많았으며 텐트, 침낭, 가방, 각종 식기도구까지 다 챙기니 차 뒷공간이 가득 찼다. 그러니까 차 뒷공간에는 짐이 한 가득 찬 상태에서 사람이 낑겨타는 모양새가 난 셈이었다.
어쨋든 출발!
사진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찍지는 않았지만 정말 황량했다. 2시간을 달리는 동안 마을은 커녕 마주치는 차량은 1~2대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보이는 땅들은 점차 말라비틀어진 아웃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용이형 차의 에어컨이 고장이나서 차문을 열고 다녔는데 뜨거운 바람을 계속해서 맞아야 해서 약간 정신이 없었다.
호주의 내륙은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기를 4시간정도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분명 마을은 아니었고 그냥 덩그러니 어떤 한 가게가 있었던 곳이었다. 주변을 살펴봐도 다른 건물은 거의 없었다. 나이가 지극히 드신 할아버지 한 분이 가게를 보고 있었고 우리는 콜라 한 캔씩 먹었다. 뭔가 요기거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없나 살펴봤지만 딱히 음식점을 운영하는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혹시 칩스(후렌치후라이) 있나요?"
나의 물음에 꺼내들은건 조그만 감자칩 과자봉지들이었다. 과자는 괜찮다고 손짓을 하고 탁자에 앉아 콜라를 홀짝 홀짝 마셨다. 밖에는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고 이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이 할아버지는 도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걸까? 갑자기 드는 생각과 동시에 마주친 앵무새는 고개를 이리 저리 흔들며 사방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이녀석이 할아버지의 유일한 말동무겠지?
할아버지와는 아주 짧게 어디에서 왔냐, 한국 사람이라는 말만 주고 받은 뒤 다시 또 이동했다. 또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변화가 없는 땅을 계속해서 달리니 작은 마을이 보였다. 이 작은 마을이 어느정도 수준이었냐면 차를 타고 이동하면 1분도 되지 않아 통과가 될 정도로 짧았다.
그렇게 분명히 지도상에는 명확하게 표시되어있지만 너무나도 작았던 마을 몇 개를 지나 어느 마을에서 또 쉬어갔다. 아무래도 뜨거운 태양아래 오랫동안 달리다보면 차에 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쉬어가는건 필수였다. 그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고 또 달렸다.
아마 내 기억상으로는 Cobar라는 곳이 맞을거 같다. 그 곳에 도착한 뒤 우리는 서브웨이에 가서 간단히 밥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차를 타고온 우리도 이렇게 기진맥진한데 계속해서 운전을 했던 정용이형은 아마 무척 힘들었을거다. 하지만 쉬었다가 가는 것보다는 내일 아침에 도착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해서 계속 달리겠다고 하셨다.
1시간정도 쉰 뒤 다시 또 아래로 아래로 이동했다. 호주라는 곳은 어찌나 땅이 넓은지 벌써 몇 백킬로미터를 왔는데도 우리의 목적지의 반 밖에 오지 않았다. 정말 땅덩어리 하나는 크긴 크다.
점차 어둑 어둑해지고 주변에 뛰어다니는 캥거루나 에뮤 무리를 가끔씩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운전할 때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야생동물이다. 야생동물이 다치는 것도 다치는거지만 사실 그 때문에 차가 완전 망가지기 쉽다. 특히나 캥거루의 경우는 애석하게도 호주의 보호동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더더욱 그런 인식을 가지기 쉽다. 사실 알고보면 캥거루가 젤 불쌍하다. 호주의 상징 동물이긴 한데 워낙 개체수가 많다 보니 잡아먹기도 하고, 차에 치여 죽기도 하고, 가죽으로 쓰기도 하고 이래 저래 상징임을 무색하게 만든다.
호주의 도로 사정은 내가 봤을 때 시드니와 브리즈번 주변의 도로는 정말 발달이 되어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적은 내륙쪽은 도로의 폭도 좁고 간혹 중앙선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밤에 운전이 가능했던 것은 야간에 라이트에 반응하는 표지판이 워낙 많아서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밤에 한참을 달린 뒤 늦은 밤에 도착한 어느 한 마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륙의 작은 마을이다보니 12시가 넘은 시간에 운영하는 슈퍼나 주유소도 없기 마련인데 이 곳은 다행히 주유소 옆에 편의점이 있었다. 이 곳에서 햄버거도 사먹고 조금 쉬기로 했다. 그렇게 한 3시간 쉬었던거 같다.
다시 한참을 이동하니 로빈베일이라는 표지판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고 날은 밝아 왔다. 내 몸은 완전 뜨거운 바람에 쩔어있었고, 완전 비몽사몽인 상태였다.
조금 뒤 우리는 로빈베일에 도착하게 되었다. 지도로 보면 가까운 거리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1500킬로미터가 넘었다.
다음 날 떠나기로 한 목적지는 빅토리아주의 로빈베일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채 떠나게 되었다.
'에라~ 뭐 잘 되겠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가지고 있는 돈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이번에도 무작정 가게 되었던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리의 짐이 문제가 되었다. 흔쾌히 우리를 같이 갈 수 있다고 했던 정용이형의 차는 대우 누비라였는데 아무래도 짐을 넣는 공간이 충분치 않았다. 고민끝에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캐리어를 로빈베일의 우체국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짐을 어디로 보내야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누군가에게 대신 보내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출발하는 아침 우체국으로 가서 로빈베일 우체국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무게를 대강 재더니 약 50불이 나와버렸다. 비싸지만 뭐 최선의 선택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짐은 상당히 많았으며 텐트, 침낭, 가방, 각종 식기도구까지 다 챙기니 차 뒷공간이 가득 찼다. 그러니까 차 뒷공간에는 짐이 한 가득 찬 상태에서 사람이 낑겨타는 모양새가 난 셈이었다.
어쨋든 출발!
사진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찍지는 않았지만 정말 황량했다. 2시간을 달리는 동안 마을은 커녕 마주치는 차량은 1~2대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보이는 땅들은 점차 말라비틀어진 아웃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용이형 차의 에어컨이 고장이나서 차문을 열고 다녔는데 뜨거운 바람을 계속해서 맞아야 해서 약간 정신이 없었다.
호주의 내륙은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기를 4시간정도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분명 마을은 아니었고 그냥 덩그러니 어떤 한 가게가 있었던 곳이었다. 주변을 살펴봐도 다른 건물은 거의 없었다. 나이가 지극히 드신 할아버지 한 분이 가게를 보고 있었고 우리는 콜라 한 캔씩 먹었다. 뭔가 요기거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없나 살펴봤지만 딱히 음식점을 운영하는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혹시 칩스(후렌치후라이) 있나요?"
나의 물음에 꺼내들은건 조그만 감자칩 과자봉지들이었다. 과자는 괜찮다고 손짓을 하고 탁자에 앉아 콜라를 홀짝 홀짝 마셨다. 밖에는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고 이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이 할아버지는 도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걸까? 갑자기 드는 생각과 동시에 마주친 앵무새는 고개를 이리 저리 흔들며 사방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이녀석이 할아버지의 유일한 말동무겠지?
할아버지와는 아주 짧게 어디에서 왔냐, 한국 사람이라는 말만 주고 받은 뒤 다시 또 이동했다. 또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변화가 없는 땅을 계속해서 달리니 작은 마을이 보였다. 이 작은 마을이 어느정도 수준이었냐면 차를 타고 이동하면 1분도 되지 않아 통과가 될 정도로 짧았다.
그렇게 분명히 지도상에는 명확하게 표시되어있지만 너무나도 작았던 마을 몇 개를 지나 어느 마을에서 또 쉬어갔다. 아무래도 뜨거운 태양아래 오랫동안 달리다보면 차에 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쉬어가는건 필수였다. 그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고 또 달렸다.
아마 내 기억상으로는 Cobar라는 곳이 맞을거 같다. 그 곳에 도착한 뒤 우리는 서브웨이에 가서 간단히 밥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차를 타고온 우리도 이렇게 기진맥진한데 계속해서 운전을 했던 정용이형은 아마 무척 힘들었을거다. 하지만 쉬었다가 가는 것보다는 내일 아침에 도착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해서 계속 달리겠다고 하셨다.
1시간정도 쉰 뒤 다시 또 아래로 아래로 이동했다. 호주라는 곳은 어찌나 땅이 넓은지 벌써 몇 백킬로미터를 왔는데도 우리의 목적지의 반 밖에 오지 않았다. 정말 땅덩어리 하나는 크긴 크다.
점차 어둑 어둑해지고 주변에 뛰어다니는 캥거루나 에뮤 무리를 가끔씩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운전할 때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야생동물이다. 야생동물이 다치는 것도 다치는거지만 사실 그 때문에 차가 완전 망가지기 쉽다. 특히나 캥거루의 경우는 애석하게도 호주의 보호동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더더욱 그런 인식을 가지기 쉽다. 사실 알고보면 캥거루가 젤 불쌍하다. 호주의 상징 동물이긴 한데 워낙 개체수가 많다 보니 잡아먹기도 하고, 차에 치여 죽기도 하고, 가죽으로 쓰기도 하고 이래 저래 상징임을 무색하게 만든다.
호주의 도로 사정은 내가 봤을 때 시드니와 브리즈번 주변의 도로는 정말 발달이 되어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적은 내륙쪽은 도로의 폭도 좁고 간혹 중앙선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밤에 운전이 가능했던 것은 야간에 라이트에 반응하는 표지판이 워낙 많아서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밤에 한참을 달린 뒤 늦은 밤에 도착한 어느 한 마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륙의 작은 마을이다보니 12시가 넘은 시간에 운영하는 슈퍼나 주유소도 없기 마련인데 이 곳은 다행히 주유소 옆에 편의점이 있었다. 이 곳에서 햄버거도 사먹고 조금 쉬기로 했다. 그렇게 한 3시간 쉬었던거 같다.
다시 한참을 이동하니 로빈베일이라는 표지판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고 날은 밝아 왔다. 내 몸은 완전 뜨거운 바람에 쩔어있었고, 완전 비몽사몽인 상태였다.
조금 뒤 우리는 로빈베일에 도착하게 되었다. 지도로 보면 가까운 거리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1500킬로미터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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