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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로빈베일에 도착했지만 마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숙소잡는 일이었다. 가지고 있는 책을 찾아보니 로빈베일에 캐러반파크가 3개가 있었고, 로빈베일과 무척 인접해있던 마을인 유스턴(Euston)에도 캐러반파크가 있었다. 우선 로빈베일에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리버뷰 캐러반파크부터 찾아갔다.

캐러반파크를 들어가자마자 순간 시계가 잘 못 되었다 아니 시간이 1시간 빨랐다. 혹시라는 생각에 책을 찾아 뒤져보니 역시나 데이라이트세이빙(서머타임) 지역이 맞았다. 호주에서는 주마다 법이 틀리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는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즈에서는 1시간 빠른 서머타임을 적용하고 있었다. 위쪽 퀸즐랜드는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차가 1시간 났던 것이었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캐러반파크는 이미 다 찼다. 다른 곳을 가봐도 마찬가지 또 다른 곳을 가봐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옆마을 유스톤을 가봤지만 역시나 허탕이었다. 다시 또 텐트 치고라도 생활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때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로빈베일에 백팩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좋다고 달려가서 이리 저리 찾았는데 백팩이긴 백팩인데 기존에 알고 있던 그런 모양과는 많이 달랐다. 작은 공터에 여러 집들이 놓여져 있었던 형태였다.

나이가 지극히 있었던 주인 할머니께 물어보자 마침 방은 있긴 있는데 3주 뒤에 예약한 손님이 있어 그때는 빼야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주었다. 어쨋든 살았다.


키를 받아와 방에 들어가보니 정말 좁았다. 그 좁은 방에 침대 두개가 놓여져있었고 TV나 기타 시설들은 전혀 없었다. 그냥 딱딱한 침대와 에어컨에만 만족해야할 수준이었다. 분명 좋지 방은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먹고 잘 수 있는 공간은 확보했다는 사실은 무척 다행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잤을까?

깨어나 밖을 나가보니 엄청나게 더웠다. 분명 습도가 높지 않아서 끈쩍끈쩍한 것은 없었는데도 보통 더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주인 할아버지 말로는 43도라고 했다. 우와~ 빅토리아주는 아래 지방인데도 훨씬 덥구나. 나중에야 느낀 사실이지만 호주의 빅토리아주가 덥고 춥고 온도 변화가 가장 심했던 것 같다. 여름에는 40도 이상은 훌쩍 올라가버리고 겨울이 되면 호주에서 눈이 오는 지역이기도 하다.

저녁 때 나는 전화통화를 하려고 밖에 나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안테나가 하나도 뜨지도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이상하게 OPTUS 전화를 많이 쓰는데 호주의 타운을 돌아다녀보니 가장 안 터지는 통신사인걸 알게 되었다. 그 중 로빈베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안테나가 뜨는 곳을 겨우 겨우 찾아 전화를 했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우리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 역시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기를 약 3초 그녀석이 나에게 먼저 소리쳤다.

"야~ 임마 너 여기 왜 있냐?"

나는 이녀석을 보자마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누구냐면 바로 군대에서 딱 2개월 선임이었던 현석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에 있을 당시 연락을 하고 지냈던 것도 아니었고, 호주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그것도 이런 작은 마을에서 만나다니 너무 놀라웠다.

참 그러고보면 세상 좁다고 하는데 그게 한국에만 국한된 소리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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