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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본래 예측하지 못한 때 일어난다고 했던가.


내가 있었던 포도농장은 무척 컸지만 당시 포도의 상태가 무척 좋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 하루 포도를 피킹하는데 그 양이 점점 적어졌고, 자연적으로 임금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 곳 시스템이 기본 시급 + 포도 박스 갯수로 정해져 있었고, 그 가격도 매일 매일 변했었다.

어떤 한 주 동안에는 아무리 많이 포도를 따려고 해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계속 가위로 잘라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포도를 피킹하는 양이 무척 적어졌고, 하루에 20박스도 못 만든적도 있었다. 당연히 돈이 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같은 캐러반파크에 있었던 형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다는 얘기도 오고 갔다.

사실 포도가 너무 좋지 않아 일을 하면서 짜증은 밀려왔지만 나에게 있어서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선 돈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너무 돈이 되지 않았던 한 주에는 하루에 100불 살짝 넘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 주가 되자 갑자기 박스당 단가가 5불로 치솟았다. 덕분에 박스를 많이 만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돈을 벌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다시 박스당 단가도 낮아지게 되었다.


그러고 며칠 뒤 포도 피킹을 하고난 후 새로운 포도였던 레드글러브(포도의 종) 밭으로 이동해서 포도 나무의 잎사귀를 떼어내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을 한 후 농장에서는 3일간 쉬고 이 포도 피킹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쉰다는 생각에 정말 기분은 좋았다. 이 때가 약 2주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었기 때문에 쉬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던 시기였다. 제발 비 좀 와라라고 했지만 2주동안 하루도 비가 오지 않았었다.


어쨋든 모처럼의 휴식이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 우리와 같은 캐러반파크에서 지냈던 형들이 곧 떠날거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어차피 포도도 거의다 피킹한것 같고 끝날 때까지 남아도 큰 돈이 되지 않을것 같다는 말을 했다. 확실히 예상보다 일이 일찍 끝난다면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한 형은 우리에게 넌지시 같이 떠나지 않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우리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여기에 남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나을까? 이제야 겨우 안정된 생활에 접어들었는데 절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순간은 아니었다.

'그래 떠나자!'

세인트조지에서 약 1달간 생활으로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약 2000불 가까운 돈을 모아놨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실패하더라도 다시 어디론가 이동할 수 있는 여력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이 농장이 거의 끝물이라면 빨리 밑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 십번도 더 고민을 했지만 아래 쪽으로 가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거라는 말에 우리는 아래쪽으로 내려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가자! 빅토리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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