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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웃기면서도 재미있었던 사건이었지만 정말로 필리핀에서 이런 고백을 받을줄은 몰랐다. 뭐 나 뿐만 아니라 간혹 우리 팀원중에서도 고백(?) 비슷한 것을 받기도 했었다.


우리가 스노클링 하고 난 후 베이스 캠프로 돌아와서 악기 연습하면서 쉬고 있었을 때였던것 같다. 한 아이와 그 친구들이 다가와 계속해서 쳐다보고 속닥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얘네들이 왜 저러나 생각했지만  난 다른 아이와 아주 유창하지 않은 영어실력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팀장 형이 나한테 "야 얘가 너 좋아한대~ 이리 와봐!" 이러는 것이었다. 다가가보니 셋 중 한명이었는데 무척이나 부끄러워했다.


뭐 아주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깊게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나한테 "I love you, 사랑해요~!" 라고 수줍게 이야기 하기도 했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그 아이한테 잘해주지 못해서 좀 미안한 감이 있기도 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기에 깊은 정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올랑고에서 품었던 마음들이 다 거짓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 아이가 진심이라면 얼마나 슬퍼할까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15살. 나는 25살. 그곳 나이로 따진다면 24살 거의 10살차이나 났던 아이였다.
이름도 모르고 거의 마지막날에 알아서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수줍게 고백하던 그 아이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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