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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다가이에서 잠시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한 후 나는 인포메이션 센터로 돌아와 버스를 기다렸다. 점심 시간이 살짝 지나 배가 고팠지만 근처에 보이는건 오로지 물을 마실 수 있는 곳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예정된 시각보다 늦어지자 조금은 불안해지기도 했다. 혹시나 내가 못 본 사이에 지나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된 것이다.

멀리서 그레이 하운드 버스가 왔는데 그 앞에 파이어플라이(FIREFLY)라고 적혀있었다. 회사가 틀려도 이런 연계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건가? 그런데 도착지가 멜번이 아니라 시드니였다. 혹시나 이건데 반대로 적혀있는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버스를 안내하며 체크를 하고 있던 기사님에게 물어봤다.

"아~ 이거는 아니고요. 조금 뒤면 곧바로 올겁니다. 한국분 맞으시죠?"

너무나 갑작스럽게 한국말이 나와서 너무 놀랐다. 사실 한국 사람같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살짝 의심만 가지는 수준이었는데 그 분은 나를 너무도 쉽게 한국사람으로 알아봤다. 물론 한국 사람같아 보여서 한국인으로 볼 수도 있긴 하지만...

그 버스가 떠난 뒤 10분을 더 기다리자 멜번행 버스가 도착했다. 파이어플라이라고 해서 다른 버스를 기대했는데 역시나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왔다. 버스는 이미 여행객들로 가득찬 상태였고 나는 짐을 낑낑대며 올려 놓은 뒤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출발할 때쯤 되자 한 여자가 내 자리쪽으로 왔고, 내 옆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했다.

이 버스는 시드니에서부터 오던 버스로 딱 중간지점이었던 건다가이에서 사람을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좁고 변화가 없어 재미없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앞 뒤에 차량이 없어서 과속할 법도 한데 이상할만큼이나 평균적인 속도로 달렸다. 120km 제한인 도로에서도 느릿느릿한 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제 시각에 다음 마을, 그리고 그 다음 마을에 도착하기 위해서 그런것 같다.

전에 브라이트와 비치워스로 밤농장을 찾아 나섰을 때 갔던 마을들이 지나치니 감회가 매우 새로웠다. 나는 멍하니 앞만 보다가 순간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 건다가이에서 열심히 돌아다녔던게 좀 영향이 있었던것 같다.


한참 후 잠에서 깨도 딱히 변화가 없는 풍경에 지루해있을 무렵 내 옆에 있던 여자도 지루해졌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 옆에 앉았던 여자는 독일인이었는데 갈색빛 금발 단발머리에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물론 겉모습은 그랬고 실제로는 나보다 4살가량 어렸던것 같다. 자신은 뉴질랜드를 여행하다가 이제 호주로 넘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호주 여행 루트를 알려주기도 했는데 각종 투어를 신청해서 다른 도시로 옮겨다니는 식으로 꽤나 부유한 여행이었다.

원래 버스나 기차의 매력은 이렇게 지루한 시간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법인데 이번은 예외였다. 이야기가 주고 받기는 했지만 뚝뚝 끊겨서 서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는 영어를 무척 잘하는 수준이었고, 나는 그렇지 않아서일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몇 분에 한 두마디 오고가는게 전부였을 뿐이다.

그래도 멜번까지 가는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다보니 계속해서 이야기도 하고, 여자는 나에게 여행했던 곳 사진도 보여주기도 했다.


주변은 점차 땅거미가 깔리자 이제 버스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내 엉덩이가 딱딱해질만큼 달리던 버스는 어느 한 마을에서 정차했다. 이 곳에서 30분정도 쉰다고 해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할 곳을 찾아봤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마을은 규모가 무척 커서 도시라고 봐도 될 정도였는데 터미널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반대쪽으로 가니 간단히 햄버거 종류를 파는 곳이 나오긴 했다.

나는 거의 울며 겨자먹기로 햄버거를 사서 먹었다. 아침에도 튜뭇에서 맥모닝이었는데 저녁에 또 햄버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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