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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면 작별인사를 해준다던 동생들은 전혀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추워죽겠다라고 말하면서 얼른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뒤에는 70리터짜리 배낭과 앞에는 약 30리터짜리 배낭을 메고 손에는 카메라 가방까지 들고 다니니 온 몸에 짐을 지고 다니고 있던 셈이었다. 하지만 배낭을 메고 걸으니 비로소 여행을 한다는 기분이 몰려들어와 마음은 정말 가벼웠다. 역시 캐리어보단 배낭이 나에겐 훨씬 좋았다.

새벽이라 몹시 추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워 스펜서역까지 단숨에 갔다. 공항 셔틀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때마침 떠나려는 버스가 있기에 달려가서 물어보니 공항가는 버스가 맞다고 했다. 멜번의 익숙한 도심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밖은 아직 해가 뜨기 직전이 상당히 어두웠고, 오직 가로등이 도로를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한참을 헤맨 끝에 버진블루 카운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뭔가 좀 복잡해 보이는 멜번 공항이었지만 시간은 너무 남아 돌았다. 배고프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정말 지루했다.


티켓팅을 마치고 내가 탈 버진블루 비행기를 바라봤다. 언제봐도 신기한 비행기인데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확실히 규모가 작았다. 근데 저가항공이었지만 무지 비싸게 예매했다. 시기가 안 좋았는지 아무튼 이건 저가항공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드디어 멜번을 떠나는구나. '그래도 저가항공치고는 모니터도 있고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각종 채널은 유료 결제를 하면 볼 수 있다는 메세지가 떴다. 무려 9.99불이라고 나와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비행기 이동경로만 놓고 계속 지켜봤다. 공짜로 주는 이어폰만 챙겨놨다.


비행기는 케언즈로 가는 직항이 아니었고, 브리즈번에 잠시 들려서 갈아타야 했다. 약 2시간 반정도만에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했고 약 1시간정도 공항에서 대기 했다.

처음에 브리즈번 공항에 입국했던 것을 회상하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구경거리도 없었다. 마실 물도 없었다. 아마 국내선 공항이라서 그런듯 보였다.


그저 비행기 뜨는 것을 구경했을 뿐이다.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비행기 티켓은 단순하다.


다시 브리즈번에서 케언즈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새삼 호주의 땅덩어리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비행기로 5시간정도 걸렸었다. 

힘든 여정 끝에 케언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우선 백팩에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에 공항에 있던 무료 전화기를 들었다. 케언즈 공항에 지금 도착했다고 그러니까 국내선이냐고 물어본 뒤 잠시 뒤에 데리러 갈테니 공항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한 20분정도 기다렸을까? 낡은 하얀색 밴이 왔고, 내 또래인 듯 보이는 젊은 여자가 와서는 손짓을 했다. 나는 그 밴에 올라탄 뒤 백팩으로 갈 수 있었다. 케언즈는 역시나 더웠다. 긴팔을 입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정도로 낮에는 더웠는데 불과 몇 시간전에만 하더라도 무지 추웠던 멜번에 있던 나로써는 무척 이상한 상황이었다.

백팩에는 금방 도착했는데 겉모습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체크인을 하러 카운터에 가니 친절한 아주머니의 인상이 무척 좋았다. 나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궁금한걸 알려주기도 했는데 덕분에 케언즈의 첫인상이 좋게 느껴졌다.

백팩의 가격은 22불로 다른 도시에 비해 무척 저렴한 편이었는데 그보다 더 신기하고 좋았던건 아침과 저녁 제공이었다. 케언즈의 백팩은 정말 독특했는데 아침은 씨리얼과 빵, 우유 등을 제공해주었고 저녁에는 지정된 장소에서 쿠폰을 이용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한 번쯤은 먹어볼만한 것이지 기대할 수준까지는 아니다.

케언즈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배고파서 짜파게티를 끓여먹었고, 그 때 혁철이가 찾아왔다. 혁철이는 나와 브리즈번에서 만나서 농장을 같이 갔었다가 헤어졌는데 다시 케언즈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냥 안부전화였는데 케언즈에 있다고 해서 이렇게 다시 만날 수가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케언즈의 중심부로 갔다. 백팩이 케언즈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었지만 케언즈가 그리 큰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히 걸어갈 수 있었다. 케언즈의 중심부였지만 도시의 유명새에 비하면 무척 조용하고 아담했다. 빌딩이라고 보이는 건물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자전거 도로는 참 잘되어있는것 같다.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케언즈에 도착하니 마음까지 날아갈것 같았다. 아니 이제 여행자의 입장이라서 홀가분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는 이틀 뒤에 정말 하고 싶었던 스카이다이빙을 예약했다.

저녁에 혁철이와 다시 만나 한식당에 가서 감자탕을 먹고 맥주와 버번(위스키와 콜라가 섞인것)을 사서 공원에서 마셨다. 원래 호주에서는 술에 관해서는 철저해서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술을 마실 수가 없다. 그래도 사람도 없고 조용한 곳이라서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경찰이 왔다. 다행히 그것만 마시고 얼른 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방에 들어와서 잠자리에 누우면서 다음 날의 계획을 세웠다. 내일은 쿠란다를 한 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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