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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점심 때가 한참이나 지난 상태였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점심도 굶은채 열심히 바간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비키에게 너무 배가 고프다고 밥 먹으러 가자고 얘기했다. 비키도 역시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것을 알고는 나의 제안에 응했다. 


우리는 다시 걸어서 올드 바간쪽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올드 바간쪽으로 돌아오면 식당이 있을거라는 생각때문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식당으로 보이는 곳이 보이질 않았다. 여기가 식당인지 물어보면 그냥 찻집이라고 했다. 우리들이 먹을만한 적당한 식당이 길가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미얀마에서 굴러가는 차들을 보면 누구라도 신기하게 쳐다볼 것이다. 이런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차량이 아직도 운행되고 있었는데 문제는 미얀마에서는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지하게 부자다. 정말 오래된 차량도 우리나라 돈으로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까지 굉장히 비싸기 때문이다. 


잠시 사람들의 생활을 살며시 지켜보다가 우리는 다시 식당을 찾으러 다녔다. 도로의 바깥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식당으로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외형적으로는 굉장히 허름했지만 우리는 너무 다리가 아팠고, 사실 나나 비키나 그런걸 가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무 의자에 앉아 주변을 살펴봤다. 바간은 유명한 관광지인 동시에 이들의 삶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그들의 생활은 그렇게 풍족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얀마 맥주를 마시면서 쌓여있는 피로를 풀었다. 미얀마 맥주는 세계적으로 맛을 인정받았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꽤 괜찮았다. 씁쓸한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목넘김도 상당히 부드러웠다. 개인적으로도 미얀마 맥주는 맛있다고 평한다. 


미얀마에서는 맥주를 마시면 이렇게 땅콩이나 콩을 줬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으니 바로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나는 볶음밥을 먹었고, 비키는 고기 종류를 잘 안먹는다고 해서 생선 음식을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우리의 맞은 편에 한 꼬마 아이가 의자에 걸터 앉아서는 밥먹는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처음에는 이 집의 딸인가 싶어서 그냥 밥먹는데 열중했다. 

밥을 다 먹고 난 후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쉐산도 파고다로 정하고 일어섰다. 그 때 우리를 지켜보던 아이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유 니드 포스카드?" 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익숙해진 듯 "쏘리~ 쏘리~"라고 얘기를 했다. 


엽서를 쭈욱 펼쳐보인 아이는 엽서 좀 사달라고 말을 몇 번 했는데 나는 다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라면 끝까지 달려와서 계속 사달라고 할텐데 이 아이는 "오케이, 그럼 안녕~"하고 말하더니 엽서를 가방에 집어 넣고, 토끼처럼 아주 상큼하게 다른 곳으로 갔다. 

잠시 후에 걷다가 우연하게 찍힌 이 사진을 다시 보니 갑자기 이 아이에게 엽서를 사주지 못한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아마 평소대로 였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문제는 이 날부터 계속 사진 속의 이 아이가 떠오른 것이다. 

바간에 있는 동안 사진 속의 귀여운 아이를 계속 보다가 나중에 다른 파고다에서 아주머니에게 억지로 1개를 샀을 때는 차라리 이 아이의 엽서를 사줬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감이 몰려왔다. 그 감정은 내가 바간에 있는 동안 계속되었다. 

결국 이틀 뒤에 이 아이가 떠올라서 거의 미친듯이 이 아이를 찾아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식당 부근을 돌면서 아이를 찾아보기도 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붙잡고 이 아이를 아냐고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저녁이 되었을 때 다른 아이들로부터 그 아이가 아난다 파고다 부근에 산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늦은 밤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녀봐도 끝내 찾지는 못했다. 그냥 아이를 찾아서 엽서 하나를 사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너무 슬펐다. 기껏해야 1달러인데 그거 하나 사주지 못했다니... 내가 맥주 덜 마시면 되는거고, 콜라 하나 덜 마시면 살 수 있는게 엽서였는데 못 사줬다는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앙코르왓에서 달려들었던 많은 엽서 파는 아이들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꼬마 아이였다. 

'엽서 한 장 사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콩콩 거리며 뛰어가던 아이가 뒷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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