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2층 테라스에 앉아 아침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있을 때 전날 밤에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즐겁게 전날 밤을 보낸 뒤 숙소로 돌아왔는데 이들은 무척 피곤한지 조금 늦게 일어난 것이다. 먼저 크리스챤이 나와 인사를 한 뒤 아침을 즐기려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마싯다와 카를로스가 나왔는데 마싯다의 상태를 보고 웃음보가 터졌다. 그래도 나름 여자인데 머리는 엉망인 상태에다가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로 부시시하게 나온 것이다.
"우리 이제 뭐할까?" 아침을 먹으면서 우리가 나눴던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했다.
카누를 탈지 아니면 그냥 마을을 걸어다닐지 계속 논의만 오고가다가 결국 '마마'를 찾아가자고 했다. 난 영문도 모르고 '마마'가 대체 누구냐고 혹시 마싯다의 어머니냐고 물었는데 마싯다는 웃으면서 다른 마마가 있다고만 얘기했다. 우리는 숙소를 나오면서 카운터에 있던 아주머니에게 1시까지는 올 예정이니 체크아웃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거리를 나왔다. 항상 퉁명스럽게 말하는 이 게스트하우스의 아주머니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닌지 카를로스는 여기 너무 불친절한거 아니냐며 속삭였다.
인레호수 투어를 하던 그 방향으로 조금 걸은 뒤 다리를 건너가니 퀸 게스트하우스가 나왔다. 그제서야 난 '마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는데 바로 퀸 게스트하우스의 아주머니였던 것이다. 이들은 껄로 트레킹을 마친 후 도착한 곳이 퀸 게스트하우스였다는 것인데 그래서 이미 마마와는 안면이 있었던 상태였다. 가만 왜 이들은 퀸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지 않고 브라이트 호텔로 온 것이지?
어쨌든 그런 것을 생각할 틈도 없이 마마와 포옹을 나눈 뒤 야외에 있던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마마는 활짝 웃으면서 우리에게 딸기쥬스를 대접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아니 돈도 안 내고 여기에서 묵고 있는 손님도 아닌데 딸기쥬스를 선뜻 내주다니 과연 이 친구들이 마마라고 부를만 했다. 카를로스와 크리스챤은 감격했다.
"오~ 땡스 마마. 딸기쥬스는 환상적인데요?"
딸기쥬스를 마시면서 우리는 고민을 털어놨다. 아침부터 1시간동안 오늘 하루 뭘 해야할지 고민했는데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카누를 타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둘러봐야 좋을지 추천해 달라고 했다. 마마는 그냥 다 좋은 방법이라고 얘기를 하다가 그렇다면 인레호수로 가서 카누를 타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했다. 자신의 아들이 태워주는 보트를 타고 가라고 했다.
이래저래 고민 한 끝에 보트에 올라타기로 했다. 어차피 계속 고민만 하고 있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은 인레호수가 처음이지만 나는 벌써 두 번이나 인레호수로 향하게 되었다.
시끄러운 모터음을 들으며 인레호수의 중앙으로 달려갔다. 이내 바다와 같이 넓게 펼쳐진 인레호수에 들어설 수 있었고, 멀리서는 인레호수의 어부들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인레호수의 어부들을 봤기는 했지만 전날보다 더욱 가까이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다시봐도 신기함을 넘어 신비로운 장면 같다. 그냥 이 사람들은 낚시를 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늘은 깨끗하다고 여길 정도로 맑고, 호수는 고요했다. 우리 배 양 옆으로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노를 젓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녔다. 좁은 호수길이다 보니 보트의 모터는 천천히 움직였는데 가끔씩 서로의 보트가 만들어낸 파도에 출렁임이 느껴지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붕 위에 올라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아마 지붕 위를 보수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우리는 그저 여행자이고 외지인이었지만 이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줬다.
인레호수를 둘러본 후 우리가 내린 곳은 어느 마을이었다. 어디인지도 감은 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때 우리를 태우고 왔던 보트 드라이버가 여기에서 카누를 빌려서 타면 된다고 했다. 여기에서 카누를 탄다고? 내가 생각했던 카누의 형태와는 너무나 달랐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카누를 빌리기로 했다. 카누를 빌리는데는 1000짯이면 됐다. 그러니까 1인당 250짯만 내면 카누를 탈 수 있었다.
카누에 올라타니 너무 기우뚱거려 너무 불안했다. 한명씩 노를 집어들고는 이제 본격적인 카누 타기에 돌입했다. 멋지게 노를 저으며 물 위를 돌아다닐 환상은 노를 젓기도 전에 깨져버렸다.
물론 노는 열심히 저었다. 하지만 우리의 웃음소리는 커질수록 점점 카누는 땅에 처박히고 있었다. 도무지 앞으로 나가질 못하고 자꾸 옆으로 돌기만 했던 것이다. 뒤에서는 마싯다와 카를로스가 배꼽빠지도록 웃고 있었고, 앞에서는 크리스챤이 탄식을 내뱉었다.
"제발 친구들아, 노를 좀 제대로 저을 수 없냐? 너희 카누 처음 타봐?"
"응!"
우리는 출발한지 10분이 되었는데도 계속 같은 자리에서 머물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도 웃었고, 우리 옆을 아주 유유히 지나다니던 미얀마 아가씨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얼마나 웃긴 풍경이란 말인가! 노를 젓기만 하면 처박히는 꼴이 반복되고, 겨우 좀 노를 젓고 있나 싶으면 다시 처박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사실 문제는 뒤에 있던 친구들 때문이었다. 앞에서 왼쪽을 저으면 오른쪽을 저어야 하는데 같이 왼쪽 젓고 있으니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4명이나 되니 박자가 제대로 맞을리가 없었다. 결국 보다못한 크리스챤이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박자를 맞출테니 내 말대로만 따라와. 먼저 앞에 있는 사람만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이젠 다같이 노를 저어!"
카누는 아주 조금 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거의 30분 동안 비슷한 위치에서만 노만 젓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멀리 가보자는 얘기에 오기가 생긴 것이다. 잘 했을까?
그럴리가... 우리는 1분도 되지 않아 다시 처박혔다.
30분동안 노를 저어도 고작해야 100미터도 오지 못했던 우리는 '사상 최악의 카누팀'이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수 차례 시도를 해봤지만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팔은 너무 아파오고,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지경이라 더 멀리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30분동안 이렇게 조금 왔는데 더 멀리 갔다가는 돌아오는 길이 너무 험난할 것 같았다. 약 1시간정도 카누를 타다가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는 카누를 탔던 것인지 아니면 개그쇼를 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카누 자체는 최악에 가까웠는데 너무 웃겨서 숨을 못 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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