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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족시장으로 향했다. 


보족시장 부근에는 연예인 화보를 많이 팔고 있었는데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 미얀마 사람들의 사진도 많이 보였다. 역시 다른 나라라서 그런지 사진들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많이 틀렸다. 


양곤에서 유난히 금은방이 많이 몰려있는 보족시장은 외국인들에게는 환전소 역할을 했다. 물론 거리에서 인도계열 미얀마인이 끊임없이 환전을 할 생각이냐고 접근해 오기는 했지만 사실 가장 안전한 환전장소는 금은방이었다. 미얀마에는 ATM기가 없고, 은행이나 공항에서 환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돈이 많은 금은방이 사설환전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족시장 육교를 내려가자 곧바로 삐끼가 나타났다. 크리스챤을 향해 환전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크리스챤은 4라고 대답을 했다. 

"400달러?"
"아니 아니. 4달러."

우리는 옆에서 그 장면을 보고 웃어버렸다. 어쨋든 그 삐끼를 따라갔는데 역시 많이 불리했다. 내가 예전에 보족시장에서 환전했던 그 아저씨에게 가서 환전을 시도했는데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환전을 했을 때보다 훨씬 높게 쳐줬다. 크리스챤은 여기에서 5달러를 환전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유로를 달러로 환전했다. 


다른 목적지가 없었던 우리는 보족시장을 구경했다. 하지만 다들 돈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살 생각은 없었는지 구경만 열심히 하고 전혀 구입하지 않았다. 


한참 구경하고 있을 때 밖에서 뭔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외침과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그 때 크리스챤이 뭔가 생각났는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제서야 우리도 알게된 사실이었는데 바로 그날이 일식이 있었던 날이었던 것이다. 미얀마 사람들도 손을 가리면서 해를 보기도 하고, 셀로판지로 확인하기도 했다. 


마침 주변에 있던 미얀마 사람들이 필름을 줘서 우리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눈이 부실정도로 해가 밝아서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간간히 구름사이로 지나갈 때는 확실히 해가 살짝 가려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에 있었던 미얀마 사람들도 일식을 관찰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지나가는 해를 포착했을 때는 확실한 일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잘 볼 수 없었던 부분일식을 미얀마에서 보게 된 것이었다. 크리스챤과 카를로스는 이 사진을 보더니 정말 잘 찍었다면서 자신에게도 사진을 달라고 부탁했다. 

어쩌다보니 우리는 일식을 보느라 보족시장에서 꽤 오래 머물고 있었다. 아까 카를로스가 술레 파고다 주변을 걸어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술레 파고다쪽으로 걸어갔다. 


인레호수에서부터 양곤까지 우리는 함께 돌아다녔다. 인레호수에서는 사상최악의 카누팀, 양곤에서는 카를로스와 마싯다가 자꾸 따로 다니느라 피곤했고, 저녁이 되었을 때는 크리스챤이 약간 독특한 행동을 보이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 재미있는 팀이었다. 


천천히 걷다보니 술레 파고다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양곤의 중심지는 쉐다공 파고다이다. 하지만 여행자에게 있어서 중심지는 단연 술레 파고다였다. 무엇보다 숙소가 이 근처에 있었고, 뭐든지 여기에서부터 길을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우리가 술레 파고다에 도착했을 때 일식은 끝났다. 


술레 파고다 옆에는 마하반둘라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에는 입장료가 있었다. 500짯이면 얼마되지 않은 돈이긴 했지만 돈까지 내면서 공원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걷다보니 마싯다와 카를로스가 또 사라졌다. 나와 크리스챤은 항상 앞에서 가고 있었는데 이 커플은 매번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다시 뒤돌아 가보면 이 둘은 태연하게 사탕수수 음료를 마시면서 미얀마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크리스챤이 이들의 행동에 좀 짜증이 났던 것 같다. 


이어 크리스챤은 먼저 가다가 바나나를 4개만 살 수 없냐고 졸르기도 했다. 어째 우리들 더더욱 피곤하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양곤 거리를 방황하는 것도 이젠 많이 지쳤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싶다고 내가 제안을 하자 친구들도 정말 간절하게 원하긴 했나보다. 우리는 어느 가게로 들어가 시원한 미얀마 비어를 마셨다. 500짯짜리 차가운 미얀마 비어를 한모금 들이키니 피곤함이 싹 가시는 듯 했다. 사실 여행의 즐거움은 차가운 맥주를 만났을 때와 같이 사소한 것에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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