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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여행도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는 시점이 왔다. 처음에 그렇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왔는데 벌써 미얀마 여행을 마무리 해야 한다니 정말 아쉽기만 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얀마 여행이라고 하면 주요 도시여행으로만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미얀마는 가볼만한 도시가 많았다. 아마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면 남들이 가지 않는 도시로 잡아보고 싶을 정도다. 물론 그만큼 미얀마 여행에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나에겐 미얀마에서 머물 수 있는 하루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바로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가야 했다. 아쉽지만 이들과도 마지막 밤이었다. 

나와 크리스챤은 숙소로 돌아가 씻기로 했고, 마싯다와 카를로스는 주변을 더 돌아보고 싶은지 나중에 보자고 했다. 우리는 저녁도 같이 먹어야 했고, 마지막 밤이니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헤어짐을 위로해야 했다. 크리스챤의 숙소는 대디 게스트하우스로 화이트 게스트하우스와 바로 같은 골목에 있었다. 때문에 씻고 나서 내가 찾아가기로 했는데 크리스챤은 내가 찍었던 사진을 꼭 받고 싶다고 조금 일찍 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내가 묵었던 화이트 게스트하우스는 정말 낡고 낡은 그런 건물이었다. 미얀마에서 현대식 건물이 많지도 않겠지만은 이 게스트하우스는 아침이 조금 풍성하다는점 외에는 그리 숙소로써 좋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도 7달러짜리 싸구려방의 위치가 무려 5층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이미 기운을 다 빼먹는다는 소리다. 

낮에 너무 열심히 걷기도 했고, 날도 더워서 들어가 얼른 씻으려고 했는데 복도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가 나에게 아까 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며 뭐라고 얘기를 했다. 내가 무슨 소리냐고 그러니 그 여자는 어떤 일본인과 착각을 했다며 같은 사람인줄 알았다고 했다. 

그녀의 이름은 클레오, 프랑스인이었다. 금발머리에 이목구비도 뚜렷한 프랑스 미녀였는데 테이블에 앉아서 일기를 쓰고 있었다. 나도 어쩌다보니 맞은편에 앉아서 클레오랑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클레오는 전날 미얀마에 처음 도착했다고 하는데 꽤나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 내가 양곤에 도착했는데 말야. 세상에 거리를 보고 너무 놀랐어. 그리고 식당은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조금 무서웠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아까 낮에는 다른 여행자와 인도 식당을 찾아가서 밥을 먹기도 할 정도로 많이 적응이 됐어."

배낭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던 클레오는 점차 미얀마에 적응하고 있었다. 클레오랑 더 친해지고 싶었지만 나도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 얼른 씻고 나갔다. 클레오랑 무려 40분동안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대디 게스트하우스로 가니 마침 크리스챤이 로비에 있었다. 크리스챤 방에 잠깐 들어간다고 하자 매니저들이 조금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끝내 4층까지 따라왔다. 매니저는 내가 이 숙소에 머물지도 않는데 친구방에 무단으로 들어오는게 수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괜한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는 사진만 옮길 생각이라고 말을하니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며 사라졌다. 내 사진을 크리스챤의 넷북에 옮겨주고 우리는 로비에 내려가 마싯다와 카를로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약 15분 뒤에 이 커플들이 나타났다. 


씻지도 못했다고 투정을 부리는 친구들을 끌고 우리는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차이나타운 주변은 온통 노점으로 가득했다.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노점들이 어찌나 많던지 낮 못지 않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우리는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 테이블 위에 늘어져 있던 꼬치를 메뉴로 정하고 여기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자신이 원하는 꼬치를 선택하기도 하고, 프라이드누들과 맥주까지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꼬치의 맛은 그냥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는데 소세지는 맛이 너무 이상했다.

우리 주변은 온통 미얀마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이런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내 옆에 있어서 즐거웠다. 근데 우리가 먹고 계산하려고 하니 무려 7500짯이나 나왔다. 별로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우리는 맥주를 더 마시기 위해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차이나타운 주변을 계속 걸었는데 닭다리, 닭머리, 닭발이 보였다. 그러더니 크리스챤이 나를 보며 질문을 했다. 

"야니 너희도 닭머리를 먹어?"
"아니."
"그럼 닭발은?"
"물론 먹지!"
"으익! 그걸 진짜 먹는단 말야?"

다들 일제히 나를 향해 놀려댔다. 하지만 이내 크리스챤은 웃으면서 장난이라고 말을 했다. 이들이 일찌감치 문화의 상대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마 나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아닐 것이다. 물론 나도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닭발이 얼마나 맛있는지 니네들은 아직 모르는구나?"

우리는 차이나타운을 방황하다가 아까 우리가 먹었던 그부근에 술집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가기로 했는데 크리스챤이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거침없이 지나갔다. 물론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는 곳이었는데 먼저 길을 건넌 크리스챤을 우리를 바라보며 마치 교통경찰인마냥 수신호를 하며 우리보고 건너 오라고 했다. 그 모습에 웃기긴 했는데 마싯다는 오늘 크리스챤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속삭였다. 


결국 아까 그 꼬치를 사먹은 곳의 다음 골목쯤 되는 곳으로 돌아왔다. 여기가 가장 많은 가게들이 몰려있었고, 미얀마 사람들도 여기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 골목의 중간지점의 테이블에 앉아서는 맥주를 주문했다. 정말 시끄러운 골목이었던 이곳에서 시원한 미얀마 비어를 마시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보다도 좋을 수가 없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들떠있던 것은 나만이 아닌듯 카를로스가 카메라 얘기를 꺼내며 사진을 찍자고 했다. 마싯다도 사진을 찍고 싶었다며 얼른 카메라를 꺼내라고 했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며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인레호수에서 처음 만나 3일간 함께 다녔던 카를로스, 마싯다, 크리스챤과의 재미있는 인연은 시원한 미얀마 비어와 함께 되새겼다. 

원래 마싯다와 카를로스는 쉐다공 파도다도 가보지 못해서 가려고 했으나 걸어서 가기엔 너무 멀다는 말에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일찌감치 포기해버렸고, 크리스챤은 치앙마이 호텔예약을 변경하기 위해 잠깐 인터넷 좀 하다가 온다고 했다. 우리는 휴대폰도 없었기 때문에 크리스챤이 그냥 떠나버리면 막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어서 다른 곳을 가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오늘 아니(마싯다는 크리스챤을 아니라고 불렀다)가 정말 이상하지 않아?"


하긴 낮부터 좀 이상하기는 했다. 타이거 맥주 옷을 입고 있는 종업원을 보고 '미스 타이거'라고 부르면서 좋아하기도 하는 행동부터 이상하긴 이상했다. 어쨋든 크리스챤은 잠시 인터넷을 하러간 사이에 우리 셋은 신나게 떠들면서 놀았다. 


시도 때도없이 나오는 북한 이야기부터 독일이나 미국과 같은 국가 이야기, 축구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여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각자 여권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카를로스는 남미 코스타리카 사람이기 때문인지 여권에 비자가 유난히 많았다. 심지어 태국비자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카를로스는 내 여권을 살펴보더니 이렇게 말을 했다. 

"한국은 미국과 친하기 때문인지 비자가 필요없거나 비자도 쉽게 발급이 가능하지. 이런점은 정말 부러워. 내 여권을 봐. 이건 뭐 거의 프리즌 브레이크인지..."

카를로스가 프리즌 브레이크 이야기를 하자 너무 웃겼다. 확실히 카를로스는 독일에 들어갈 때도 여권이 필요했을 정도로 나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때 크리스챤이 마침 돌아왔다. 떠난지 약 1시간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우리는 오후에 맥주를 마셨던 근방으로 향하기로 했는데 10시가 되자 그 많던 노점들은 다 사라지고 없고, 가게들도 거의 다 닫고 있었다. 정말 조용해졌다. 미얀마에서는 정말 신기한게 바로 이런 점이었다. 꽤 먼거리였음에도 오후에 갔던 그 가게로 일부러 찾아갔는데 가게를 막 정리하고 있었던 찰나였다. 이럴수가! 덕분에 우리는 거리를 방황하며 갈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작은 가게에서 물 한병을 구입하고 이 친구들과 물을 마시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거리의 모든 가로등은 다 꺼지고 발전기를 미처 돌리지 않는 가게들은 전부 불이 꺼졌던 것이다. 가로등이 다 꺼지니 주변은 완전 암흑으로 변해버렸다. 그냥 숙소로 돌아갈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맞은편에 불이 들어오는 술집이 보였다. 우리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미얀마 사람들이 몇 명 자리를 잡고 있었던 그 술집에서 마싯다를 제외한 3명은 다시 맥주 한잔씩(한잔에 450짯) 주문했다. 역시 그곳에서도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나만 아시아 사람이라 그런지 좀 신기하게 쳐다보고 말도 걸었다. 어떻게 이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지 궁금하긴 한가 보다. 

맥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갔다. 상당히 많이 마신 뒤였는데 다들 정신은 말짱했는지 끄떡없었다. 화이트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악수를 하고 포옹을 했다. 

"전부 다 고맙다."
"독일에서 보자!"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고는 헤어졌다. 인레호수에서 만나 함께 다녔는데 이들은 다음날 방콕으로 향하니 헤어져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화이트 게스트하우스의 내 방이었던 5층으로 올라가니 멀리서 쉐다공 파고다의 황금빛이 빛나고 있었다. 양곤은 정전때문인지 늦은 시각이라서 그런지 어둠속에 있는 도시같았지만 유독 쉐다공 파고다만 밝은 빛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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