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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체크인을 한 뒤 짐을 방에 놓고 관광할 곳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카운터로 내려갔다. 대만이라면 야시장이 유명할 것 같아서 근처에 가까운 야시장이 어디있는지 물어봤는데 MRT를 타고 2개역 만에 갈 수 있다고 했다. MRT는 12시까지 운행된다고 했는데 지금 시간을 보니 11시 40분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져서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공항에서 나만 반팔, 반바지에 쪼리차림으로 도착했기 때문에 호텔에서 겉옷을 챙겨서 나왔다. 하지만 우려한만큼 대만의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다. 오히려 겉옷을 입고 있으면 덥다고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래도 벗으면 쌀쌀하긴 할 정도였다. 물론 가깝기도 했지만 내 생각보다 타이페이의 지리가 금방 익혀졌는지 타이페이역의 MRT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어렵지않게 승차권을 구매하고, 호텔에서 알려준 역까지 이동했다. MRT는 최근에 개통되었다고 하는데 흡사 싱가폴의 MRT처럼 느껴질 정도로 깨끗하고 편리했다.  

무슨 역인지도 기억도 나지 않은 곳에 내려서 무작정 야시장이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도를 보면서 걷는데 좀처럼 야시장이 보이지 않아서 내가 잘못가고 있는지 아니면 너무 늦은 시각이라 야시장이 다 철수하지 않은 것인지 걱정이 됐다. 그렇게 20분 정도 헤맸을까?  


내가 그토록 찾았던 야시장이 나타났다. 도저히 12시가 넘은 시각이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활기가 가득한 대만의 야시장은 너무 재미있는 장소처럼 보였다. 저녁으로 기내식을 먹은 탓인지 우선 허기부터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너무 배고파서 얼른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전부 다 맛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거리였지만 대부분 먹거리를 팔고 있는 상점들이었는데 여행자의 눈에는 다 신기한 음식들 뿐이었다.  

'저기 저 국수는 진짜 맛있어 보이네. 역시 밤에는 면을 먹어야하나? 그것보다 돼지고기를 올린 저 음식도 정말 신기하네? 이름이 뭘까?'
 
거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나는 음식 고르는데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대체 뭘 먹어야 잘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계속 음식을 고민하다보니 군침만 흘리게 되었다.
 

야시장 끝자락에는 인형뽑기처럼 보이는 놀이기계가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은 몇 명 없어서 그런가 한산해 보였다. 홍콩에서도 이런 것들을 본 것 같은데 아무튼 같은 중화권이라 그런가 비슷한 면도 많아 보였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빨리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아까부터 사람들이 많이 보였던 상점으로 가서 나도 자리를 하나 차지했다. 그리고는 영어는 쉽게 통하는 편이 아니라서 옆에 사람이 먹는 것으로 하나 달라고 했다.
 

아주 작은 그릇에 밥과 고기, 계란이 얹혀진 음식이었는데 가격은 65원이었다.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러웠는데 실제로도 너무 맛있었다. 양념된 고기나 계란이 딱 내 입맛에 맞았는데 어렴풋이 장조림의 맛도 느껴졌다. 다만 젓가락으로 밥을 먹기가 쉽지 않아서 숟가락을 달라고 하니 국물 먹을 때 쓰는 움푹패인 형태의 숟가락을 나에게 줬다.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을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양이 살짝 부족하기는 했지만 허기는 채워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많은 먹거리를 그냥 내비둘 수 없는 노릇이다. 곧바로 어묵을 파는 상점으로 달려갔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어묵들이 가득했는데 우선 가격부터 물어봤다. 아저씨는 갑작스러운 영어에 당황을 하셨는지 "피프티..."라고 얘기해서 그 가격에 내가 더 놀랐다. 하지만 이내 아저씨는 손가락으로 15라는 숫자를 가리켜서 1개에 15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맛있어 보이는 어묵 2개를 집어먹고 계산을 하니 30원이 맞았다. 근데 국물은 원래 안 주는건가? 
 
이렇게 먹으니 너무 배불렀다. 대만에서 좀 더 머물게 된다면 야시장에서 매일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맛았다. 결국 대만은 또 와야하는 것인가? 
 

늦은 시각까지 상점은 불은 꺼지지 않았지만 내가 돌아갈 즈음에는 청소도 하는 것으로 보아 정리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 근처에서 물 한 병을 사서 벌컥벌컥 마시고 호텔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MRT는 한참 전에 끊겼기 때문에 택시를 타거나 걷는 방법 밖에 없었는데 나는 걷는 것을 택했다. 지도를 봐도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데 실제로도 30~40분 정도 만에 타이페이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도를 거의 보지 않고 직감적으로 찾아왔는데 내 생각보다 헤매지도 않았던 것이다.
 
호텔 근처에서 맥주 한 캔과 과자 몇 개를 사서 돌아왔다. 씻고 누웠는데 이제서야 호텔의 내부를 제대로 탐험할 수 있었다. 비록 방은 넓지 않지만 커다란 침대와 TV까지 매우 쾌적한 곳이었다.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조금 어색할 지경이었다. 불과 어제만 해도 태국의 게스트하우스 방바닥에서 자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차이였다. 그래서일까? 잠을 이룰 수 없었던 타이페이의 첫날이었다.  
 
이름이 전혀 기억이 안 나서 검색을 해보니 MRT를 타고 Shuanglian(捷運雙連站)역에서 내려 닝시아 야시장으로 갔던 것으로 보인다. 타이페이 여행자의 대부분은 스린 야시장을 간다고 하는데 나는 대만을 다녀오고 나서도 스린야시장에 대해서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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