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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101빌딩을 보고난 후 MRT를 타고 타이페이역으로 돌아왔다. 태국과 미얀마 여행을 하고 돌아온 나로써는 타이페이는 한국의 어느 대도시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여행다운 여행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로 떠나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만두인지 호빵인지 모르는 어떤 것을 샀다. 아침 식사로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편의점에 들러 우유를 하나 샀다. 호텔에 돌아와 배낭을 정리하면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그닥 맛은 별로였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호텔 카운터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어디에서 타는지 물어본 상태라서 곧바로 타이페이역 근처 버스터미널로 갔다. 어디에서 공항버스를 타는지 몰라 헤매다가 주변 사람에게 물어서 찾아갈 수 있었다. 


너무 일찍 공항으로 간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어차피 짧은 시간 동안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인 만큼 여유있게 공항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한밤중에 도착한 타이페이인데 불과 하루도 제대로 지내지 못하고 떠나고 있었다. 대낮에 바라보는 타이페이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버스 안에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내 앞에는 대만의 소녀들이 앉아 있었다. 풋풋함이 묻어나는게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들이 보는 잡지에 내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KPOP잡지였던 것이다. 소녀시대나 카라와 같은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이 나온는데 역시 여자애들이라서 남자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듯 보였다. 공항까지 가는 동안 앞에 있던 아이들은 쉬지않고 한국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하니 야간에 한산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보였을 정도였는데 그래서인지 대만의 공항이 아니라 한국의 어느 공항처럼 느껴졌다. 혼자 돌아가는 나와는 달리 대부분 가족들로 구성된 팀이 많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면세점이나 둘러보기로 했다. 다른 공항에 비해서 면세점의 규모가 작아 구경하는 재미는 많이 떨어졌는데 혹시라도 내 남은 200원 남짓되는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찾아봤다. 친절하게 다가오는 직원에게는 조금 엉뚱한 사람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옆에 쌓여있던 과자를 추천해줬다. 가격이 저렴해서 고구마맛 과자를 하나 구입할 수 있었다. 

돌아가는 비행기도 역시 대한항공이었다. 중화항공을 이용했지만 인천과 타이페이를 이동할 때는 대한항공으로 연결이 되었는데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국적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국적기라고 해서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내식을 먹으면서 승무원과 대화를 할 때도 한국말로 할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조금 어색한 기분도 들었다. 비행기 안에는 한국인이나 대만인이 대부분이었다. 

인천까지는 정말 금방이었다. 벌써 착륙을 준비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승무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는데 여기에서 눈살이 찌푸려질만큼 비행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보였다. 착륙을 한다는 방송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나서 승무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게 만들었다. 이상하게 다른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면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을 귀국 비행기에서는 항상 보게 된다. 

더 어이없는 경우는 착륙할 때 였다. 비행기가 착륙을 하는 동시에 그러니까 바퀴가 땅에 닿은지 5초도 되지 않아 내 앞에 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승무원에 간곡한 요청에도 꾿꾿히 일어나 있었는데 결국 승무원이 일어나 직접 앉히게 되었다. 한국인이든 대만인이든 비행기를 타면 멈출 때까지 안전을 위해서 앉아있어야 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승무원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부끄러워졌다. 

내가 한국에 돌아왔을 당시에는 한국은 사상 최악의 안개가 자욱했던 날이었다. 정말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날이었는데 어느정도였냐면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까지도 땅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안내방송이 들렸는데 땅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정말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추는데도 활주로는 보이지 않았다. 고작해야 착륙 1~2초 전에 활주로가 갑자기 나타나서 무지하게 놀랐다. 실제로 그날은 아침부터 모든 항공기가 결항을 했을 정도로 안개가 심했다. 그런데 이렇게 안개가 심했는데 이륙은 힘들어도 착륙은 가능한건지 조금 궁금했다.

한국은 확실히 겨울이 맞았다. 착륙과 동시에 활주로 주변에 눈이 가득했다. 덕분에 이 눈을 보고 대만인들은 환호를 지르는 진기한 풍경이 일어났다. 그들은 눈을 볼 수 없어서 그런지 눈을 보고 신기해 하면서 어린애들처럼 난리였다. 더운 나라를 여행하고 온 나도 새하얗게 내린 눈을 바라보자 이질감이 팽배하게 솟구쳤다. 


이런 날씨에도 무사히 공항에 착륙을 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내려와 많은 사람들 무리에서 내 배낭을 찾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수화물을 찾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캐리어를 찾을 때 그속에서 배낭을 꺼내들면 묘한쾌감을 느낀다. 

모든 사람들이 캐리어를 들고 여행을 다녀왔을 때 나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돌아다녔다. 남들과 다르게 배낭여행을 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남들은 캐리어를 짐으로 생각하며 끌고 이동할 때 나는 배낭을 메고 가뿐하게 빠져나가는 그 기분이 좋았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저런 커다란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여행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배낭으로 메고 밖으로 나가니 차가운 공기가 살갗을 베어버릴 기세로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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