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코의 밤은 많이 어두워 보였다. 도로에는 지나다니는 차량도 별로 없었고,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다가 그저 어두운 노란빛의 가로등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냥 고쿠라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왔던 것이라 특별히 여기에서 뭘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어떤 곳인지 살펴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역 주변에는 작은 상점들이나 카페같은 곳이 몇 군데 보였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무데나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가게를 지나칠 때는 외국인이 영업하는 가게인지 여러 장의 사진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방송에 출연했는지 팔씨름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막상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그 주인공은 보이지 않아 들어가지는 않았다.
조금 걷다보니 내가 중심부에서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아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반대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쩐지 주변은 건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고, 멀리 철로가 보이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오이시?(맛있나요?)"
할 줄 아는 일본어라고는 몇 개 없었던 내가 대뜸 일본어로 물어봤다. 그랬더니 걱정말라며 아주 맛있다고 극찬을 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맛없다고 할 점원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그 말을 믿고 하나를 구입했다. 고작해야 하나를 샀는데도 이중으로 열심히 포장을 해줬다.
밖으로 나가보니 마침 테이블이 있길래 앉아 모찌를 먹어봤다. 겉은 평소에 내가 먹어봤던 그 모찌가 맞는데 안에는 바나나맛 생크림이 들어있었다. 역시 이 모찌도 바나나맛이었던 것이다. 평을 하자면 겉은 쫄깃쫄깃하면서도 안에는 부드러운 바나나맛 크림이 꽤 절묘했다. 다만 일반 모찌보다는 좀 달아서 여러 개 먹기는 힘들어 보이긴 했다.
모찌를 하나 먹고나서 곧바로 허기를 채우러 스시를 먹으러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스시를 평소에 맛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역시 음식은 본고장을 가야 하는 것인가?
모지코역에 거의 도착을 했을 때 어떤 여자가 나를 보더니 인사를 했는데 순간 깜짝 놀랐다. 누군지 한참 생각하니 아까 모지코역에 도착했을 때 나를 보며 환하게 인사했던 모지코역의 직원이 기억났다. 퇴근하던 도중에 외국인이었던 나를 기억해서 인사를 했나보다.
밤이라서 그런지 점점 추워졌다. 노란 불빛으로 가득했던 모지코는 여전히 사람이 거의 없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이렇게 사람이 없으니 고쿠라로 가는 열차가 금방 끊기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모지코에서 오래 머물지 못해서 아쉬움은 남았지만 다시 보통열차를 타고 고쿠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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