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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뒤로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생각보다 더 멀었던 디엥고원(Deing Plateau)이라 이동이 꽤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디엥고원 내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기 때문에 이동거리는 그리 길지 않은 편이었다. 우선 허기부터 해결하러 디엥고원의 마을로 향했다.

확실히 전망대에서 바람을 쐬고, 몸을 움직였더니 졸음이 완전히 가셨다. 사실 이제 본격적인 디엥고원 투어가 시작되는데 졸면 큰일이다.


짧은 시간동안 주변을 살펴봤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집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논과 밭이었다. 심지어 저 멀리 보이는 산도 계단식 논으로 경작되어있어 무척 신기했다.

잠시 후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알아서 여행자들이 거쳐가는 듯한 식당에 내려줬다. 식당은 아주 소박했다. 테이블도 5개 정도밖에 없었으며 손님이라고는 저 반대편 서양 여자들 뿐이었다. 아무튼 배가 고프니 영어로 적힌 메뉴판을 받아 들고는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배고프니까 볶음밥을 먹을까?

우리는 주문을 하려고 앉았는데 곱슬거리는 머리에 키가 컸던 알렉산더는 밥을 먹기가 싫은건지 주문은 하지 않고 밖을 구경하겠다며 나갔다. 알렉산더에게는 밥보다는 뭘 더 보려는 욕심이 있나 보다. 아무튼 난 인도네시아식 볶음밥 나시고랭을 시켰다. 욕심이 생겨서인지 그것도 스페셜로 말이다.


좀 늦게 나오긴 했는데 스페셜 나시고랭은 나쁘지는 않았다. 아주 맛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배고프니 깨끗하게 비웠다. 이제 인도네시아에서 밥을 몇 번 먹어서 그런가 좀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보통 나시고랭이나 어떤 음식을 시키면 항상 과자가 딸려 나왔다. 밥에 왠 과자인가 싶은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원래 그런가 보다. 과자는 알새우칩 맛이 나서 바삭하고 맛있다.

디엥고원 투어를 함께 하고 있는 2명의 외국인 친구와는 아직 친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족자카르타에서 출발하기 전에 서로 소개한 까닭에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말을 섞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낯을 좀 가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튼 이름도 얼굴도 거룩해 보이는 알렉산더는 점심도 거부한채 마을을 구경하러 나갔고, 매튜는 스프 종류의 음식을 먹었는데 상당히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식사가 한꺼번에 나오지 않아 혼자 다 먹고, 우리가 먹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래서 우리 먹을 것을 권해봤는데 사양했다. 감자튀김도 있는데 먹어보라고 해도 괜찮다고 했다.

점심을 거의 다 먹을 때쯤 알렉산더가 들어왔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점심을 주문하라고 하니까 메뉴판을 살펴본다. 아마 이 친구는 점심을 포기할 생각은 아니었나보다. 난 점심을 다 먹어서 물도 하나 살겸 밖으로 나갔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다. 물론 바로 도로에는 차량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이런 마을에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깊은 산골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개인적인 추측이기는 했지만 아마 여행자들이 주로 말하는 디엥고원 마을이 바로 여기인 것 같다.

밥을 먹고 있을 때 밖에서 계속 벨소리가 들렸는데 역시 예상대로 아이스크림 아저씨였다. 간식거리를 팔러 다닐 때는 벨소리, 종소리를 울리는 것은 우리네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시골 마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작은 가게들이 보였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박소나 미아얌 등을 팔고 있는 작은 식당이 있었고, 그 옆에는 과자나 차를 대롱대롱 매달은 구멍가게가 있었다. 가게에 놓여진 음료나 과자 등을 가만히 지켜봤는데 그냥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가게 앞으로 가서 물 한병을 구입했다. 당연히 냉장고가 없어 차갑지는 않았다.


멀리서 오토바이 아저씨가 어떤 음식을 팔고 있길래 가까이 가봤다. 어묵처럼 보이는 이것은 무엇일까? 배부르지만 않다면 한번 시도해 볼텐데 그냥 옆에서 구경만 했다. 그러고보면 이름이라도 물어볼껄 그랬다.


역시 난 이런 곳을 좋아한다. 거리에 여행자는 전혀 보이지 않더라도 괜찮다. 오히려 이런 곳이 인도네시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쳐갔던 곳이라 짧게 머물렀지만 디엥고원 마을은 소박하지만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아까 그렇게 먹을 것을 사양하던 매트는 손으로 감자튀김을 집어 먹고 있었다. 정말 배고프긴 배고팠나 보다. 그러길래 빼지 말고 좀 먹지. 아무튼 갑자기 익살스럽게 감자튀김을 집어 먹던 매트 덕분에 다들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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